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아시아 국가중 ‘스마트카드’산업 발전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꼽힌다. ‘카드 천국’으로 불릴 정도다.
지난 6월 29일 오후 9시, 싱가포르 중심지인 오차드거리. 오차드거리는 서울 강남역이나 압구정동에 비견될 정도로 고급쇼핑센터가 많고 외국관광객들도 넘쳐나 젊음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 우연히 만난 비자코리아 장성빈 부장은 “비자아태본부 소속이라 자주 싱가포르에 출장을 온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카드브랜드인 비자(Visa)인터내셔널의 아태지역본부가 있는 곳.
오차드거리에 즐비한 쇼핑점들을 둘러보면서 가장 유심히 살펴본 것은 카드결제단말기. 그중 전자화폐단말기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서는 신용카드단말기는 흔하지만 아직 일반가맹점에서 전자화폐단말기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찾기’처럼 쉽지가 않다.
싱가포르에는 거의 모든 가게에서 신용카드단말기와 전자화폐단말기, 각종 직불카드단말기를 모두 구비해 놓고 있었다. 싱가포르 스마트카드 결제인프라는 이미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제인프라가 탄탄하게 구축되면 스마트카드 산업은 발전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외국관광객들도 쇼핑하기에 편리하다. 한 가게 점원은 “몇푼 안되는 핫도그를 하나 사먹어도 신용카드로 결제할 정도로 카드 사용이 일반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면서도 신용카드 발급조건에는 엄격한 제약을 두고 있다. 카드를 발급받더라도 자신 월급의 2배 이상은 사용할 수 없다.
그러면 싱가포르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빠른 시간안에 스마트카드 천국이 됐을까.
사실 스마트카드만 놓고 볼 때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출발이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에야 현지 일부백화점들이 고객잡기 차원에서 로열티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스마트카드 산업의 직접적인 발전원인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다.
싱가포르 중앙은행(MAP)은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지불수단을 전자화하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특히 싱가포르 교통국이 가세해 각종 유료도로 톨게이트 비용을 스마트카드에 기반한 전자결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한게 직접적인 기폭제가 됐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거의 반강제적으로 스마트카드 사용을 강요당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ERP(Electronic Road Pricing)시스템이다. 일종의 ‘도로요금자동징수시스템’으로 지난 98년 3월초부터 실시됐다. 싱가포르 시내를 질주하다 보면 유료도로위로 ‘ERP’라고 쓰어진 대형아치를 볼 수 있는데 차량이 이 아치를 통과하는 순간 도로요금이 차량에 부착된 결제단말기로 자동입력된다. 싱가포르가 ERP제도를 도입한 것은 교통난 해소 때문이었다.
만약 싱가포르가 서울 남산 1호~3호 톨게이트처럼 요금징수원을 배치해놓고 일일히 요금을 받았다면 순간적인 차량정차로 인해 도시 곳곳이 정체됐을 것이고 이로 인해 결국 관광객 감소까지도 야기됐을 것이다.
싱가포르는 ERP시스템 도입이전까지 ALS(Area Licensing Scheme)라는 쿠폰방식을 이용해 도시교통난을 해소해왔지만 차량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게이트를 무정차통과해도 도로요금이 자동결제되는 ERP시스템으로 전환했다. 현재 한국에서도 한국도로공사가 지난해초부터 서울 분당 등 7개소를 지정해 무정차 도로요금결제시스템을 시범운영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ERP 규정 때문에 차량의 운전석 앞쪽유리에 전자단말기(일명 Eletronic Gadge)를 반드시 부착해야 한다. 단 공공버스와 경찰차, 소방차, 엠블런스 등 긴급차량은 ERP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요금단말기에는 캐시카드(Cash Card)라고 하는 일종의 스마트카드를 꼽는데 이는 요금정산 기록을 스마트카드에 저장하기 위해서다. 운전자는 운전이 끝나면 카드에 기록된 요금내역을 볼 수 있다. 또 이 카드는 도로요금결제 외에 식당 등 다른 유통가맹점에서도 사용한다. 캐시카드 앞면에는 IC칩이 부착돼 있다. 현지 한 택시기사는 “신용카드가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캐시카드를 가지고 음식점 등 일반결제 용도로 쓰는 경우가 크게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차량들은 ERP 지역을 통과할때만 도로세를 지불한다.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PIE(Pan Island Express), ECP(East Coast Parkway) 등이 싱가포르 ERP 적용구역이다.
기자가 묵었던 리츠칼튼호텔 종업원 위니에(19)양은 “ERP 요금체계도 시간대별, 요일별로 다르다. ERP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ERP구역 통과요금은 대개 혼잡시간대에는 2달러50센트에서 3달러 미만이고 적용시간대가 아닌 경우에는 1달러~1달러50센트정도다.
ERP는 싱가포르 정부의 주요 세수원이기도 하다. 최근 싱가포르 정부가 세수증대를 위해 ERP 요금을 올리려고 하자 이를 놓고 여당, 야당 할 것없이 적지않은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싱가포르 카드사용 문화는 교통요금결제에서 직접적인 뿌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버스만 하더라도 거슬러주기 위해 필요한 잔돈은 아예 준비해 놓고 있지도 않다. 정부는 1달러50센트(싱가포르달러)를 주고 ‘트랜짓링크(TransitLink Fare Card)’카드를 구입하면 버스나 지하철 구분없이 편리하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스마트카드 사용에 대해 혹시 거부감같은 것은 없을까. 외견상 큰 반발은 없다. 오히려 ‘현재 발급된 운전면허증까지도 여러기능을 담은 전자카드 형태로 전환하는게 더욱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고 주장하는 여론이 높은 편이다.
