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
3분기만에 또다시 역성장 기록
전망치 1.5%보다 대폭 낮출 듯
한국경제가 올해 1분기 결국 역성장했다. 3분기 만에 성장 엔진이 다시 멈춰선 것이다. 미국 상호관세 영향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라 충격이 더 크다.
고질적 내수 부진에 관세 폭탄까지 터질 경우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은 '0%대'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미 경쟁적으로 전망치를 '0%대'로 낮춰잡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에 따르면 전기 대비 GDP 성장률은 -0.2%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예상했던 0.2%보다 0.4%포인트(p)나 낮은 수치다. 3분기와 4분기에는 0.1%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뒤 이번에는 역성장을 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1% 감소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건설투자가 작년 2분기부터 성장률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기 고금리 상황,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미분양 증가에 따른 주택 경기 부진 등 구조적 요인들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건설투자는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3.2%나 감소해 GDP를 0.4p나 깎아먹었다. 미래 성장 동력 역할을 하는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위주로 2.1% 축소됐다. 설비투자의 1분기 성장률은 2021년 3분기(-4.9%) 이후 3년 6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1.1%, 2.0% 축소됐다. 수출에선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수입에서는 원유와 천연가스와 같은 에너지류 등에 대한 지출이 감소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은은 "미국 상호관세 영향이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1분기까진 글로벌 산업 경기 부진 영향이 더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향후 관세 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올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내놓고 있는 국가 대표 기업들도 관세 폭탄발 수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수출 위주의 경제인만큼 최근 통상 갈등은 확실히 큰 역풍"이라며 "미국 관세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한 미국 관세로부터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한은은 다음 달 29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기존 1.5%인 올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출 전망이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전망치를 기존 2%에서 1%로 내렸다.
글로벌 최대 IB JP모건은 전망치를 지난 8일 0.7%로 내렸다가 이날 약 2주 만에 0.5%로 다시 낮췄다. 씨티은행도 기존 0.8%에서 0.6%로 깎았다. 씨티은행은 내년 성장률도 기존 1.6%에서 1.3%로 수정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설 투자가 계속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관세 정책까지 부정적으로 작용해 동시 충격을 입히면 국내 경제에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며 "연간 성장률이 0%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앞으로 모든 기관에서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내려잡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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