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일삼던 이승만·박정희 참배
"정치는 현실… 민생 개선이 우선"
"정치는 현실… 민생 개선이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명성을 버리고 외연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아깝게 패배를 통해 얻은 교훈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28일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첫 공식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이승만 초대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두루 참배했다. 예정에 없었지만 자민련 총재와 김대중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묘소도 찾았다. 현충원 방명록엔 "함께 사는 세상,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꼭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후보는 취재진을 만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에 관해 "우리가 이미 돌아가신 분들을 놓고 현실적 정쟁에 빠진 때가 있었다"며 "정치는 현실이고 민생을 개선하는 게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몫이기 때문에 지나간 얘기, 또 이념·진영은 잠깐 곁으로 미뤄두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의 경우 '개인적 욕망을 위한 친위 군사쿠데타'로 규정해 선을 그으며 "내란극복"을 과제로 세웠다.
다만 "헌정파괴 세력을 징치하고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것"에 좌우가 없다고 전제하면서 "(이념·역사 논쟁을) 다 묻어두자는 이야기는 아니고 평가는 평가대로, 공과는 공과대로 평가하되 지금 당장 급한 건 국민통합이고 국민에너지를 색깔 차이를 넘어 다 한데 모아 희망적 미래 세계로 나아가자"고 했다.
이 후보는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8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이승만 정부의 독도의용수비대(독도경비대 전신) 설치에 빗대어 비꼬기도 했다. 2015년 6월에는 "서울시민 죽이고 빨갱이 만든 분"이라며 이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 반대 글도 올린 바 있다. 지난달 22일엔 제주4·3 사건과 관련 "이승만의 제주도 계엄사태로 계엄군들이 제주도민의 10분의 1을 학살했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비판 일색이었다. 지난 2015년 12월에는 "으~ 욕나오네. 박정희는 일본 천왕 위해 개노릇하겠다 혈서 쓴 사람인데..장준하와 결이 같나요?"라는 글을 X에 올리기도 했다.
특히 2015년 11월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우리가 오른쪽으로 가면, (유권자들이) 우리를 찍어서 자기 삶에 뭐가 바뀔 거라고 생각하나?"라며 중도화 전략을 비판했다. 또 "지금 상식 대 비상식 진영이 맞붙었는데, 법대로 규칙대로 상식을 회복하자 그것만 제대로 해도 사람들이 열광한다. 그런데 무슨 '잘사는 사람들 편드는 언어를 써야 한다,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승만·박정희 얘기를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바보짓이라는 것이다. 결국 사기치는 것 아니냐, 정치라고 하는 게 사람을 설득하는 일인데, 사기 쳐가지고 설득이 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과거의 강경 노선을 확실하게 버렸지는 향후 행보를 통해 확인되겠지만, 현재까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전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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