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규모 기준 4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수준 육박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곳이 무상증자를 실시해 총 5700만주의 신주가 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상증자 자본금 규모는 8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7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무상증자 규모가 늘어난 것은 최근 몇 년간의 감소 흐름과 대비된다. 코스피 상장사의 무상증자는 2021년을 기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21년에는 25개사가 33건의 무상증자를 단행해 총 2억5100만주의 주식을 발행했으나, 2022년에는 18건, 8900만주로 크게 줄었다. 2023년(17건, 1억9600만주), 2024년(15건, 1억8000만주)에도 2021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무상증자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현재까지 건수와 주식 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자본금 기준으로는 예년 수준을 따라잡았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무상증자 자본금은 총 941억원으로, 올해는 4개월 만에 이미 86% 수준까지 도달한 셈이다.
실제 개별 기업의 사례를 보면 변화의 흐름이 더 분명히 드러난다. 올해 무상증자 주식 수가 가장 많았던 기업은 교촌에프앤비로, 2498만주의 신주를 발행했다. 이어 제이에스코퍼레이션(1397만주), SNT모티브(1191만주) 순으로 나타났다.
무상증자 자본금 규모로는 SNT모티브가 595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는 올해 전체 무상증자 자본금(807억원)의 73.72%에 달하는 수치다. SNT모티브는 주식발행초과금과 자기주식처분이익을 재원으로 무상증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주당 액면가 5000원의 신주를 발행해 통상적인 500원, 100원 액면주보다 주식 수 증가 폭은 작지만, 주식 희석을 최소화하며 거래 활성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동시에 노린 조치로 보인다.
이처럼 무상증자는 주주들에게 직접 혜택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꼽힌다. 신주를 무상으로 배분함으로써 유통 주식 수가 증가하고, 이는 거래 활성화뿐 아니라 기업 재무 건전성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자본잉여금을 활용한 무상증자는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처럼 당장의 현금 유출 없이도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은 주주환원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무상증자 금액이 가장 컸던 SNT모티브 역시 "건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자본잉여금을 활용해 주주 이익 환원과 주주 가치 제고 차원에서 무상증자를 결정했다"며 "유통 주식 수 증가에 따라 거래량 확대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행보는 밸류업 프로그램과도 맞닿아 있다. 증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도,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의지를 밝히는 상장사들이 늘어나면서 무상증자를 포함한 다양한 주주친화 전략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은 윤석열 전 정부에서 시작된 정책이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권에 관계없이 지속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초기보다 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 공시 이행 의지가 높아졌다"며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상증자, 자사주 소각 등 다양한 주주환원책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닥 상장사는 전년 대비 발행주식수, 건수, 자본금 모두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총 14건의 무상증자가 실시돼 1억7600만주가 발행됐다. 증자금액으로는 579억원이다. 지난해보다 건수는 6건이 줄었고 주식수로는 1억1100만주가 감소했다. 증자금액도 401억원 축소됐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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