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 선물교체 단행 직후 회복세
당시 순자산 1.5조 '원자재 최대'
운용측 '최선의 선택' 증명 관건
당시 순자산 1.5조 '원자재 최대'
운용측 '최선의 선택' 증명 관건
삼성자산운용이 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운용 방식을 임의로 바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운용은 최근 일반투자자 1013명이 제기한 'KODEX WTI 원유선물(H) ETF 운용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대법원에서 다투게 됐다고 공시했다. 앞서 진행된 1심과 2심 모두 법원은 삼성운용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은 2020년 4월 발생한 유가 급락으로 발생한 '선물 원유 마이너스 사태'가 발단이 됐다. 당시 삼성운용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의로 월물 교체를 단행했다. 6월 선물 비중을 79%에서 34%로 줄이고, 7월~9월 물을 9~19%씩 분산해 담았다.
하지만 6월 선물이 다시 가격을 회복하자 투자자들은 삼성운용의 결정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해당 ETF가 최근 월물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알고 투자했다며 삼성운용이 임의로 투자대상을 변경한 것을 문제로 삼았다. 당시 삼성운용의 원유선물 ETF는 순자산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원자재 최대 ETF였다.
투자자들은 삼성운용이 사전 고지나 공시 없이 투자설명서와 다른 운용 방식을 선택하며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운용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투자자 보호 조치'였다고 맞섰다.
6월물 가격이 장중 증거금을 밑돌아 6월물로만 자산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약 30%의 선물계약을 정산해야 하는 상황에서 월물을 분산하는 것이 최선의 조치였다는 것이다.
삼성운용은 이후 진행된 1심과 2심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 1심 법원은 삼성운용이 2020년 4월 22일 장 마감 후부터 다음 날 개장 전까지 월물 분산을 단행한 조치가 신탁계약이나 투자설명서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삼성운용이 사전공시나 수시공시 의무를 위반했다 보기도 어렵고, 월물분산조치 시행이 집합투자업자의 선량한 관리자 주의의무를 위반하는 등 업무를 소홀히 한 행위로 보기에도 어렵다고 판결했다. 2심 법원 역시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해 동일하게 삼성운용 승소를 판결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당시 6월물 유가 반등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고, 만약 유가 급락 사태가 더 이어졌다면 투자자는 오히려 손실 회복 기회까지 잃었을 수 있다"며 "모든 투자상품의 투자설명서에 운용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고 안내돼 있는 점도 삼성운용 주장에 힘을 보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포지션 노출이 곧바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선물시장 특성상 투자자에게 사전 공지하거나, 공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포지션이 노출되면 다른 투자자들이 반대 포지션을 선점하는 선행매매로 선물가격을 더 떨어뜨려 오히려 손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운용방식의 임의 변경이나 이로 인한 추가 손실 역시 사실인 만큼, 결국 해당 사건의 결말은 대법원에서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삼성운용이 운용방식을 사전 공지 없이 바꿨고, 시장 상황이 급변하며 손실 규모가 오히려 커진 것도 결과적으로는 맞다"면서 "결국 삼성운용의 당시 결정이 '최선의 선택'이 맞았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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