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훈 자생식물 연구가
“요즘 강원도에 가면 한참 물이 오르고 있는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채취, 마치 만병통치약인 양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액은 알고보면 3%의 설탕물에 불과하지요.”
자생식물 연구가 오병훈씨(54)는 우리가 얼마나 식물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가를 설명하면서, 고로쇠나무의 예를 들었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 봄이 오면 싹을 틔우기 위해 수액을 낸다. 이 수액은 삼투압 현상에 의해 뿜어올리기 때문에, 한번 나무에 상처가 나면 흘러내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또 고로쇠나무 수액에는 대부분의 단풍나무과 나무들이 그렇듯이, 단맛을 내는 설탕물이 들어 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초콜릿, 젤리, 사탕의 단맛을 내기 위해 단풍나무 수액을 채취, 설탕을 뽑아낸다고 한다.
고로쇠나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오병훈씨는 “동의보감이나 어느 한의학 서적에도 고로쇠나무의 약효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많이 마시면 오히려 설탕물 때문에 당뇨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간에서 고로쇠의 어원이 골리수(骨利水)임을 감안, 뼈를 강화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중국의학서에서조차 그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들에게 살을 빼는 약으로 잘 알려진 동규자차의 허를 짚었다.
“동규자는 우리가 국거리로 끓여먹는 아욱의 씨로, 먹게 되면 독이 있어 설사를 일으킵니다. 그런데 어느날 다이어트약으로 둔갑, 비싸게 팔리는 것을 보면 한심한 노릇입니다.”
오병훈씨는 요즘 대학과 문화센터에 나가 특강을 할 때마다, 잘못 알려진 식물 이야기로 열변을 토한다. 물감을 들이는 염료로 쓰이는 홍화씨를 만병통치약으로 알고 먹었다가, 주근깨·검버섯이 번져 고생했던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식물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얼마나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했다.
자생식물을 연구하는 오병훈씨의 전공이 미술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한동안 교직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지금은 폐간된 ‘학생과학’ 기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런데 1984년 식물학자 이창복 선생을 만나 자생식물연구회에 가입하게 됐고, 이때부터 우리나라 산야를 헤매는 들꽃지기가 된 것이다.
“시골 농부들은 대개 300-500여종의 식물이름을 알고 있지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식물이 4500종이라고 할 때, 10분의 1정도를 농부들이 알고 있는 셈입니다.” 시골서 자란 그는 낯익은 고향의 모습에 다시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환경과 생태 보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점차 수생식물에 정이 쏠리게 됐다. 그의 새로운 전공이 나타난 것이다.
“수생식물은 물을 정화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런데 매립 등으로 점차 이들의 서식지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피난처를 만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된 거죠.” 그는 수생식물에 대한 자료를 모았고, 수생식물이 있는 곳을 쫓아다니다보니 어느새 전문가가 되고 말았다고 털어놓았다. 그 결과 서양에서 수입한 부레옥잠보다 미나리가 훨씬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현재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수생식물연구회(02-766-1686)에는 그와 뜻을 같이하는 6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식물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보급하고,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수생식물 보전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대길기자〉
“요즘 강원도에 가면 한참 물이 오르고 있는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채취, 마치 만병통치약인 양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액은 알고보면 3%의 설탕물에 불과하지요.”
자생식물 연구가 오병훈씨(54)는 우리가 얼마나 식물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가를 설명하면서, 고로쇠나무의 예를 들었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 봄이 오면 싹을 틔우기 위해 수액을 낸다. 이 수액은 삼투압 현상에 의해 뿜어올리기 때문에, 한번 나무에 상처가 나면 흘러내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또 고로쇠나무 수액에는 대부분의 단풍나무과 나무들이 그렇듯이, 단맛을 내는 설탕물이 들어 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초콜릿, 젤리, 사탕의 단맛을 내기 위해 단풍나무 수액을 채취, 설탕을 뽑아낸다고 한다.
고로쇠나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오병훈씨는 “동의보감이나 어느 한의학 서적에도 고로쇠나무의 약효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많이 마시면 오히려 설탕물 때문에 당뇨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간에서 고로쇠의 어원이 골리수(骨利水)임을 감안, 뼈를 강화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중국의학서에서조차 그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들에게 살을 빼는 약으로 잘 알려진 동규자차의 허를 짚었다.
“동규자는 우리가 국거리로 끓여먹는 아욱의 씨로, 먹게 되면 독이 있어 설사를 일으킵니다. 그런데 어느날 다이어트약으로 둔갑, 비싸게 팔리는 것을 보면 한심한 노릇입니다.”
오병훈씨는 요즘 대학과 문화센터에 나가 특강을 할 때마다, 잘못 알려진 식물 이야기로 열변을 토한다. 물감을 들이는 염료로 쓰이는 홍화씨를 만병통치약으로 알고 먹었다가, 주근깨·검버섯이 번져 고생했던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식물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얼마나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했다.
자생식물을 연구하는 오병훈씨의 전공이 미술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한동안 교직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지금은 폐간된 ‘학생과학’ 기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런데 1984년 식물학자 이창복 선생을 만나 자생식물연구회에 가입하게 됐고, 이때부터 우리나라 산야를 헤매는 들꽃지기가 된 것이다.
“시골 농부들은 대개 300-500여종의 식물이름을 알고 있지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식물이 4500종이라고 할 때, 10분의 1정도를 농부들이 알고 있는 셈입니다.” 시골서 자란 그는 낯익은 고향의 모습에 다시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환경과 생태 보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점차 수생식물에 정이 쏠리게 됐다. 그의 새로운 전공이 나타난 것이다.
“수생식물은 물을 정화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런데 매립 등으로 점차 이들의 서식지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피난처를 만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된 거죠.” 그는 수생식물에 대한 자료를 모았고, 수생식물이 있는 곳을 쫓아다니다보니 어느새 전문가가 되고 말았다고 털어놓았다. 그 결과 서양에서 수입한 부레옥잠보다 미나리가 훨씬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현재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수생식물연구회(02-766-1686)에는 그와 뜻을 같이하는 6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식물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보급하고,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수생식물 보전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대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