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에 계약 유리한 자료 유출한 A대령은 기소 송치
한화시스템 근소한 차로 이긴 LIG넥스원 수사는 차일피일
한화시스템 근소한 차로 이긴 LIG넥스원 수사는 차일피일
국군방첩사령부(이하 방첩사)가 정찰용 무인수상정(USV) 사업의 기밀유출 의혹에 대해 해군사관학교 교수 출신 A대령을 군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자료를 받은 LIG넥스원 대상 조사 결과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USV는 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네이비 씨 고스트'의 일환으로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첫 무인수상정 발주 사업인데, 시작부터 석연찮은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문제의 소지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방첩사는 지난 2월 A대령을 무인수상정 관련 사업자료 유출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군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2018년 해사와 LIG넥스원은 '학술교류협정서'를 체결, 같은 해 A대령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산하기관 민군협력진흥원이 공모한 과제를 수행하며 LIG넥스원과 협업했다.
협업 당시 A대령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기밀유출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해 5월 방첩사는 조사를 시작했고, 해사 압수수색과 LIG넥스원에 대한 참고조사를 벌인 끝에 A대령의 혐의가 인정되며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유출로 논란이 된 자료는 '정찰용 무인수상정의 운용개념'으로, A대령은 해당 자료를 LIG넥스원에 통째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무인수상정을 직접 운용해본 경험이 부족하기에 무인수상정 운용개념을 사전에 습득한 LIG넥스원이 지난해 5월 해군이 방위사업청을 통해 공고한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 설계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방첩사의 수사가 길어지며 사법 리스크를 짊어진 LIG넥스원이 조사가 시작된 지 4개월 만에 무인수상정 체계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이어 3개월 뒤 방사청과 계약 체결을 완료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LIG넥스원은 해당 사업 입찰에서 한화시스템을 0.6398점 차로 앞질렀다. 0.5~1.5점에 달하는 보안감점을 적용받을 시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는 점수 차다.
해당 논란에 이어 지난 2월 기밀을 유출한 A대령에 대한 수사 결과는 나왔으나, 유출된 자료를 받은 LIG넥스원에 대한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단 문제도 제기됐다. '준 사람은 있지만 받은 사람은 없다' 식의 상황에 업체 간의 갈등만 커지고 있단 지적이다. 앞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이 법적 공방이 길어지며 전력화 시기가 미뤄지고 있는 만큼, 방첩사의 빠른 판단이 절실한 상황이다.
방첩사 관계자는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방첩사의 수사가 길어질수록 향후 발주될 무인수상정 사업에서의 논란도 재확산될 전망이다.
방사청은 보안 사고에 대해 3년간 기소유예, 기소, 벌금형 등 처분유형에 따라 보안감점을 적용하는 데, 이미 착수된 정찰용 무인수상정 사업에 소급 적용되긴 어렵지만 향후 발주될 무인수상정 사업에는 끼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무인수상정 시장은 2033년 5조원 규모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주요 시장이다. 해군은 지난해 정찰용 무인수상정을 시작으로 전투용 무인수상정 등 도입 범위를 넓혀 유무인 통합 전투 체계를 발전시켜나간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LIG넥스원이 기소돼도 우선협상대상자를 다시 선정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업체 간 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방첩사가 속히 결론을 지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관계자는 "정찰용 무인수상정 체계개발 사업과 이번 기밀유출 의혹에서 제기된 무인수상정은 기술적·개념적으로 다르다"면서 "군 당국의 적절한 조치를 통해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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