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업계 수수료 분급 기간 놓고 금융당국과 의견 엇갈려
대선정국 속 정치권도 "조율 필요"… 절충안 마련 불가피
대선정국 속 정치권도 "조율 필요"… 절충안 마련 불가피
금융당국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강력하게 밀어붙인 보험 판매 수수료 개편안이 암초를 만났다. 65만명이 넘는 설계사들이 생계 위협을 이유로 강력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개편안을 손볼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조만간 조율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초 안에서 후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0일 보험업계와 '보험 판매 수수료 개편 설명회'를 진행한다.
지난달 말에 이은 추가 설명회로, 추진 과정에서 설계사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날 예정된 '보험개혁 소통·점검 회의'가 다음 주로 연기된 가운데, 설명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최종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설명회는 그동안 보이콧을 선언했던 법인보험대리점(GA)협회 및 설계사들이 참여하기로 했다. GA업계는 그동안 개편안 논의 실무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반대 서명운동과 집회 등 집단 대응에 나섰다. 두 번째 설명회도 참여하지 않고 개최 장소인 예금보험공사 인근에서 반대 집회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에서 개편안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직접 소통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GA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측에서 최근 판매 수수료 개편안에 대해 일부 손볼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며 "직접 들어보며 합의점을 찾기 위해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설계사들과 타협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쟁점은 수수료 지급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개편안은 설계사에게 기존 1~2년간 나눠 지급한 수수료를 최장 7년간으로 확대하고, 소비자에게 상품·채널별 수수료를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GA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한 선지급 수수료에 대해 '1200% 룰(1년간 월 보험료의 1200% 초과 수수료 지급 제한)'을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GA 측에선 수수료 분급 기간이 길어질 경우 소득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보험 가입자가 계약 후 장기 계약 유지율이 떨어지는 만큼 해당 수수료를 챙길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보험 계약자의 30%는 2년 내 해지하며, 생명보험사의 3년 이상 계약 유지율은 40%대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융당국은 과도한 수수료 선지급으로 인해 계약 관리가 소홀해 유지율이 악화하고, 부당 승환과 잦은 이직 등 불건전한 영업 행태가 유발된다고 본다.
정치권도 나섰다. 정치권은 설계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설계사 절반 이상의 소득이 월 200만원으로 개편안대로 7년 나눠 지급하면 개인당 70만원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며 "취지가 좋더라도 소득이 줄면 생계가 걸린 문제라 동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계속 협의 중인 사안으로 서로 간 일부의 경우 조금 더 이해를 넓혀가는 부분이 있어 계속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정국을 맞아 금융당국의 보험 개혁 추진 의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존권을 앞세운 설계사들의 반발이 심한 만큼 금융당국이 절충안을 찾고자 했을 것"이라면서도 "대선과 맞물리면서 당초 안이 크게 후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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