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동현 IT바이오부 기자
![[현장칼럼] 해킹 사고 확산, 외양간 확실히 고쳐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504/2025042902102369081001[1].jpg "[현장칼럼] 해킹 사고 확산, 외양간 확실히 고쳐야")
SKT가 유심 무료 교체를 시작한 28일 아침부터 곳곳의 T월드 매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SKT 가입자 2300만명과 이 회사 망 기반 알뜰폰 가입자 187만명까지 최대 2500만명의 교체 수요가 발생했음에도 회사가 이달 말까지 확보 예정인 유심은 500만개다. 재고 부족까지 겹치자 이용자들의 마음은 더 급해진다. 유심을 바꾸는 것을 넘어 아예 이동통신사를 갈아타는 움직임도 점차 포착되고 있다. 이른바 충성고객들도 이번 사고를 심각하게 여기는 모습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SKT는 해커의 악성코드 공격으로 홈가입자서버(HSS)에 저장된 가입자들의 휴대전화번호, 이동가입자식별번호(IMSI), 단말기고유식별번호(IMEI), 유심인증키 등이 탈취됐다. 5G 코어 네트워크가 뚫려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 식별·인증에 쓰이는 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단지 유심정보만 갖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도 하지만, 기존에 여러 곳에서 털렸던 인적사항 등 다른 개인정보와 결합된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공격에 쓰인 악성코드는 'BPF도어'(BPFDoor)로 추정되고 있다. 효율적인 네트워크 패킷 처리를 위해 리눅스 커널단에서 구동되는 버클리패킷필터(BPF) 기술을 악용, 방화벽·침입방지시스템(IPS) 등 보안 솔루션을 우회하는 백도어를 심는 것이다. 중국 해킹조직들이 써왔다지만 이미 오픈소스로 풀린 악성코드라 공격주체를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공격대상 서버에 악성코드를 심기까지 장기간 단계적으로 침투한 지능형지속위협(APT) 공격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이로 인해 유심복제 등을 통한 '심 스와핑' 위협이 떠오르며 이용자들에 불안을 안긴다. 유심을 옮기는 것만으로 기기 변경이 되는 것처럼 사이버범죄자가 유심정보 도용으로 각종 인증·결제 등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본인 확인에 가장 널리 쓰이는 인증수단이 가입자 주민등록번호 기반의 이통사 문자메시지(SMS) 인증이란 점 또한 걸리는 구석이다. 재외국민 등의 불편 해소를 위해 디지털인증 개선·확산도 이뤄지고 있지만 이제 시작 단계다.
SKT는 유심 정보보호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면서 해킹에 따른 피해 발생 시 100% 보상을 약속했다. 심 스와핑 등을 통한 비정상 인증을 잡아내고자 이상거래탐지 시스템(FDS)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해 유심 교체나 번호 이동이 더 안전한 선택지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최초 사고 인지부터 열흘가량 지난 현 시점까지 소비자들에게 이에 대한 안내와 대처 등이 부족한 점 또한 원성을 사고 있다.
내부까지 악성코드가 유입된 경로나 구체적인 피해 범위 등은 정보보호 당국의 조사·분석 결과가 마무리돼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떡해야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지 예단하긴 이르나, 글로벌 보안기업 트렌드마이크로 등은 해당 사이버위협을 앞서 파악하고 경고했다는 점에서 국가 기간통신사업자이자 국내 대표 ICT기업으로서 보안태세에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정보보호 공시에 따르면 SKT는 연간 약 600억원을 정보보호에 투자, 경쟁사인 KT(약 1218억원)에 비해 투자액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앞서 개인정보 유출로 홍역을 치른 LG유플러스(632억원)가 전년보다 43% 증액하면서 SKT가 이통 3사 중 투자 규모가 가장 적었다. SKT 전체 정보보호인력 중 내부인력 비중은 21%로, 이 또한 KT(67%)와 LGU+(43%)에 뒤처지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SKT는 뿔난 소비자들의 불편은 물론, 불안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보 보호에 힘을 쏟지 않으면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향후 보안투자 규모로 일단 연 1000억원 이상이 거론됐으나 이젠 경쟁사 만큼만으론 부족할 수 있다. 앞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만한 임팩트 있는 행보를 기대한다. 외양간부터 잘 고쳐놔야 소도 돌아올 구석이 생긴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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