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평소 대통령 직속 원해
의원들은 국무총리 산하로 법안 발의
의원들은 국무총리 산하로 법안 발의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 최우선 개편 대상으로 꼽히는 부처는 예산 편성권을 보유한 기재부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기재부의 예산 편성 기능을 분리해 기획예산처 형태로 되돌리고, 나머지 기능은 재정부 또는 재정경제부 등으로 개편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7일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을 만나 "기재부라는 곳이 경제 기획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재정까지 다 틀어쥐어서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히 있다"며 권한 분산을 시사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도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별도로 분리할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미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오기형 의원은 기재부 예산 기능을 국무총리 소속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기재부 명칭을 재정경제부로 변경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허성무 의원은 현행 기재부를 기획예산부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일단 예산 기능만 떼어낸 예산처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지난 28일 국회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해 진행한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에서도 이같은 내용의 조직 개편안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회에에서 하태수 경기대 교수는 "기재부 예산실은 기획예산처로 두는 것이 적절하다"며 "예산은 전형적인 행정자원으로 국무총리가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예산처를 대통령실 산하에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산처를 국무총리 산하에 두는 것은 내각제에 적합한 모델로, 대통령실이 예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예산 편성은 국정운영의 궁극적 책임을 지는 대통령 직속으로 편제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실이 직접 예산 기능을 담당하면서 공약을 실천하고 정치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민주연구원 등에서도 대통령실 아래 예산처를 가져오는 방안을 논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예산처가 대통령실 산하에 설치될 경우 대통령실과 예산처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 기재부를 '부처의 왕' 이라고 비판하며 예산 기능을 분리하면서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 강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소속인 송언석 국회 기재위원장은 "이미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이제는 '곳간 열쇠'까지 대통령이 직접 쥐겠다는 것"이라며 "예산의 정치적 중립성은 무너지고 국가 재정이 단기적 정치 목적에 따라 남용될 위험이 크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이외에도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 분리,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부처 분리·통합,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개편 등 다양한 조직 개편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정권교체에 성공하더라도 조기대선으로 인수위 없이 곧바로 출범하는 차기 정부에서 이같은 조직 개편의 실현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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