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로 국회가 내려온다고 할 때마다 집값이 올랐는데, 실질적으로 보면 아파트값이 뛰기도 했고, 급매물은 다 빠졌죠. 여유 있는 사람들은 집값이 오를 때까지 (매도를) 일단 기다리고 있는 거죠."
세종시의 공인중개사 정완호(70)씨는 26일 대선 정국으로 불거진 대통령실 집무실의 세종 이전론에 집값이 들썩인다고 말했다. 이날 세종시 공인중개사무소 곳곳에는 2~3명의 손님이 앉아 있었고, 집값이나 부동산 동향을 묻는 전화도 이어졌다.
정 씨는 "외부 사람들이 6억원의 아파트가 있었으면 호가를 5000만원 더 불러서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있지만, 지금은 사려는 사람이 많고, 매도자들도 안 팔려고 하다 보니 집값이 오르는 모습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실제로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2023년 11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2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이달 21일 기준)에 따르면 세종시는 지난주 0.04%에서 0.23%로 0.19%포인트(p)상승했다. 특히 정주여건이 양호한 고운·다정동 위주로 상승했으며, 세종시 전체적으로 상승폭이 확대하는 추세다.
세종시의 공인중개사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4일을 기점으로 급매물이 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공인중개사 A(59)씨는 "4일 기점으로 한 일주일은 급매물이 많이 빠져나갔고, 이전에는 급매물을 파시려고 하던 분들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7억9500만원까지 올랐던 아파트가 5억원 초반에 거래됐었는데, 4일 이후 조금조금 올라서 이제 6억원이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2020년 세종시 아파트가 급등 조짐을 보였던 때와는 지금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청와대와 국회 이전 등 '행정수도 세종' 정책이 나올 때마다 아파트값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A씨는 "세종시 집값이 한창 오를 때는 25평 아파트가 4억원부터 시작해서 1~2개월 만에 7억9500만원까지 거래가 되기도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후 집값 급등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무산되면서 아파트값은 곤두박질쳤다. 공인중개사들은 2020~2021년과 비교하면 경제 상황과 부동산 투자 심리도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지금은 투자자들이 한번 학습하기도 했고, 다주택자들은 더 이상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이제 다주택자들은 대선이 끝나는 6월 3일을 기점으로 시장 상황을 보고 판단하고 움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종시가 일종의 '정치 테마주'처럼 정치권의 움직임에 따라 집값 변동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2020년 민주당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 당시,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누적 44.93% 상승해 전국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종시는 정치적 이슈를 많이 받는 일종의 테마주처럼 행정기관 등이 내려온다는 이야기 나올 때마다 집값이 출렁이는 모습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지금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앞으로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부동산 안정화가 회복이 덜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과거처럼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게 투자에 나서기보다, 한발 물러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유석 대전과기대 부동산재테크과 교수는 "실제로 바로 이전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고, 이럴 경우 집값이 잠깐 올랐다가 다시 빠지는 '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