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맞물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투자비용 확대 등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자동차 관세 인하 등 통상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강달러 유지 정책은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기업들의 환율 리스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작년 7월 미얀마 가스전 4단계 개발에 착수했다. 착수금액은 6억6700만달러로, 작년 6월25일 환율(1387.50원) 기준 9263억원이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환율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해 올 들어서는 줄곧 1450원 안팎 수준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한달 평균 환율(1445.59달러) 기준으로 한 총 투자 금액은 9642억원, 지난 10일(1482.90원) 기준으로는 9891억원까지 불어난다. 작년 공시 대비 각각 379억원, 628억원 불어난 금액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미국 보잉사의 신규 항공기 40대(203억491만달러)와 GE사의 신형 엔진 8대(3억8085만달러)의 구매를 이사회서 확정했다. 구매 금액은 이사회 결의일인 3월26일 환율(1466.90원) 기준 29조7853억원, 5587억원으로 총 30조3440억원이다. 1년 전인 작년 3월26일(1340.7원) 기준 환율을 적용할 경우 27조7334억원으로 2조5000억원가량 절약된다.
대한항공은 올 1분기 실적에서 연료비가 고환율 여파에 작년 동기보다 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변동할 경우 35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고 공시했다.
이처럼 고환율 기조가 수개월째 고착화되면서 기업들은 원가 부담뿐 아니라 투자비용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트럼프 2기, 미국과 중국의 수출통제에 따른 우리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인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미중 양국의 무역제재로 '환율 변동에 따른 원자재 조달비용 증가(63.4%)'와 '수급 불확실성(42.2%)'의 이중고에 직면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러한 고환율 기조가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3일부터 적용하는 수입차 관세 25%에 대한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통상 정책의 변화가 감지되지만 환율의 경우 강달러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작년 12월 분석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제조업 평균 제조원가는 4.43% 상승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 산업 평균 제조원가는 환율이 10% 오르면 2.98%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트럼프의 통상 정책이 단순 관세 인상을 통한 세수 확보가 목적이 아닌, 패권국 지위 유지가 배경으로 거론되는 만큼 환율 정책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제조업의 약세를 달러화의 과도한 평가절상을 한 원인으로 보고 있는 점도 이러한 예상에 힘을 싣는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지난 15일 니어재단 주최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 100일, 분석과 향후 전망' 특별 포럼에서 "큰 틀에서는 트럼프의 스페이스가 좁아지고 있다"면서도 "환율 압박은 여전히 있을 수 있다. 관세 정책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2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 협의'에 따른 '7월 패키지 딜' 가능성과 함께 과도했던 원화 약세폭 고려하면 점진적을 환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무역수지 적자 내 한국 비중, 역외(NDF) 원화 유동성과 꾸준한 대내 달러 수요를 고려하면 인위적 평가 절상은 어려워 보인다"며 "작년 미국 대선 이후 한국 실질실효환율 낙폭은 최대를 기록해 연내 환율은 점차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