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3일부터 정부가 제출한 12조2000억원 규모 추경(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본격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조기 대선을 위한 경선 모드에 돌입한 가운데 추경의 규모와 내용 등을 두고 주도권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각 상임위는 이날부터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 예비 심사에 들어갔다. 전날인 22일 국회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다음달 1일까지 합의된 추경안을 만들어 본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며, 이날부터 각 상임위 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은 총 12조2000억원 규모로 재해·재난 대응 3조2000억원, 통상리스크 대응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제고 4조4000억원, 민생지원 4조3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신속한 추경 심사를 다짐하면서도 최대한 증액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당초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주장했었지만, 정부의 추경안이 발표된 이후부터는 최소 15조원 이상의 추경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민생 분야 추경에 대한 대규모 증액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민주당이 줄곧 민생 정책으로 제시해 왔던 '지역화폐' 관련 정책에 대해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소상공인 지원과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 증액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으나, 추경이 대선을 위한 '표퓰리즘'이 돼서는 안 된다고 견제론을 펴고 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추경안을 두고 양당의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칼을 뽑았으면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유감이다. 시기가 너무 늦었고 시장과 국민의 기대에 미흡하다"며 "지역화폐 예산은 왜 안 넣었는가. 지역 상권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지역화폐"라고 주장했다. 황명선 의원도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이번 추경은 시기와 규모, 내용 면에서 매우 부실하다"며 "국민 삶을 외면한 '뒷북 찔끔 추경'"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기승전 지역화폐'만을 외치는 것 같다"며 "그보다는 AI, 반도체 등 대한민국 미래 발전에 대한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자근 의원도 "통계를 보면 지역화폐는 일부 업종에만 집중돼 상권별 양극화를 유도한다는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온누리상품권으로 대체를 한 것인데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기재부에서 살펴달라"고 주장했다.
한편 24일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를 찾아 추경안 시정연설을 진행한다. 한 대행은 해당 연설에서 민생과 국익을 강조하며 추경안에 대한 국회 협력을 당부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권한대행에 대한 일부 보수 진영의 '추대론'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민주당은 이에 대해 "대선출마용 연설"이라며 "시정연설에서 침묵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전혜인기자 hye@dt.co.kr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