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 탓 관광지 한산…유명산엔 '마지막 단풍' 행락객 몰려
12일 밤 수도권과 충청 등지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낙엽이 하수구를 막아 물이 빠지지 않아 도로가 물에 잠기거나, 쓰러진 나무가 고압선을 건드려 정전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13일 각 지자체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께부터 약 3시간 동안 서울 양천구 50.0㎜, 구로구 49.0㎜, 강북구 47.5㎜ 등의 많은 비가 내렸다.

서울시는 오후 9시 20분께 '호우와 낙엽으로 인한 배수불량 등 도로 노면수가 유입되고 있으니 침수와 안전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긴급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인천에선 같은 날 오후 8시 18분 연수구 청학사거리 도로가, 오후 9시 11분에는 계양구 임학지하차도가 침수됐다.

경기도에선 오후 9시 29분 빗물에 나무가 처지면서 고압선이 합선돼 광주 송정동과 초월읍 일대에 정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송정동 아파트에서 1명이 승강기에 갇혔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는 도로 장애 228건 등 총 236건의 호우 관련 안전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충북 충주에선 금봉대로 등 시내 도로 9곳이 침수됐고, 광주 광산구와 전남 순천시 일대에서도 낙엽으로 인해 배수로가 막혀 도로가 물에 잠겼다는 등의 신고가 20여건 들어왔다.

비는 13일 오전 들어 대부분 그쳤다. 흐린 날씨 탓에 많은 관광지가 평소에 비해 한산했다.

용인 한국민속촌은 지난 주말과 비교해 입장객이 크게 줄어 들었다. 용인 에버랜드는 이태원 참사 여파로 지난달 30일부터 핼러윈 프로그램의 운영을 중단하고 티익스프레스 등 어트랙션만 정상 운행했다.

인천 강화도 마니산을 찾은 등산객은 900여 명으로, 가을철 평균인 1300~1400명보다 적었다. 청라 호수공원과 송도 센트럴파크, 월미공원 등 시내 주요 공원을 찾은 시민들도 두꺼운 겉옷을 입은 채 걸음을 재촉했다.

제주도는 흐리고 곳에 따라 때때로 비가 내렸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제주도 북부와 서부, 동부엔 이날 오전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절정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붉은 단풍을 볼 수 있는 전국 유명산에는 행락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계룡산국립공원에는 이날 오후 1시까지 등반객 7145명이 찾아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속리산 국립공원에는 같은 시간 6400여 명이 입장해 법주사와 세심정을 잇는 세조길을 거닐며 저물어가는 가을 산사의 정취를 즐겼다. 월악산 국립공원에도 방한복 등을 챙겨 입은 탐방객 7700여 명이 방문, 천혜의 절경을 감상했다.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한 경기 파주 마장호수에는 주차장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고, 출렁다리로 유명한 감악산과 '경기의 소금강'이라는 별명이 있는 동두천 소요산 등도 마찬가지였다.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등 해수욕장에는 백사장을 거닐며 주말 오후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경북 경산 팔공산 갓바위와 대구대교구청 성모당에는 2023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갓바위를 찾은 학부모들은 자녀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앞에 두고 기도에 집중했다. 대구교구청 성모당을 찾은 학부모들도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저마다의 바람을 담은 초를 놓으며 노력의 결실을 거둘 수 있기를 바랐다. 김성준기자 illust76@dt.co.kr

폭우가 쏟아지며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인천에서 낙엽이 도로 옆 배수로를 막아 침수됐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지난 12일 오후 8시 12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도로 등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150건가량 119에 들어왔다. 사진은 이날 침수된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굴포천역 인근 도로 모습. [독자 제공=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8시 18분께 연수구 청학사거리 도로가 침수돼 출동한 소방대원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종각역 인근 배수로가 낙엽으로 일부 막혀있다. 비교적 많은 비가 내린 지난 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일부 도로와 인도에 물이 빠지지 않는다는 신고가 여러 건 들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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