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구조에서 탈탄소와 원자력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캐나다에서 연이어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탄소중립 시대를 겨냥한 전략적 행보를 본격화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9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전력회사 마라픽(Marafiq)과 1300억원 규모의 얀부2 발전소 연료전환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석유발전소를 가스 발전소로 전환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두산은 연소기와 분산제어시스템 등 주요 기자재를 공급하고, 2028년까지 시운전까지 수행할 예정이다.
얀부2는 사우디 제다 북쪽 약 350km에 위치한 산업단지용 발전소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연료전환을 통해 기존 발전용량을 유지하면서도 탄소배출을 약 25%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기존 석유 기반 발전설비에서 친환경 저탄소 기술로의 전환을 현실화하며, 글로벌 그린 에너지 수요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기자재 공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앞서 두산은 2013년 얀부2 발전소 건설 당시에도 주기기를 공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축적된 현지 신뢰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료전환 프로젝트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사우디는 오는 2027년까지 매년 약 1.4GW 규모의 유사 프로젝트를 발주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두산의 이번 수주는 향후 추가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평가된다. 아울러 두산에너빌리티는 칠레, 베트남 등에서도 연료전환 사업을 병행 중이다.
이와 함께 캐나다 원자력 전문기업 캔두에너지(Candu Energy)와 우선공급자 협약을 체결했다. 캔두에너지는 캐나다 중수로 원자로 기술을 보유한 세계 유일의 기업으로, 전 세계에 총 31기의 캔두형 원자로가 운전 중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두산은 설계부터 제작, 시운전, 운영에 이르기까지 캔두에너지가 추진하는 중수로 원전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특히 두산은 2000여 개 협력사 중 유일한 해외기업으로 선정되며 기술력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거뒀다.
캔두에너지는 최근 1000MW급 신형 원자로인 '캔두 모나크'를 공개하며 세계 원전 시장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두산이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된 것은 중수로 원전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 원전 산업의 수출 모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에너지 산업 전체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두산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 및 캐나다 피커링 B 원전 피더관 공급 등 해외 중수로 시장 참여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김종두 원자력 BG장은 "두산에너빌리티가 해외기업 최초로 캔두에너지의 우선공급자로 선정된 것은 국내 원전 산업의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라며 "이번 협약을 기반으로 캔두에너지의 중수로 원전 설비개선 뿐만 아니라 신규 원전 사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양호연기자 hyy@dt.co.kr
27일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에서 진행된 얀부2 발전소 연료전환 공사 계약 체결식에서 마라픽 자말 압둘라만 오마르 수석 부사장(왼쪽),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 BG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원자력 사업 협력을 위한 우선공급자 협약 체결식에서 캔두에너지 개리 로즈 사장(오른쪽)과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BG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