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미사일 항암제'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의 수주 경쟁이 본격화됐다.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머크 등 빅파마들이 ADC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국내 CDMO 기업들도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인공지능(AI) 기술 등 차세대 모달리티, 플랫폼 기술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외 CMDO 업체의 생산설비 증설과 사업 확장으로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인 차세대 의약품 생산 수주 확보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ADC전용 생산시설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의무 공시 대상(전년도 매출액의 2.5% 이상)에 해당하지 않아 세부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수주 받아 생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 성공 이후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ADC 의약품은 15개이며, 진행 중인 임상은 15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허투의 성공이후 ADC 확보를 위한 경쟁이 이어지며 관련 임상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달부터 생산을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2개월 만에 세포주 개발 단계부터 ADC 원료의약품(DS) 생산까지 마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ADC 전용 생산 시설은 500ℓ 접합 반응기를 포함한 2개 생산라인, 1개 정제라인을 갖췄다. 생산라인은 싱글유즈 1개 라인과 싱글유즈 또는 스테인리스 설비 1개 라인으로 구성됐고 각 라인별로 연간 최대 100배치 생산이 가능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전용 생산시설에 AI를 활용한 자동화 공정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멀티모달리티 경험을 활용해 고객의 포트폴리오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ADC 생산시설 운영과 관련해 "오는 2027년 1분기까지 ADC 완제의약품(DP) 충전 설비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활용해 유망한 바이오텍 발굴과 투자를 통해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협력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신규 수주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1월 첫 수주에 이어 최근 미국 제약사와 약 7373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작년 매출액의 16.2%에 해당하는 계약이다.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 2캠퍼스 인근에 위치한 ADC 전용 생산시설. 강민성 기자 kms@
CDMO 후발주자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이달 ADC 관련 첫 수주를 따내며 미국 뉴욕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 내 ADC 생산시설 가동이 시작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아시아 소재 바이오 기업과 ADC 임상시험용 후보물질 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추가 고객사 확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미국 시러큐스 ADC 생산시설에는 1억달러(약 1430억원)가 투자됐다. 최대 1000ℓ 접합 반응기를 포함한 통합된 생산·정제 라인을 갖췄고, 자체적인 품질 관리(QC) 시험과 특성 분석 서비스도 제공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항체 전처리 과정부터 자동화된 원료 무균충전까지 싱글유즈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사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박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해당 수주 계약을 시작으로 고품질의 ADC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글로벌 시장에서 항체뿐 아니라 ADC를 포함한 위탁생산 기업으로의 입지를 견고히 할 것"이라며 "ADC 모달리티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 기회도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최근 뉴욕 시러큐스 캠퍼스에서 신유열(왼쪽 두번째) 글로벌전략실장, 제임스 박(왼쪽 세번째)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ADC 생산시설 준공 기념식을 열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