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과학의 생활화를 위해 이번주부터 격주마다 이론 물리화학자인 정규성 건양대 화학과 교수가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과학이야기를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몇 년전 ’제 5원소’라는 제목의 영화가 인기를 모았던 적이 있다. 과연 그 영화를 보면서 5원소라는 본질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원소(element)란 단어는 인류가 오랜 세월동안 관심을 가져온 역사적 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의 문명 사회는 셀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물건들을 만들어냈지만, 그 근본은 100여종의 단순한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약간의 과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원소의 근본이 되는 원자 (atom)라는 미시적 입자도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원자라는 단어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탈레스는 물로 만물을 설명하고자 했고, 이같은 생각은 좀더 발전돼 우주만물이 물·불·흙·공기의 4가지 원소로 이뤄져 있다는 4원소설로 발전된다. 이 물질이론은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소리처럼 들리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들었음직한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결합시키게 되면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태초에 조물주가 사람을 흙으로 빚어 불에 구워 만들었는데, 그 구운 정도에 따라 사람의 피부색이 결정됐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조물주가 사람을 만드는데 사용한 재료는 다름 아닌, 바로 흙·물·불·공기의 4원소란 사실이다. 이 이야기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살던 수메르인들의 창조설화와 유사하며, 성경의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 점이 있다. 4원소설은 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들던 인간들의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싹튼 이야기로 추측된다.
대지의 측량과 건축에 필수적인 기학학을 발전으로 인간들은 수학적 영감에 따라 4원소설과 기하학을 절묘하게 연결시켰다. 고대인들은 존재 가능한 5개의 정다면체 중 4개를 이용하여 4원소의 실체를 설명했다. (불=정4면체, 흙=정6면체, 공기=정8면체, 물=정20면체, 그림 참조) 이렇게 하고 보면,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흙 (가장 안정한 모양이므로 흙으로 생각했던 것이 당연하다) 을 제외한 나머지 3원소는 정삼각형을 한 면으로 하므로 상호 변환의 가능성이 있음이 당연하고, 이러한 생각은 후일 원소의 상호변환을 통해 귀금속을 만들고자 했던 연금술로 발전되는 것이다. 물론 연금술은 성공하지 못했으나, 그 과정에서 축적된 엄청난 실험적 데이터가 현대과학을 성립시키는 한 축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편 마지막 하나인 정12면체는 한 면이 정오각형이며 이것은 다른 원소와는 구별되는 특별한 것이었다. 그러니 이는 타락한 인간 세상이 아닌 우주 저 너머의 어떤 신성한 영역에 속하는 원소였으며, 인간은 오랫동안 이를 신의 영역이라 생각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같은 과학자가 종교재판에서 자신의 의지를 굽힐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신의 영역에 도전을 용납치 않은 인류의 역사 때문이었다. 흔히 흙에서 태어났으니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쓰고는 있지만, 이런 한마디에도 흥미로운 과학과 역사의 뒷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과학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과학은 그 자체가 바로 우리의 역사이며 생활인 것이다.
〈건양대 화학과 교수· gschung@kytis.konyang.ac.kr〉
〈편집자주〉.
몇 년전 ’제 5원소’라는 제목의 영화가 인기를 모았던 적이 있다. 과연 그 영화를 보면서 5원소라는 본질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원소(element)란 단어는 인류가 오랜 세월동안 관심을 가져온 역사적 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의 문명 사회는 셀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물건들을 만들어냈지만, 그 근본은 100여종의 단순한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약간의 과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원소의 근본이 되는 원자 (atom)라는 미시적 입자도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원자라는 단어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탈레스는 물로 만물을 설명하고자 했고, 이같은 생각은 좀더 발전돼 우주만물이 물·불·흙·공기의 4가지 원소로 이뤄져 있다는 4원소설로 발전된다. 이 물질이론은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소리처럼 들리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들었음직한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결합시키게 되면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태초에 조물주가 사람을 흙으로 빚어 불에 구워 만들었는데, 그 구운 정도에 따라 사람의 피부색이 결정됐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조물주가 사람을 만드는데 사용한 재료는 다름 아닌, 바로 흙·물·불·공기의 4원소란 사실이다. 이 이야기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살던 수메르인들의 창조설화와 유사하며, 성경의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 점이 있다. 4원소설은 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들던 인간들의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싹튼 이야기로 추측된다.
대지의 측량과 건축에 필수적인 기학학을 발전으로 인간들은 수학적 영감에 따라 4원소설과 기하학을 절묘하게 연결시켰다. 고대인들은 존재 가능한 5개의 정다면체 중 4개를 이용하여 4원소의 실체를 설명했다. (불=정4면체, 흙=정6면체, 공기=정8면체, 물=정20면체, 그림 참조) 이렇게 하고 보면,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흙 (가장 안정한 모양이므로 흙으로 생각했던 것이 당연하다) 을 제외한 나머지 3원소는 정삼각형을 한 면으로 하므로 상호 변환의 가능성이 있음이 당연하고, 이러한 생각은 후일 원소의 상호변환을 통해 귀금속을 만들고자 했던 연금술로 발전되는 것이다. 물론 연금술은 성공하지 못했으나, 그 과정에서 축적된 엄청난 실험적 데이터가 현대과학을 성립시키는 한 축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편 마지막 하나인 정12면체는 한 면이 정오각형이며 이것은 다른 원소와는 구별되는 특별한 것이었다. 그러니 이는 타락한 인간 세상이 아닌 우주 저 너머의 어떤 신성한 영역에 속하는 원소였으며, 인간은 오랫동안 이를 신의 영역이라 생각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같은 과학자가 종교재판에서 자신의 의지를 굽힐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신의 영역에 도전을 용납치 않은 인류의 역사 때문이었다. 흔히 흙에서 태어났으니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쓰고는 있지만, 이런 한마디에도 흥미로운 과학과 역사의 뒷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과학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과학은 그 자체가 바로 우리의 역사이며 생활인 것이다.
〈건양대 화학과 교수· gschung@kytis.ko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