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를 완화한다. 외국산 완성차에 부과한 25% 관세 외에 철강·알루미늄 등 다른 품목에 대한 관세가 중복으로 부과되지 않도록 조정하고, 궁극적으로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에 사용되는 수입 부품 전반에 대해서도 일부 관세를 완화하는 등의 내용이 주요 골자다. 당초 미국 정부는 내달 3일부터 자동차 부품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2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를 모두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업계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현대자동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계도 현대모비스와 만도 등이 국내에서 만든 차 부품을 써도 관세 부담을 한결 덜게 됐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 째인 오는 29일(현지시간) 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외곽에서 열리는 집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제조 자동차 1대 가격의 3.75%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부품 관세 환급이 가능해지고, 2년 차에는 2.75%로 축소된 뒤 점진적으로 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완화 방침과 관련해선 자동차 고율 관세로 생산과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미국 자동차 업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완성차 '빅3'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주축인 '자동차정책위원회'(AAPC) 등은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소비자 자동차 가격 상승, 딜러십 판매 감소와 차량 유지·수리비를 상승시키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미국 완성차 업계는 물론 현대차·기아도 관세 부담을 한결 덜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기아는 관세를 자체 부담하는 방식으로 6월까지 미국 내 차량 판매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B증권은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이익 감소 폭이 각각 3조4000억원, 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GM이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에서 판매하는 일부 차종 역시 수혜 대상이다.
다만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는 여전히 유지되는 만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과 현지 생산 확대 움직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부품 공급·물류를 포함한 미 현지화 전략을 수립하고 현지 공장의 생산 효율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전무)도 "미 생산 차량을 현지서 판매하는 구조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이번 조치는 자동차와 부품 관세를 예정보다 떨어뜨리겠다는 움직임"이라며 "전체적인 뉘앙스는 자동차와 부품 관세를 완화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기에 국내 완성차·부품 업체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장우진·임주희기자 jwj17@dt.co.kr
정의선(왼쪽 2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3번째) 대통령이 주재한 발표 행사에서 미국에 21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것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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