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28일 오전 10시부터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심(UISM·가입자식별장치) 무료 교체에 나서는 가운데 재고 부족과 초기 교체 수요 쏠림으로 일선 대리점의 대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심정보 유출 2차 피해 대응책과 함께 유심 재고 문제와 창구 혼란에 대한 대책도 정밀하게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정보 유출로 인한 SKT의 이번 유심 무료 교체 대상은 자사 가입자 2300만명과 SKT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를 더해 모두 2500여만명이나 된다. SKT 측은 이날 "약 100만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고 5월 말까지 약 500만개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급 부족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게다가 교체 서비스를 해주는 곳은 2600여개 전국 SKT 대리점인 'T월드' 매장과 공항 로밍센터 뿐이어서 고객의 줄서기와 창구 혼잡이 예상된다.
이를 우려해 SK텔레콤은 27일 "유심 보호 서비스로 해킹 피해를 막을 수 있으니 믿고 가입해달라"며 "피해가 발생하면 SKT가 100%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날 '유심 보호 서비스로 해킹 피해 막겠습니다. 믿고 가입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SK텔레콤은 유심 보호 서비스가 유심 교체와 동일한 피해 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SKT는 대리점 별로 고객이 지나치게 몰리거나 물량이 부족한 경우 예약을 통해 순차 교체해 준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19일~27일 자비로 유심을 선제 교체한 가입자에게는 해당 비용을 환급해 주기로 했다.
유심 정보 유출에 대한 소비자 불안은 일파만파 확산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무료 교체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인 26~27일 유심을 교체하려는 이용자의 발길이 전국 대리점에 이어졌다. 무료 교체 서비스가 시작되면 재고가 곧바로 동날 것을 우려해 자비로 먼저 유심을 교체하려는 소비자들이 대거 대리점을 찾았지만 "재고가 없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울 충정로 인근 SKT 대리점을 찾은 김 모 씨는 "(매장 직원이) 지금은 유심 재고가 없고 내일도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고 해 강력 항의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대리점은 아예 출입구에 '유심 재고 없음' 문구를 붙이기도 했다.SKT 관계자는 "얼마나 유심 교체 이용자가 몰릴지 수요 예측이 당장은 어렵다"며 "확보한 재고를 우선 배포한 후 부족할 경우 예약을 통해 순차 교체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SKT는 유심 제조사와 협력해 최대한 빠르게 재고를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최대 2500만개의 유심을 수내월 내에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어렵사리 유심 재고가 있는 대리점을 찾았다고 해도 교체 작업에도 시간이 걸리는만큼 장시간 창구 대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T 측은 고객들을 향해 "매장 방문 전 재고 여부를 전화로 문의하고 가급적 '유심보호서비스'를 먼저 가입하라"고 권했다.
SKT는 이날 대고객 발표문을 내고 "이 서비스는 유심교체와 동일한 피해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다"면서 "향후 가입자에 대한 유심 불법 복제 피해 사례가 발생할 시 SKT가 책임지고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유심보호서비스는 타인이 이용자의 유심 정보를 복제·탈취해 다른 기기에서 통신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해 준다.
임직원의 정보 보안이 중요한 기업들도 비상이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임원들에게 유심 교체를 권고한 가운데 현대자동차 등은 교체용 유심을 일괄구매해 나눠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도 유심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응에 들어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국민의 불편과 불안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유심 교체 조치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긴급 지시했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서울의 한 SK텔레콤 대리점에 27일 유심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SK텔레콤은 28일부터 가입자들에게 유심(e심 포함) 무료 교체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인 가운데 부족한 재고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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