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서비스 확대를 두고 CJ대한통운, 한진 등 택배사 사용자와 근로자 간 신경전이 팽팽한 가운데, 롯데택배 근로자들이 해당 서비스 도입을 앞두고 먼저 움직였다. 최근 택배노조와 대리점 협의회가 체결한 기본협약에 공휴일 배송 도입을 위해서는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은 것인데, 그럼에도 롯데택배 측은 주 7일 배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갈등 확산이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전국대리점 협의회와 기본협약을 체결하고 이같은 내용을 명시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번 단체협약에는 '향후 롯데택배가 배송서비스에 변화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노동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으며,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삽입됐다.
이에따라 롯데택배 사측이나 대리점 측이 일요일·공휴일 배송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노조 동의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고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해당 협약 내용을 근거로 근로자들이 법적 분쟁을 제기할 수 있다.
택배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한진택배에서 불거진 갈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 측은 27일부터 수도권과 전국 지방 주요도시에 주 7일 배송을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고, 한진택배 노조 측은 즉각 반발했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송 속도 경쟁 속에서 노동조합은 주7일 배송 자체를 무조건 반대할 생각은 없다"며 "배송 속도 경쟁보다 우선할 것은 택배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는 협약"이라고 밝혔다.
롯데택배를 운영하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한진과 마찬가지로 주 7일 배송을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는 최근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주7일 배송 서비스 시행'에 대한 질문에 "고객의 니즈(수요)를 조사하고 있다"며 "비용 등도 따져야 한다. 언제 하는 것이 효율적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1월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할 당시 노조 측에서 요구했던 사항은 수수료 삭감 없는 주 5일 근무제 도입과 주 7일 배송을 위한 추가 인력 투입 등이었다. 한진노조 역시 사측에 택배 노동자 건강권 보장에 대해 협의하자고 요구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주 7일 배송 서비스는 기존 택배회사들이 운영하던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근무 형태가 달라진다"라며 "대리점 측에서는 비용문제 때문에 추가 인력 채용을 꺼리고 있는 반면, 고객사들은 주 7일 배송을 원하고 있어 이를 합의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택배업계의 주 7일 배송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택배노조가 최근 대리점협회와 협약을 맺고 주 7일 배송 도입을 위해서는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문구를 삽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