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LG에너지솔루션 등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차세대 배터리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건식 전극(Dry Electrode)'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의 습식 공정 대비 제조 단가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되면서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는 형국이다.
2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맥스웰을 인수하면서 건식 전극 관련 기술을 선도적으로 확보한 테슬라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CATL, BYD 등 글로벌 기업들은 건식 전극 공정의 파일럿 라인을 운영하거나 양산 전환을 위한 테스트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테슬라는 오스틴과 케토로드 공장에서 4680(지름 46㎜·높이 80㎜) 셀 생산에 건식 전극 공정을 적용하는 파일럿 생산을 지난해 말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다른 기업들의 상용화 목표 시점보다 약 3년이나 앞선 것이다.
마이클 길포이 테슬라 배터리 셀 제조 책임자는 지난 6일 "지난해말 기준 4680 셀 제조 팀은 테슬라 역사상 kwh당 최저 비용의 배터리 생산이라는 중요한 이정표를 달성했다"며 "올해는 완전히 램프형 건식 전극 제조를 확대해 더 큰 비용 효율성을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오창 플랜트에 건식 전극 공정의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 2028년 양산 전환을 목표로 공정 개선을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LFP 배터리 등에 건식 전극을 도입하면 배터리 제조 비용을 17%에서 최대 30%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 역시 미국 합작공장에서 파일럿 라인을 일부 가동 중이다. SK온은 이달 10일 미국 건식 전극공정 솔루션 전문 개발업체인 리캡 테크놀로지와 건식 전극공정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력 의향서를 체결하며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도 지난해 9월 천안공장에 건식 전극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운영 중으로 공정 최적화를 위한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내년 초에 시범 생산 후 양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들도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CATL은 기존 습식 생산라인을 유지하면서도 최근 건식 전극 테스트 라인을 확충 중이다.
일부 대형 셀에 건식 공정 적용을 검토 중으로 올해부터 점진적인 양산 진입을 예고했다.
BYD는 산하 연구팀이 건식 전극 코팅 시스템을 개발해 소규모 파일럿을 운영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에 도입하기 위해 것으로 2027년을 양산 목표 시점으로 설정한 상태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건식 전극 기술은 기존 습식 공정 대비 친환경적이고 제조 효율도 높아 한 번에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는 혁신 영역"이라며 "다만 특허 분쟁 리스크와 대규모 설비 투자가 요구되는 현실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섣불리 시장에 진입했다가 오히려 적기를 놓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월넛크리크에 위치한 테슬라 전시장 앞에 주차된 사이버트럭.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