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 4사가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 적자가 불가피한 데다 2분기 역시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의 관세 조치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회복이 요원하다. 정유업계는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세 조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에쓰오일은 28일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21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4541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8조99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순손실은 446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윤활기유 부문에서 19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정유와 석유화학 부문에서 각각 568억원과 7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영향이다. 정유 부문은 경기 둔화 우려로 아시아 지역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이며 수요가 부진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도 정제마진 하락으로 줄줄이 정유 부문의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DB증권은 SK이노베이션이 올해 1분기 정유부문에서 8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정유 사업에서 전년 대비 큰 폭의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이미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정유 4사는 지난해 정유 부문에서 총 1904억원의 적자를 봤다.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2022년 6.4%에서 2023년 1.4%로 떨어졌는데 지난해에는 -0.1%까지 떨어졌다.
올해 2분기 역시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으로 제품 거래 자체가 부진한 상황이다. 2분기 평균 유가마저 1분기보다 낮을 가능성이 커 재고평가이익보다는 오히려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원료용 중유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유일한 숨통이라는 목소리다. 개별소비세는 최종 소비재 등 특정 물품이나 서비스의 소비행위에 부과하는데, 현행법은 중유에만 원료와 연료에 대한 구분 없이 리터당 17원, 교육세로 리터당 2.55원을 부과하고 있다.
현재 원료용 중유에 과세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또 한국은 현재 원유에도 3%의 관세를 부과 중이다. 이 역시 비산유국 중 유일하다. 형평에 맞지 않는 과세는 중유를 원료로 하는 나프타, 항공유, 아스팔트 등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국내에서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면제한 사례는 과거에 한 번 있었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한시적이만 코로나19 당시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며 정유 4사가 5조원대의 적자를 내자 경영상의 어려움을 고려해 개별소비세를 면제해 준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대선이라는 정치 상황과 2년째 세수 펑크라는 점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국세수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은 336조5000억원으로 본예산보다 30조8000억원이 덜 걷혔다. 올해 벌써부터 3년 연속 세수 결손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이에 대해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 2분기에도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료용 중유에 대한 세제 지원 조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