지난 6월 29일 오후 9시, 싱가포르 중심지인 오차드거리. 오차드거리는 서울 강남역이나 압구정동에 비견될 정도로 고급쇼핑센터가 많고 외국관광객들도 넘쳐나 젊음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 우연히 만난 비자코리아 장성빈 부장은 “비자아태본부 소속이라 자주 싱가포르에 출장을 온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카드브랜드인 비자(Visa)인터내셔널의 아태지역본부가 있는 곳.
오차드거리에 즐비한 쇼핑점들을 둘러보면서 가장 유심히 살펴본 것은 카드결제단말기. 그중 전자화폐단말기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서는 신용카드단말기는 흔하지만 아직 일반가맹점에서 전자화폐단말기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찾기’처럼 쉽지가 않다.
싱가포르에는 거의 모든 가게에서 신용카드단말기와 전자화폐단말기, 각종 직불카드단말기를 모두 구비해 놓고 있었다. 싱가포르 스마트카드 결제인프라는 이미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제인프라가 탄탄하게 구축되면 스마트카드 산업은 발전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외국관광객들도 쇼핑하기에 편리하다. 한 가게 점원은 “몇푼 안되는 핫도그를 하나 사먹어도 신용카드로 결제할 정도로 카드 사용이 일반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면서도 신용카드 발급조건에는 엄격한 제약을 두고 있다. 카드를 발급받더라도 자신 월급의 2배 이상은 사용할 수 없다.
그러면 싱가포르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빠른 시간안에 스마트카드 천국이 됐을까.
사실 스마트카드만 놓고 볼 때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출발이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에야 현지 일부백화점들이 고객잡기 차원에서 로열티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스마트카드 산업의 직접적인 발전원인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다.
싱가포르 중앙은행(MAP)은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지불수단을 전자화하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특히 싱가포르 교통국이 가세해 각종 유료도로 톨게이트 비용을 스마트카드에 기반한 전자결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한게 직접적인 기폭제가 됐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거의 반강제적으로 스마트카드 사용을 강요당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ERP(Electronic Road Pricing)시스템이다. 일종의 ‘도로요금자동징수시스템’으로 지난 98년 3월초부터 실시됐다. 싱가포르 시내를 질주하다 보면 유료도로위로 ‘ERP’라고 쓰어진 대형아치를 볼 수 있는데 차량이 이 아치를 통과하는 순간 도로요금이 차량에 부착된 결제단말기로 자동입력된다. 싱가포르가 ERP제도를 도입한 것은 교통난 해소 때문이었다.
만약 싱가포르가 서울 남산 1호~3호 톨게이트처럼 요금징수원을 배치해놓고 일일히 요금을 받았다면 순간적인 차량정차로 인해 도시 곳곳이 정체됐을 것이고 이로 인해 결국 관광객 감소까지도 야기됐을 것이다.
싱가포르는 ERP시스템 도입이전까지 ALS(Area Licensing Scheme)라는 쿠폰방식을 이용해 도시교통난을 해소해왔지만 차량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게이트를 무정차통과해도 도로요금이 자동결제되는 ERP시스템으로 전환했다. 현재 한국에서도 한국도로공사가 지난해초부터 서울 분당 등 7개소를 지정해 무정차 도로요금결제시스템을 시범운영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ERP 규정 때문에 차량의 운전석 앞쪽유리에 전자단말기(일명 Eletronic Gadge)를 반드시 부착해야 한다. 단 공공버스와 경찰차, 소방차, 엠블런스 등 긴급차량은 ERP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요금단말기에는 캐시카드(Cash Card)라고 하는 일종의 스마트카드를 꼽는데 이는 요금정산 기록을 스마트카드에 저장하기 위해서다. 운전자는 운전이 끝나면 카드에 기록된 요금내역을 볼 수 있다. 또 이 카드는 도로요금결제 외에 식당 등 다른 유통가맹점에서도 사용한다. 캐시카드 앞면에는 IC칩이 부착돼 있다. 현지 한 택시기사는 “신용카드가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캐시카드를 가지고 음식점 등 일반결제 용도로 쓰는 경우가 크게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차량들은 ERP 지역을 통과할때만 도로세를 지불한다.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PIE(Pan Island Express), ECP(East Coast Parkway) 등이 싱가포르 ERP 적용구역이다.
기자가 묵었던 리츠칼튼호텔 종업원 위니에(19)양은 “ERP 요금체계도 시간대별, 요일별로 다르다. ERP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ERP구역 통과요금은 대개 혼잡시간대에는 2달러50센트에서 3달러 미만이고 적용시간대가 아닌 경우에는 1달러~1달러50센트정도다.
ERP는 싱가포르 정부의 주요 세수원이기도 하다. 최근 싱가포르 정부가 세수증대를 위해 ERP 요금을 올리려고 하자 이를 놓고 여당, 야당 할 것없이 적지않은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싱가포르 카드사용 문화는 교통요금결제에서 직접적인 뿌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버스만 하더라도 거슬러주기 위해 필요한 잔돈은 아예 준비해 놓고 있지도 않다. 정부는 1달러50센트(싱가포르달러)를 주고 ‘트랜짓링크(TransitLink Fare Card)’카드를 구입하면 버스나 지하철 구분없이 편리하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스마트카드 사용에 대해 혹시 거부감같은 것은 없을까. 외견상 큰 반발은 없다. 오히려 ‘현재 발급된 운전면허증까지도 여러기능을 담은 전자카드 형태로 전환하는게 더욱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고 주장하는 여론이 높은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