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어 USTR 대표 내달 방한
협의 결과물 평가 · 조정 예상
비관세 장벽 카드로 한국 압박
방위비 문제 별도 논의는 변수
협의 결과물 평가 · 조정 예상
비관세 장벽 카드로 한국 압박
방위비 문제 별도 논의는 변수
트럼프발(發) 글로벌 '관세전쟁' 속에 미국에서 한미 2+2 통상 협의를 마무리한 양측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실무 협의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협상의 분수령을 맞았다. 4개 분과별로 본격화되는 한미 통상 협의는 5월 중순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전문가들은 양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남은 70여일로는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만큼 고도의 협상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그리어 대표는 5월 15∼16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는다. 이 기간 동안 한미 고위급 통상 접촉을 고리로 그동안의 협의 결과물에 대한 평가와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 2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최상목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참석하는 2+2 통상 협의를 열고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7월 8일까지 '패키지 합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정 콘트롤 타워가 없는 가운데 조기 대선 일정까지 숨 가쁘게 돌아가면서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과 통상 현안에 대한 협의 과제와 일정의 큰 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협상의 핵심은 무역·투자·조선·에너지 등 4대 분야다. 우리 측은 2+2 협의에서 미국의 주요 관심사에 대해 협력 의지와 비전을 설명하고, 한국에 부과된 관세에 면제와 예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국 경제에 부정적 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 분야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 협의는 이번 주부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등 3개 분야에서 6~7개 작업반이 구성돼 실무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환율 분야는 기획재정부가 중심으로 협의한다.
미국은 실무 협의에서 각종 비관세 장벽 카드를 꺼내 들면서 한국의 양보를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무역장벽 보고서(NTE) 등을 근거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과 약값 책정 정책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비관세 장벽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방위비 문제는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에 힘이 실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관세 협상에서 "군(軍)이 합의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방위비와 관세 문제를 별도로 논의할 것임을 시사한 것은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4개 분야 의제에 대해 미국 측과 의견 접근을 이뤄가되, 오는 6·3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협상을 마무리 짓는 방안을 상정하고 있다. 다만 미국 측의 속내를 알기 어렵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 '청구액'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미 FTA의 경우 두 당사자가 양자 무역 협상을 했지만, 지금은 트럼프가 여러 국가와 각각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어, 국가마다 따로 협상을 진행하려는 상황"이라며 "다른 나라들의 전반적인 정책 기조가 이 양자 협상에 끼어들 여지가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매우 복잡한 협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타협점이 쉽게 나올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양국이 동맹 관계인 만큼, 최악의 경우에는 협상 기한이 끝나더라도 연장해서라도 좋은 결과를 내는 쪽도 방법이다"라고 제언했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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