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올해 1분기 전기차 캐즘의 장기화에 43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부터는 하이브리드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수주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 검토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1768억원과 영업손실 434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으며, 영업손익은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도 216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배터리 부문 실적 부진…수요 둔화 영향=사업 부문별로 보면 배터리 부문의 매출은 2조98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9%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4524억원을 냈다. 전기차와 전동공구용 배터리 등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ESS 시장의 계절적 비수기로 매출이 감소했다. 이에 따른 가동률 하락과 고정비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전자재료 부문의 매출은 19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83억원으로 집계됐다. 유기발광 다이오드 소재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며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전체 적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관세 불확실성 지속…美ESS 생산거점 검토=삼성SDI는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수요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SDI는 미국 내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을 높은 수율로 본격 가동 중인 만큼 직접적인 관세 영향은 없지만 다수의 배터리 소재와 부품이 역외에서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이날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제한적이지만은 원가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고객사의 전기차 역시 관세 대상이 될 수가 있어 차량 가격 상승과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관세 정책으로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거점 확보를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ESS용 배터리는 신재생 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 관련 전력 수요 증가로 미국을 중심으로 고성장이 예상되지만 현재 미국 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분기 반등 카드…하이브리드 원통형 수주=삼성SDI는 올해 2분기 하이브리드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의 추가 수주 기대감도 높였다. 최근에는 원형 배터리가 고출력·고용량 기술로 성능이 개선되고 안정성도 좋아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조한제 삼성SDI 소형차전략마케팅팀장은 "현재 다수의 고객과 하이브리드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를 협의 중"이라며 "올해 상반기 내에 수주를 달성해서 중장기 수요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중장기 투자도 차질 없이"…무엇보다 삼성SDI는 전기차 캐즘 등에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GM과의 합작법인 건설 공사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시했다.
박종선 삼성SDI 부사장은 "헝가리 가동률은 높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이차전지 투자는 지금 당장의 수요가 아니고 최소 2~3년의 긴 호흡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헝가리는 현재 주력 제품인 각형 하이니켈 배터리 케파뿐만이 아니고 리튬인산철과 같은 신규 양산 라인의 확충에 중점을 두고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 역시 2027년 양산 목표를 현재 차질 없이 달성하기 위해 현재 셀 용량 확대와 제조 공정 안정화, 소재 공급망 수립 등 양산에 필요한 핵심 과제들을 추진 중인 상황이다. 국내 마더라인 역시 올해 일부 투자가 진행될 계획이다.
박 부사장은 "전고체는 전기차를 타깃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최근 부피뿐만 아니라 무게 측면에서도 높은 에너지 밀도를 요구하는 로봇이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신시장에서도 전고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고객들과 협의 중으로 사업 기회를 넓혀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