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약 6개월만에 수시 조정
변동성에 레버리지 리스크 관리
파생상품시장 기초자산 7개 인상
삼전 10.65%·SK하닉 19.66%↑
변동성에 레버리지 리스크 관리
파생상품시장 기초자산 7개 인상
삼전 10.65%·SK하닉 19.66%↑
한국거래소가 6개월 만에 증권·파생상품시장 증거금률을 대폭 올렸다. 미·중 관세 전쟁 속에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빚투'가 다시 늘자, 레버리지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주요 종목의 증거금률도 함께 인상됐다.
23일 한국거래소는 이날부터 증권·파생상품시장의 증거금률을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정은 정기 조정이 아닌 수시 조정으로, 지난해 8월 증거금률이 수시로 변경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이른바 '블랙먼데이'가 있었다.
증거금률이란 투자자가 거래를 시작하기 위해 계좌에 예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금액 비율을 뜻한다. 일반적인 주식 현물거래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현금 미수 거래나 신규 신용대출 등 신용거래에서 리스크를 제한하기 위한 제도다.
한국거래소는 매월 첫째 월요일(해당일이 휴장일일 경우 다음 매매일)에 증권시장의 거래증거금률을 정기적으로 변경한다. 다만, 시장 상황이 급변하거나 관리가 필요할 경우, 수시로 증거금률의 적정성을 점검해 변경할 수 있다.
이번 수시 조정에서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시황 및 업종지수 13개 항목에 대해 증거금률이 조정됐다. 변경 폭은 최소 0.06%포인트(p)에서 최대 1.78%p까지다. 변경 후 증거금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유가증권시장의 기계·장비로, 기존 10.66%에서 1.50%p 인상돼 11.96%에 달한다.
파생상품시장에서는 총 7개 기초자산의 증거금률이 인상됐다. 주가지수에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개별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알테오젠, TIGER 나스닥100 ETF가 포함됐다. 이 가운데 증거금률이 가장 높은 기초자산은 알테오젠으로, 해당 종목의 거래 증거금률은 25.10%, 위탁 증거금률은 35.65%였다.
거래소는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증권·파생상품시장 증거금률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중 관세 갈등으로 인해 대내외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자, 시장 안정을 위해 사전 대응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 반도체주 반등을 기대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늘면서, 거래소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증거금률을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SK하이닉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4483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92.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0.65% 증가한 7434억원을 기록했다. 일별 거래량에서 신용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인 공여율은 SK하이닉스가 19.66%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소폭 줄었지만, 공여율은 15.73%였다. 금융투자협회 기준으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은 대차거래 상위 10종목 중 상위권을 차지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53~54조원대를 유지 중이다. 이달 초 59조원을 기록한 뒤 소폭 감소세를 보였으며, 조정 이후에도 증시로 본격 유입되기보다는 여전히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나오고 있지만,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며 "관세 정책 향방을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적절한 현금 비중을 유지하고 과도한 레버리지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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