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현대차·LG전자 등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미국 관세폭탄 탓 마지막 호실적일듯… 대응전략 고심
관련 비용부담·기업 신사업 등 미래전략 차질 '불가피'
미국 관세폭탄 탓 마지막 호실적일듯… 대응전략 고심
관련 비용부담·기업 신사업 등 미래전략 차질 '불가피'
![[기획] 역대급 실적에도… `어둠의 터널`직전 속 타들어가는 기업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2502100332064001[1].jpg "[기획] 역대급 실적에도… `어둠의 터널`직전 속 타들어가는 기업들")
SK하이닉스, 현대차, LG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의 메시지는 밝지 못했다. 미국발 관세폭탄이라는 '어둠의 터널'에 진입하는 기업들은 충격파가 언제, 어디까지 미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주요 대기업들은 이날 실적 발표에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냈지만, 트럼프발 관세 여파로 사실상 '마지막 호실적'이 될 것이란 걱정이 나돈다. 자동차,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가 이달부터 본격 적용된 가운데 반도체, 전기차 등에 대한 보조금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를 진행 중으로 조만간 관세 부과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에 나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보조금 축소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64억달러(8조원), SK하이닉스는 4억5000만달러(6200억원)의 보조금을 바이든 행정부 당시 약속받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축소할 가능성이 시사한 바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과 일부 국가간 상호 관세 조치가 유예 중이지만, 반도체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관세 정책 방향과 이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7조440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57.8% 급증했지만, 김우현 부사장은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에 대해 "하반기 실적 변동성이 커졌다"며 조심스런 자세를 취했다.
기업들은 이러한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계획)을 수립하거나 사업 전략의 변화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승조 현대차 부사장은 "단기적으로 투자예산 재검토를 통한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계획)을 수립 중으로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지난달 중순 미 관세 대응 전략 태그스포스팀(TFT)를 발족했다. 부문별 대응 체계를 구축해 중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1분기 판매 감소에도 영업이익(3조6336억원)이 2.1% 증가하는 등 선방했지만, 2분기부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대외 리스크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올 1분기 22조7398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관세 리스크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이권 LG전자 HS본부 전무는 "관세 회피가 가능한 멕시코와 미국 생산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일부 고관세 지역 생산 제품은 스윙 체제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 테네시 공장은 세탁기와 건조기 물량을 이전했다. 미 가전 매출의 10% 후반대까지 감당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판매 가격 인상을 통한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발표한 현대차그룹과의 철강·이차전지 분야 협력, 구조개편 등을 통해 통상 리스크에 대응하기로 했다. 김승준 포스코 재무IR본부 부사장은 이날 컨콜에서 "멕시코 자동차 강판 공장 등을 통해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그간 수출 쿼터 제약으로 공급에 한계가 있던 북미 완성차 고객사들에 대한 물량을 확대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위기대응 전략에도 트럼프발 관세 여파를 온전히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데다 그 동안 국내 기업들이 신사업으로 드라이브를 건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EV) 충전 등 친환경 사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적 기조를 보인다는 점에서 미래 전략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무디스·한신평 공동 웹세미나에서 현대차·기아에 대해 "2분기부터 25% 관세 부과가 지속되고 해당 리스크 대부분을 양사가 흡수하는 보수적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양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률은 약 1.8%포인트 낮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전자의 경우 최근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보조금 지원 중단 여파에 미래 신사업으로 낙점했던 전기차 충전 사업을 중단하기로 하고, 대신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집중하기로 하는 등의 전략적 '리밸런싱'을 결정했다.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가 90일 유예된 것은 다행이지만, 지금까지 예상을 깨뜨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고려하면 안심하긴 이르다. 품목별 관세도 언제 폭탄처럼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는 비단 국내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인도 이코노믹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아제이 세스 인도 재무차관은 23일(현지시간) 한 세미나에서 "미국이 인도에 도입한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0.5%포인트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 수출 물량을 유럽이나 제3국으로 쏟아낼 경우, 우리 기업의 수출 다변화 전략에 타격이 우려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뿐 아니라 글로벌 통상 정책이 수시로 변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어느 하나 확실하게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며 "제3국 진출 등 신시장 개척 등을 통한 기회 요인을 만들어 관세 리스크를 상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우진·양호연·임주희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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