한화그룹의 미국 법인인 한화해운(Hanwha Shipping)이 미국에서 건조될 첫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새로운 규정이 이런 흐름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일정 물량의 LNG 수출분을 자국에서 건조한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며 한화해운이 미국 최초의 LNG 운반선 건조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기회를 잡게 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USTR는 지난 17일 중국 해운사 및 외국 건조 선박에 대한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자국 내 조선산업 육성을 위한 추가 조치로 3년 후부터 미국산 LNG의 일부를 미국에서 만든 운반선을 통해 운송해야 한다는 규정이 담겼다.
블룸버그는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한화해운을 이 규정의 첫번째 수혜자로 지목했다. 한화해운은 한화오션이 미국에 설립한 현지 법인으로, 모회사인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한 바 있다.
한화해운의 라이언 린치 부사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USTR의 규정에 따라 2030년까지 미국이 운용해야 할 자국산 LNG 운반선은 최소 5~7척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화해운이 미국 내 조선 인프라 확충을 통해 시장에서 중요한 입지를 선점할 기회를 얻게 됐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 LNG 업계에선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LNG 장기 계약을 위협하고 구매자 비용 증가와 함께 미국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규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는 LNG 운반선을 건조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 부족한 데다가 대부분의 LNG선은 한국이나 일본에서 제작되며 일부는 중국에서 건조된다. 국제 LNG 수입업체 단체에 따르면, 미국 국적의 LNG 운반선은 전 세계 시장에서 1% 미만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규제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적용될지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오션은 지난해 4월 친환경·디지털 선박 기술 검증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목적으로 '한화 쉬핑'(Hanwha Shipping LLC)이라는 이름의 해운사를 설립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당시 한화오션은 "당사가 개발 중인 친환경·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선박 운용을 통해 실용성과 안정성을 검증 및 확보하고, 고객들과 적극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려고 한다"며 해운사 설립 취지를 밝혔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