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6월 국내 소프트웨어 역사에 길이 남을 히트작이 한 편 탄생했다. 10대 초등학생부터 60대 노인들까지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프로그램, `알집'(ALZip)이 그 주인공.
알집은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급속도로 네티즌들 사이에 퍼지더니 2000년에는 국내 다운로드 사이트인 `마이폴더넷'과 `보물섬'에서 한해 동안 가장 큰 인기를 끈 소프트웨어로 꼽혔기까지 했다. 알집이 나온 지 4년이 지난 올해 상반기에도 `알집'이란 단어는 포털 사이트 엠파스가 발표한 인기 검색어 순위 3위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생기를 잃어가던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알집을 개발한 이스트소프트(www.estsoft.com)는 단숨에 IT 업계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스트소프트를 하루 아침에 유명세를 얻은 닷컴 기업처럼 보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한꺼풀만 들어보면 이스트소프트만큼 내공이 깊은 업체도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올해로 업력이 무려 10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4명으로 시작한 무명 벤처 기업이었던 이스트소프트도 50여명이 넘는 탄탄한 회사로 바뀌었다.
김장중 사장의 역사는 이스트소프트의 그것과 궤를 같이 한다. 1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스트소프트와 함께 산전수전을 겪어왔다. 10년 전에 봤던 패기와 열정이 넘치던 표정은 신뢰를 주는 믿음직스러운 경영자의 무게감으로 변했다.
알집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1993년 대학생 신분으로 회사를 만든 김장중 사장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지금보다 훨씬 빛났다. 당시 대학생 창업은 감히 엄두도 내기 힘들 일이었다. 게다가 철옹성이던 한글과컴퓨터를 대적하겠다고 나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이다. 당시 이스트가 내놓은 프로그램은 `21세기워드프로세서'. `박리다매' 전략으로 저변을 확대했지만 김 사장에게 날아든 입영통지서는 `21세기'의 생명을 단축시켰다.
김 사장이 군대에 가있는 동안 명맥만 유지하다 96년 호형호제하고 지내던 한메소프트와 합병을 결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운명의 여신은 김 사장의 편이 아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메소프트의 대주주인 대농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합병은 결렬됐고, 김 사장은 서류상으로 남아있던 이스트소프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한메소프트 시절 개발했던 POS 시스템을 판매하고 틈새시장을 노려 PC방에 필요한 매니저프로그램을 만들어 영업을 뛰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직원이 거래처에서 온 압축파일을 풀지 못해 업무를 보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영어를 몰라 압축파일을 풀 수 없었다는 것. 그 여직원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 바로 `알집'이다. 알집이라는 이름은 개발자인 민영환씨의 `민'의 영어 자판인 `als'와 압축 프로그램의 대명사였던 `윈집'의 `zip'을 합한 것.
눈높이를 낮춰서 였을까. `기왕에 만든 프로그램, 자료실에나 올려놓자'라고 했던 것이 날개도친 듯이 컴퓨터를 타고 날아갔다. 그리고 게시판은 알집에 대한 문의로 도배가 됐다. 이것이 기회라고 판단한 김 사장은 알집에 개발력을 투입,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씨'와 `알 FTP' 등 `알' 형제들을 하나씩 추가로 내놓았다.
김장중 사장은 "알집이 유명해지면서 `알'을 브랜드화 하기로 했고 효과가 즉시 나타났다"며 "소프트웨어 사업도 브랜드에서 승부가 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알집 브랜드의 힘은 엄청났다. 2000년 6월 인터넷 거품이 다 꺼져 아무도 더 이상 인터넷 공모는 신경도 쓰지 않을 때 이스트소프트는 알집에 광고를 띄우는 것만으로 인터넷 공모에 도전했다. 인터넷 공모를 마감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채 2분이 걸리지 않았다. 150여명의 네티즌들로부터 1억8000만원의 자금이 모였고, 뒤이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9배수에 투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여유자금을 가지고 이스트소프트는 아이맨과 인터넷디스크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알 패키지도 자신있게 유료화로 돌렸다. 1년이 지난 이후, 이스트소프트의 매출의 질은 몇 년전과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다. `용역을 하려면 소프트웨어 회사를 할 필요가 없다'라고 버릇처럼 말해온 김 사장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갔다. 용역보다 패키지 판매와 서비스 판매가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터넷디스크만으로 매달 들어오는 수입이 1000만원을 넘기던 것이 올해는 매달 3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알집 패키지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또 인터넷디스크가 서비스뿐만 아니라 솔루션 영업도 이루어지고 있어, 더욱 희망적이다. 인터넷 디스크는 사용자가 너무 많아서 성능이 좋다는 EMC 스토리지 장비가 나가떨어질 정도다.
