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큰 기대를 모았던 신약 후보물질들을 잇따라 중단하며 개발을 포기하고 있다. 투자 비용 회수 등 경제성을 따져, 사업성이 더 높은 후보 물질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목적이다.
2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총 16개의 기업이 임상을 자진 중단한다고 밝혔고 이중 올해는 6개 기업이 임상 중단을 공시했다.
이날 오름테라퓨틱스는 항체접합분해제(DAC) 플랫폼으로 제작한 리드 파이프라인 ORM-5029의 미국 임상 1상을 자진 중단한다고 밝혔다. 오름테라퓨틱은 ORM-5029은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과 기타 HER2 과발현 악성종양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왔다. 하지만 작년 11월 미국 임상 1상에서 1명의 임상 참여자에게 중대한 이상사례(SAE)가 발생하면서 임상을 중단하기로 했다.
LG화학도 이달 초 통풍 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개발명 LC350189)'의 글로벌 3상 임상을 자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티굴릭소스타트는 통풍의 주요 원인인 요산을 생성하는 '잔틴 옥시다제' 발현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용하는 계열 내 최고 신약으로, 2022년 21개 국가에서 임상 3상을 승인받아 올해 임상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이 신약 후보물질은 LG화학이 보유한 신약 후보 물질 중 개발이 가장 진척된 신약으로 임상 3상에만 약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G화학은 잔여 개발기간, 상업화 등 추가적인 투자 비용 회수 등 경제성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임상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3년 내 혁신 항암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요 항암신약인 두경부암, 면역항암제 등을 중심으로 임상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자회사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미국 항암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와 임상3상을 진행 중인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음성 두경부암 치료제 '파이클라투주맙'은 이르면 2028년 미국서 첫 항암 신약으로 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펩트론, 강스템바이오텍, 지놈엔컴퍼니, 아이진도 올해 잇따라 임상시험 계획을 자진 취하했다. 펩트론은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PND3174의 임상 1a상 시험계획을 제출했지만, 추가적인 비임상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계획을 자진 취하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아토피 치료제 신약 후보인 퓨어스템-에이디주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지표 목표에 달성하지 못했다.
지놈엔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 치료제 GEN-001의 담도암 환자 대상 국내 2상 임상시험을 자진 중단했다.
임상 중단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펨브롤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과 화학항암제(젬시타빈 및 시스플라틴) 병용요법이 담도암 1차 치료요법으로 승인받음에 따른 치료제 시장 변화"라며 "신약 개발 환경 변화에 따른 연구개발 타당성과 투자 대비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임상시험 조기 종료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약 10% 수준에 그친다"면서 "이에 따라 임상 과정에서 기대에 상응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면 후기 임상이라도 상업화 계획을 변경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적 불확실성 등으로 막바지 임상에도 중단 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3상이 가장 비용 부담이 큰 만큼 파이프라인 중 선택과 집중을 위한 전략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빅파마들도 매우 많은 파이프라인이 있지만 임상 후순위에 집중하기보다, 전략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투자하고 있다"며 "신약개발 기업은 글로벌 기업 등 외부 협력이 중요한 만큼 더 나은 기회를 보고 기술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