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70회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결'을 유지하는 통신 인프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경북 지역을 휩쓴 초대형 산불이 건물, 도로, 전력 등 일상 인프라의 취약성을 드러낸 가운데 통신 인프라가 최후의 방어선 역할을 해냈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산불로 통신망 일부가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도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설계된 사전 대비 체계가 재난의 충격을 흡수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 땅 속에 매설한 선로 지중화·회선 이원화 산불 사태서 '눈길'…"도로 굴착 회선 절단도 대비"=통신 업계에 따르면, 경북 지역 대형 산불 사태에서 '선로 지중화'와 '회원 이원화'를 통한 중단 없는 통신 서비스 제공이 눈길을 끌고 있다. 선로 지중화는 통신 케이블을 지면으로부터 0.8m 아래에 매설해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식이다. 통신 케이블이 땅속에 있어 산불뿐 아니라 태풍 등 자연재해에 직접 피해를 볼 확률이 낮다.
특히 이번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지역에서 KT의 기간 선로는 88% 이상이 지중화 돼 있어 망 생존성이 통신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전국 기준으로 KT 기간 선로 지중화 비율은 90%대에 달한다. 전국에 깔린 지중화 된 KT 기간선로 길이는 지구를 약 3바퀴 돌수 있는 약 12만3700㎞ 이상이다.
이와 함께 '회선 이원화'도 통신망 생존성을 높이는 중요 역할을 한다. 회선 이원화는 주 회선에 문제가 생겨도 자동으로 예비 회선을 통해 서비스가 유지되도록 미리 우회 경로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산불 당시 안동시 길안면부터 영주시로 이어지는 구간이 일부 화재 피해를 입었지만, 이원화된 회선으로 해당 지역 이용자에게는 중단 없이 통신이 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준 KT OSP운용개선팀장은 "KT는 전화국 시절부터 지중화를 위주로 통신 시설을 구축하고 있고, 추후 산불에 강한 케이블 활용 등도 고려하고 있다"며 "자연재해뿐 아니라 도로 굴착, 공사 등으로 인한 회선 절단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같은 상황을 대비해 장비 구축 단계부터 회선 이원화를 고려해 설계한다"고 말했다.
◇ 고지대서 우산처럼 덮는 '엄브렐라 셀'…기후위기에 인프라도 첨단 기술 입는다=이번 산불 사태에서 주목받은 긴급 통신 기술 중 하나로는 '엄브렐라 셀'이 꼽힌다. 고지대 중계소에서 저지대를 우산처럼 덮는 방식이다. 재난 상황시 특정 지역 통신망이 마비돼도 인근 고지 중계소 기지국을 활용해 통신 서비스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전국 52개 고지 중계소를 구축한 KT는 이번 산불로 인해 피해를 크게 입은 영덕군에서 봉화산 고지중계소의 엄브렐라 셀을 가동해 긴급 통신 서비스를 제공했다. 고지 중계소 기지국은 평상시에는 범위를 넓게 잡으면 통신 품질을 해칠 수 있어 등산로나 인근 해상에만 적은 범위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던 중계소다. 이번 긴급 상황에서는 우산을 펴고 접는 각도를 조절하듯 기지국 안테나의 기울기와 전파 범위 설정값을 조정해 최대 60~70㎞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전환됐다.
직접 현장 복구 활동에 참여한 홍동욱 KT 경북엔지니어링부 부장은 "설정값 변경은 원격에서 일부 조정이 가능하지만, 현장에서 엔지니어가 직접 기지국에 올라가 안테나를 수동으로 조정해 통신 서비스를 복구했다"며 "향후 차세대 통신을 통해 안테나 방향이나 기울기도 자동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전 대응 기술은 막대한 설비 투자와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한 구조다. 특히 선로 지중화는 수많은 비용이 들고, 산악 지형에서는 물리적으로 시공이 어려운 구간도 많다. KT를 비롯한 통신 업계는 재난 대응력 확보가 통신 사업 신뢰도와 직결되는 만큼 선로 지중화 확대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후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산불, 태풍, 지진, 홍수 등이 빈번하게 발생해 통신 인프라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KT 한 관계자는 "산불에 강한 특수 케이블이나 자동 조정 가능한 고지 중계소 기지국 등도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AI 기반의 재난 예측 시스템과 연동된 통신 제어 기술도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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