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미 행정부 조선 산업 역량 강화 목말라해"
전문가 "조선업 협상, 한국이 유리…미국 투자에만 머물러선 안돼"
한미 양국이 관세율 인하 등을 위한 본격적인 실무 협의에 착수한다. 한미 2+2 통상 협의에서 '조선업' 협력이 히든카드로 부상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그 효과를 미국이 아닌 국내 산업으로 연결하는 협상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주부터 한국과 미국은 관세·비관세,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정책을 위한 본격적인 실무협의에 들어간다. 특히 핵심 의제로 떠오른 것은 '조선 산업 협력'이다.
정부는 지난 주 통상 협의에서 미국이 조선 산업의 비전에 상당한 공감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합동 브리핑에서 "조선 산업 협력에 있어서, 우리 기업들이 현재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부분과 앞으로 이 분야에서 인력의 테스트 빌딩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비전에 관심을 보였다"며 "기술 협력이 가능한 영역 등에 대해 설명한 점이 미국 행정부가 목말라하는 조선 산업 역량 강화와 상당히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해양 안보와 해군력 강화, 함정 노후화, 인력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K-조선에 대해 눈에 띄는 관심을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은 지난 14일 기관지 '펙네트(PacNet)'에 박진호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이 쓴 '미국 조선업이 한국 도움으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라는 칼럼을 실었다.
박 위원은 칼럼에서 "미국 행정부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미국 조선 산업의 붕괴지만 이는 미국 혼자서는 되돌릴 수 없다"며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 조선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980년대 초 미국 내에 300개가 넘는 조선소가 있었지만, 현재 운영 중인 곳은 20곳도 채 되지 않는다"면서 "한미 조선산업 협력을 본격 추진하면 양국은 중국의 해양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인도~태평양에서 항행의 자유를 강화하는 등 해군 운용 역량을 조정하는 데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조선업계의 미국 진출도 확대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한화오션은 미국의 필리조선소 인수 후 유지·보수·정비(MRO)를 담당하고 있다. HD현대는 이달 7일 미국의 최대 방산 조선그룹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
오는 7월 8일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한미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선 협력 협상에서 한국이 유리한 고지에 있는 만큼, 정부는 미국에 끌려가지 않고 국내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단순한 대외 협력에 그치지 않고, 조선업 효과를 국내 산업과 일자리로 연결할 수 있도록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조선업을 단순히 미국 투자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방위비 부분 문제까지 함께 고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미군의 군함 MRO 등을 국내 서해안이나 동해안, 제주도 등 항구에서 조선 산업을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략적 활용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미 양국 책임자가 최종 합의를 발표하기 전까지 한국은 미국에 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하되, 국내에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측이 한국에 요구하는 사항도 있겠지만, 한국도 미국 측에 요구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이 있다"며 "한국은 미국 측 의견 중에 수용할 것은 수용하는 대신, 핵심 사항에 대해선 미국의 인정이나 양보를 얻어내는 식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