김장중 사장은 "패키지 매출은 대부분 4사분기에 오르기 때문에 올해 연말을 기대하고 있다"며 "인터넷 디스크 개발에 좀더 힘을 써서 서비스에서 올리는 매출 비중을 더욱 높여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게임 분야에도 도전장을 내볼 계획이다. 게임이야말로 기술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종합 작품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몇 년 전 `라스트 레이버즈'라는 게임을 개발해 고배를 마신 경험도 있다. 김 사장은 "당시에는 락이 너무 빨리 깨져서 어찌 손을 쓸 수가 없었다"며 "미래를 볼 때 우리 회사의 리소스들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게임"이라고 말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경영하는데 어려움이 없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10년 세월이 엔지니어 마인드를 없애준 것 같다"며 "밤에는 MBA 과정 수업을 듣고 있는데, 10년 동안의 경험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초기 야근과 밤샘을 밥먹듯이 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을 보냈던 김 사장이지만, 지난 몇 년 전부터 스타일을 바꿨다. 8시 출근, 5시 퇴근, 주 5일제를 칼같이 지키고 있는 것. 김 사장은 "이제는 롱텀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 그것이 이같은 시스템을 만든 이유"라며 "스스로 동양적인 기업가라고 생각한다. 호봉제와 종신고용제, 직원간의 멤버십을 강조하고, 경력자보다는 초보자를 뽑아서 우리 문화에 맞게 키운다. 그것이 이스트소프트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지난 10월 2일 양재근린공원에서 임직원과 가족들을 모아놓고 1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그는 10여 년 간 사업하는 동안 가장 가슴 벅찬 순간으로 그 때를 꼽는다.
중학생 때 `20대에는 1억 짜리 회사를, 30대에는 10억 짜리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꿨던 김장중 사장은 2005년에는 1000만명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10개를 출시하고 2010년에는 1억명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10개를 내놓겠다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어릴 적 그의 꿈이 현실이 된 것처럼, 어른이 된 오늘의 꿈이 또 한번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알집은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급속도로 네티즌들 사이에 퍼지더니 2000년에는 국내 다운로드 사이트인 `마이폴더넷'과 `보물섬'에서 한해 동안 가장 큰 인기를 끈 소프트웨어로 꼽혔기까지 했다. 알집이 나온 지 4년이 지난 올해 상반기에도 `알집'이란 단어는 포털 사이트 엠파스가 발표한 인기 검색어 순위 3위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생기를 잃어가던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알집을 개발한 이스트소프트(www.estsoft.com)는 단숨에 IT 업계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스트소프트를 하루 아침에 유명세를 얻은 닷컴 기업처럼 보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한꺼풀만 들어보면 이스트소프트만큼 내공이 깊은 업체도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올해로 업력이 무려 10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4명으로 시작한 무명 벤처 기업이었던 이스트소프트도 50여명이 넘는 탄탄한 회사로 바뀌었다.
김장중 사장의 역사는 이스트소프트의 그것과 궤를 같이 한다. 1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스트소프트와 함께 산전수전을 겪어왔다. 10년 전에 봤던 패기와 열정이 넘치던 표정은 신뢰를 주는 믿음직스러운 경영자의 무게감으로 변했다.
알집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1993년 대학생 신분으로 회사를 만든 김장중 사장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지금보다 훨씬 빛났다. 당시 대학생 창업은 감히 엄두도 내기 힘들 일이었다. 게다가 철옹성이던 한글과컴퓨터를 대적하겠다고 나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이다. 당시 이스트가 내놓은 프로그램은 `21세기워드프로세서'. `박리다매' 전략으로 저변을 확대했지만 김 사장에게 날아든 입영통지서는 `21세기'의 생명을 단축시켰다.
