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불성실공시 18곳 심사
상폐는 2곳… 감사 의견거절로
고의성 등 고려 벌점 부과 불구
제재금 대체·경감 제도로 회피
공시믿고 투자한 투자자만 피해
상폐는 2곳… 감사 의견거절로
고의성 등 고려 벌점 부과 불구
제재금 대체·경감 제도로 회피
공시믿고 투자한 투자자만 피해
![[기획] 엉터리 공시해도 상장유지… 솜방망이 제재에 개미만 피눈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2802100363046001[1].jpg "[기획] 엉터리 공시해도 상장유지… 솜방망이 제재에 개미만 피눈물")
한 기업이 일년도 되지 않아 3~4개의 공시를 이행하지 않거나 번복한 사례도 있다.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까지도 임의로 변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엉터리 공시에도 제대로된 제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내 증시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이후 18개 기업이 불성실공시 등을 이유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았지만, 이 중 실제 상장폐지된 곳은 2개 기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 마저도 불성실공시가 아닌 감사의견 거절로 인한 상장폐지였다.
지난해 상장폐지가 결정된 'THE MIDONG'은 폐지 전 3개월간 두 차례나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 기간 동안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양수, 유상증자, 전환사채발행을 차례로 철회했고,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을 잘못 공시하기도 했다. 이를 이유로 실질심사를 받았지만,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그쳤고, 이후 감사의견이 거절된 뒤에야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역시 지난해 상장폐지된 비디아이는 폐지 전 1년간 공시번복 8건, 불이행 1건으로 두 차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공급계약 내용을 일시에 철회했지만, 비디아이 역시 최종 상장폐지 사유는 감사의견 거절이었다.
수 차례의 공시번복 등 불성실공시가 상장폐지의 전조증상으로 읽히지만, 불성실공시 만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하기 어렵고, 실질적인 제재수단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불성실공시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들어 코스피 상장사 중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기업은 15곳, 지정예고 15건(중복 포함)으로 전년 9곳, 10건에서 58% 증가했다. 코스닥도 지정과 지정예고를 더해 82건으로 전년보다 10%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올해 이들 기업 중 상장폐지가 결정된 곳은 하나도 없었다. 불성실공시를 이유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은 곳도 3곳에 그쳤다.
한국거래소는 불성실공시가 발견될 경우 고의성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벌점을 부과한다. 코스닥기업의 경우 1년간 누적 벌점이 15점을 넘어가면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를 결정한다.
그러나 벌점의 경우 제재금으로 대체할 수 있고, 최근 1년간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 이력이 없는 경우 벌점을 경감시켜 주는 등 기업의 자율공시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 및 공시 규정에 따라 불성실공시 법인을 관리하고 있다"면서 "허위나 번복 등 불성실 공시 내용이 불공정거래로 이어질 경우 금융당국에 해당 건을 보고해 별도의 처분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 엉터리 공시해도 상장유지… 솜방망이 제재에 개미만 피눈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2802100363046001[2].jpg "[기획] 엉터리 공시해도 상장유지… 솜방망이 제재에 개미만 피눈물")
지난달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제이오는 5개월여 만에 4건의 공시를 철회하거나 번복했다. 특히 최대주주의 주식을 다른 기업에 양도하는 계약 취소를 포함해 주주총회, 유상증자, 전환사채발행을 일제히 철회했다. 최대주주 주식 양도 공시 당일 2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현재 9800원대로 내려앉았다.
유형자산을 취득하기로 결정한 내용을 철회하거나, 사기로 했던 주식을 사지 않는 등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만한 내용을 2~3건씩 무더기로 철회한 기업들도 여전히 아무런 제재 없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 시장 공시 관리를 거래소 자율에 맡기면서 규제 '사각지대'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호주 등은 국가가 불성실공시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기업뿐 아니라 이사에게까지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18년 불성실공시를 상장실질심사 사유에 포함시키는 등 규제 강화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거래소 입장에서는 비례의 원칙 등을 고려하면 거래소가 공시 규정 만으로 기업의 상장폐지를 결정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이는 과거 자본시장법 개정 시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공시를 나누면서 발생한 허점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유통시장 공시가 더 중요할 수 있는데 자본시장법에서는 발행 공시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며 "이는 자본시장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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