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너스리 지음/우종근 옮김/한국경제신문/9500원
“나는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 당시 ‘인콰이어(Enquire)’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이름은 어린 시절 봤던 빅토리아왕조시대 격언을 담고 있는 케케묵은 책 ‘무엇이든 물어보세요(Enquire within upon Everything)’에서 따온 것이다. 이 책은 옷에 묻은 티끌을 떨어내는 방법에서 돈을 투자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의 세계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동안 월드와이드웹(WWW)을 만들게 된 동기와 과정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팀 버너스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첫마디는 오늘날 전세계인들을 정보의 바다로 안내한 웹의 첫 이름을 인콰이어로 지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우리가 웹을 통해 모든 정보의 세계로 통하기를 바랐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웹을 만들던 시절을 회고하면서 “웹에 대한 나의 비전은 무엇이든 서로 연결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비전이 실현되면 인간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인류의 발전속도도 인간 자신을 스스로 속박하고 있는 계층화된 계급 시스템 하에서는 엄두도 못낼 정도로 빨라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누가 이러한 팀 버너스리의 생각과 그 깊이를 이해하고 있었을까. 팀 버너스리의 자서전(Weaving the Web)은 그래서 인터넷의 출발과 지금까지의 과정을 읽는 재미보다, 그 안에 있는 팀 버너스리의 사상과 철학을 읽는 재미가 훨씬 더 크다.
팀 버너스리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궁금증부터 먼저 풀기 시작한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수학자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세계 최초의 상업용 프로그램을 탑재한 컴퓨터 개발에 참여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이러한 집안 배경은 그를 컴퓨터와 친숙하게 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1976년 옥스퍼드 퀸즈칼리지에서 물리학 학위를 받았지만, 마이크로프로세스와 중고 텔레비전을 구입해 자신의 컴퓨터를 만들 만큼 컴퓨터광이었다.
그러던 그가 1980년 유럽핵물리연구소(CERN)에 들어갔던 것은 운명적이었다고 할까. 그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학자들이 모여들었고, 그는 이들이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CERN에서 단기적인 소프트웨어 컨설팅 작업을 맡았던 그는 마침내 여가시간을 이용해 이들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컴퓨터가 어디에 있든 그 속에 저장된 모든 정보를 연결시키는 방법을 찾아나선 것이다. 일종의 세계통합을 위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에 팀 버너스리는 못마땅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가 어떤 과정을 겪고, 어떤 생각을 다져나갔는지를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자서전의 특징은 여기에 있다.
그는 사람들이 웹을 창안하게 된 동기를 물을 때 “전적으로 무제한적인 거미줄같은 방식으로 생각을 배열하는데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고백하곤 했다. 이러한 고백은 자서전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초의 웹서버 info.cern.ch(CERN의 컴퓨터시스템에 붙인 주소)를 만들고, 다양한 웹 브라우저가 등장하는 과정마다 그는 자신의 솔직한 생각들을 풀어놓고 있다.
그 결정판은 1994년 CERN에서 열린 최초의 국제 월드와이드웹 회의에 참석해 그가 했던 폐막연설일 것이다. 그는 이 연설에서 “기술은 사회적으로 윤리적인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기술자들은 이 두가지 문제를 남에게 미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자신이 만든 웹이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어린이 보호, 지적재산권 등의 문제를 등한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생애의 희망은 전세계 모든 사람들 간의 상호연결에서 출발한다”는 그의 말은 그의 사상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개인이 전체의 이름으로 지배당하는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팀 버너스리의 자서전은 위대한 기술은 위대한 사상을 통해 탄생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다만 1999년 출판됐는데, 이제서야 번역된 것이 아쉽다.
〈홍대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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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 당시 ‘인콰이어(Enquire)’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이름은 어린 시절 봤던 빅토리아왕조시대 격언을 담고 있는 케케묵은 책 ‘무엇이든 물어보세요(Enquire within upon Everything)’에서 따온 것이다. 이 책은 옷에 묻은 티끌을 떨어내는 방법에서 돈을 투자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의 세계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동안 월드와이드웹(WWW)을 만들게 된 동기와 과정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팀 버너스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첫마디는 오늘날 전세계인들을 정보의 바다로 안내한 웹의 첫 이름을 인콰이어로 지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우리가 웹을 통해 모든 정보의 세계로 통하기를 바랐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웹을 만들던 시절을 회고하면서 “웹에 대한 나의 비전은 무엇이든 서로 연결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비전이 실현되면 인간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인류의 발전속도도 인간 자신을 스스로 속박하고 있는 계층화된 계급 시스템 하에서는 엄두도 못낼 정도로 빨라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누가 이러한 팀 버너스리의 생각과 그 깊이를 이해하고 있었을까. 팀 버너스리의 자서전(Weaving the Web)은 그래서 인터넷의 출발과 지금까지의 과정을 읽는 재미보다, 그 안에 있는 팀 버너스리의 사상과 철학을 읽는 재미가 훨씬 더 크다.
팀 버너스리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궁금증부터 먼저 풀기 시작한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수학자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세계 최초의 상업용 프로그램을 탑재한 컴퓨터 개발에 참여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이러한 집안 배경은 그를 컴퓨터와 친숙하게 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1976년 옥스퍼드 퀸즈칼리지에서 물리학 학위를 받았지만, 마이크로프로세스와 중고 텔레비전을 구입해 자신의 컴퓨터를 만들 만큼 컴퓨터광이었다.
그러던 그가 1980년 유럽핵물리연구소(CERN)에 들어갔던 것은 운명적이었다고 할까. 그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학자들이 모여들었고, 그는 이들이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CERN에서 단기적인 소프트웨어 컨설팅 작업을 맡았던 그는 마침내 여가시간을 이용해 이들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컴퓨터가 어디에 있든 그 속에 저장된 모든 정보를 연결시키는 방법을 찾아나선 것이다. 일종의 세계통합을 위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에 팀 버너스리는 못마땅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가 어떤 과정을 겪고, 어떤 생각을 다져나갔는지를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자서전의 특징은 여기에 있다.
그는 사람들이 웹을 창안하게 된 동기를 물을 때 “전적으로 무제한적인 거미줄같은 방식으로 생각을 배열하는데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고백하곤 했다. 이러한 고백은 자서전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초의 웹서버 info.cern.ch(CERN의 컴퓨터시스템에 붙인 주소)를 만들고, 다양한 웹 브라우저가 등장하는 과정마다 그는 자신의 솔직한 생각들을 풀어놓고 있다.
그 결정판은 1994년 CERN에서 열린 최초의 국제 월드와이드웹 회의에 참석해 그가 했던 폐막연설일 것이다. 그는 이 연설에서 “기술은 사회적으로 윤리적인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기술자들은 이 두가지 문제를 남에게 미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자신이 만든 웹이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어린이 보호, 지적재산권 등의 문제를 등한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생애의 희망은 전세계 모든 사람들 간의 상호연결에서 출발한다”는 그의 말은 그의 사상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개인이 전체의 이름으로 지배당하는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팀 버너스리의 자서전은 위대한 기술은 위대한 사상을 통해 탄생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다만 1999년 출판됐는데, 이제서야 번역된 것이 아쉽다.
〈홍대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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