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5월 첫째주말인 3~4일부터 어린이날·석가탄신일(5월 5일), 어린이날 대체휴일(5월 6일)로 이어지는 5월 황금연휴에 해외 패키지 여행 예약이 최대 42%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은 2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근로자의날(1일)부터 엿새(6일)를 쉴 수 있다. 여행사들은 연휴 '대목'을 맞았다.
하나투어의 경우 이달 30일부터 5월 4일까지 출발하는 패키지 해외여행 예약인원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 늘었다.
지역별 예약 비중은 동남아가 37%로 가장 컸고, 중국(26%), 일본(22%) 등이 뒤를 이었다. 대표적인 근거리 여행지역인 일본과 중국 여행객은 전년 대비 각각 85%, 78% 증가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이번 황금연휴에는 중국, 일본, 동남아의 단거리 지역 중심의 예약이 전년 대비 높게 나타났다"며 "최근 여행업계가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는데, 황금연휴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항공 좌석은 예약이 마감됐고 추가 좌석 확보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모두투어는 같은 기간 출발하는 패키지 해외여행 예약인원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했다고 전했다. 역시 근거리인 동남아가 42%로 가장 높았고 중국 20%, 일본 20%, 유럽 10% 수준이다. 또 노랑풍선도 패키지 해외여행 예약인원이 30%가량 증가했다.
홈쇼핑 여행 상품 주문도 폭주했다. 황금연휴 전후로 출발 가능한 해외여행 상품을 주 1회 이상 편성한 롯데홈쇼핑의 경우, 4월 근거리 해외여행 상담주문 건수가 전년 대비 10% 늘었다. 지난 6일 방송된 일본여행 상품 방송의 경우, 약 2000건의 상담을 기록했다. 5월 6일부터 출발일이 시작되는 '홍콩 여행상품' 방송에서는 3000건의 상담주문이 쏟아졌다. 5월 5일부터 출발일이 시작되는 대만 여행상품에는 1500건의 상품이 몰렸다. 5월 8일부터 출발 가능한 북해도 여행상품에도 1100건의 상담주문이 들어왔다.
'연휴 특수'에 대한 여행업계의 기대감이 커지는 동안,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연휴에 돈을 쓸 사람이 나라 밖으로 대거 빠져나가면, 안 그래도 침체된 내수가 더 가라앉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올해 설 연휴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당시 중간에 낀 월요일인 1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엿새간의 황금연휴가 생기자 내수 진작보다 해외 출국자 수가 늘어난 바 있다. 지난 1월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29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3% 늘었다. 이는 2019년 같은 달보다 2.1% 많은 수준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윤대명씨는 "우리는 이번 연휴 기간에 문을 다 연다. 임대료 내고, 가게를 계속해서 운영하려면 어쩔 수 없다. 오죽하면 올해 설에도 문을 열었겠나"라며 "연휴 기간에는 주방 인건비가 인당 1.5배 더 나가는데도, 손님 한 분이라도 놓치면 안 되니까 문을 열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소상공인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연휴기간만 되면 소상공인들이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각 구청 담당자들이 중식당이면 중식당, 카페면 카페 등 업종별로 겪고 있는 어려움과 그 이유를 실태조사를 해서 파악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미나씨도 연휴 기간, 매출 타격이 우려돼도 문을 닫을 수 없는 사정을 토로했다.
이 씨는 "요즘 안 그래도 고물가에 손님이 많이 줄었는데, 긴 연휴까지 다가와 걱정"이라며 "손님이 아무리 줄어도 월세 등 고정으로 나가는 비용이 많아서 연휴 기간에 가게 문을 닫을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연휴기간에 영세 소상공인들이 직접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특정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소비쿠폰들을 지급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며 "지역사랑 상품권 등과 연계해 할인쿠폰 등을 지급한다든지 국내에서의 소비가 진작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연휴가 길어져도 내수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근로자의 날과 토요일 사이에 낀 5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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