김 사장이 군대에 가있는 동안 명맥만 유지하다 96년 호형호제하고 지내던 한메소프트와 합병을 결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운명의 여신은 김 사장의 편이 아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메소프트의 대주주인 대농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합병은 결렬됐고, 김 사장은 서류상으로 남아있던 이스트소프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한메소프트 시절 개발했던 POS 시스템을 판매하고 틈새시장을 노려 PC방에 필요한 매니저프로그램을 만들어 영업을 뛰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직원이 거래처에서 온 압축파일을 풀지 못해 업무를 보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영어를 몰라 압축파일을 풀 수 없었다는 것. 그 여직원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 바로 `알집'이다. 알집이라는 이름은 개발자인 민영환씨의 `민'의 영어 자판인 `als'와 압축 프로그램의 대명사였던 `윈집'의 `zip'을 합한 것.
눈높이를 낮춰서 였을까. `기왕에 만든 프로그램, 자료실에나 올려놓자'라고 했던 것이 날개도친 듯이 컴퓨터를 타고 날아갔다. 그리고 게시판은 알집에 대한 문의로 도배가 됐다. 이것이 기회라고 판단한 김 사장은 알집에 개발력을 투입,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씨'와 `알 FTP' 등 `알' 형제들을 하나씩 추가로 내놓았다.
김장중 사장은 "알집이 유명해지면서 `알'을 브랜드화 하기로 했고 효과가 즉시 나타났다"며 "소프트웨어 사업도 브랜드에서 승부가 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알집 브랜드의 힘은 엄청났다. 2000년 6월 인터넷 거품이 다 꺼져 아무도 더 이상 인터넷 공모는 신경도 쓰지 않을 때 이스트소프트는 알집에 광고를 띄우는 것만으로 인터넷 공모에 도전했다. 인터넷 공모를 마감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채 2분이 걸리지 않았다. 150여명의 네티즌들로부터 1억8000만원의 자금이 모였고, 뒤이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9배수에 투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여유자금을 가지고 이스트소프트는 아이맨과 인터넷디스크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알 패키지도 자신있게 유료화로 돌렸다. 1년이 지난 이후, 이스트소프트의 매출의 질은 몇 년전과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다. `용역을 하려면 소프트웨어 회사를 할 필요가 없다'라고 버릇처럼 말해온 김 사장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갔다. 용역보다 패키지 판매와 서비스 판매가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터넷디스크만으로 매달 들어오는 수입이 1000만원을 넘기던 것이 올해는 매달 3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알집 패키지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또 인터넷디스크가 서비스뿐만 아니라 솔루션 영업도 이루어지고 있어, 더욱 희망적이다. 인터넷 디스크는 사용자가 너무 많아서 성능이 좋다는 EMC 스토리지 장비가 나가떨어질 정도다.
김장중 사장은 "패키지 매출은 대부분 4사분기에 오르기 때문에 올해 연말을 기대하고 있다"며 "인터넷 디스크 개발에 좀더 힘을 써서 서비스에서 올리는 매출 비중을 더욱 높여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게임 분야에도 도전장을 내볼 계획이다. 게임이야말로 기술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종합 작품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몇 년 전 `라스트 레이버즈'라는 게임을 개발해 고배를 마신 경험도 있다. 김 사장은 "당시에는 락이 너무 빨리 깨져서 어찌 손을 쓸 수가 없었다"며 "미래를 볼 때 우리 회사의 리소스들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게임"이라고 말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경영하는데 어려움이 없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10년 세월이 엔지니어 마인드를 없애준 것 같다"며 "밤에는 MBA 과정 수업을 듣고 있는데, 10년 동안의 경험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초기 야근과 밤샘을 밥먹듯이 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을 보냈던 김 사장이지만, 지난 몇 년 전부터 스타일을 바꿨다. 8시 출근, 5시 퇴근, 주 5일제를 칼같이 지키고 있는 것. 김 사장은 "이제는 롱텀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 그것이 이같은 시스템을 만든 이유"라며 "스스로 동양적인 기업가라고 생각한다. 호봉제와 종신고용제, 직원간의 멤버십을 강조하고, 경력자보다는 초보자를 뽑아서 우리 문화에 맞게 키운다. 그것이 이스트소프트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지난 10월 2일 양재근린공원에서 임직원과 가족들을 모아놓고 1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그는 10여 년 간 사업하는 동안 가장 가슴 벅찬 순간으로 그 때를 꼽는다.
중학생 때 `20대에는 1억 짜리 회사를, 30대에는 10억 짜리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꿨던 김장중 사장은 2005년에는 1000만명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10개를 출시하고 2010년에는 1억명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10개를 내놓겠다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어릴 적 그의 꿈이 현실이 된 것처럼, 어른이 된 오늘의 꿈이 또 한번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