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중앙대 교수, 전자정부특별위원회 위원
알고도 못 고치는 병이 많다. `국내 IT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저하'라는 병도 그 중의 하나이다.
실제로 우리는 모두 IT서비스 산업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국내에서 잘 나가는 조선, 반도체, 철강, 자동차 산업과는 달리 국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만 이전투구하며 수익성 없고 희망과 비전도 없는 싸움을 하루하루 해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까지 악화하게 한 원인도 여러 전문가에 의해 다 분석되어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해법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참 난감한 상황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도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 보자. 문제의 본질은 정보화 사업의 발주처와 수주업체간의 역할과 책임 분담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정보화 사업을 연상해보면 금방 그려진다. 구축하고자 하는 실체에 대한 명확한 요구사항 정의 없이 사업은 발주되고 이에 따른 위험은 지지 않으려 하는 갑이나, 기한 내에 품질까지 갖춘 시스템의 구축에 소요될 자원 투입량과 비용에 대한 정확한 예측도 없이 무조건 따고 보자는 을이나 똑같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갑과 을의 역할과 책임 분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우리 IT 산업보다 훨씬 역사가 긴 건설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은 이런 문제를 훨씬 이전에 직면했었고, 이에 대한 근원적 대안으로 내놓은 게 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CM)다. CM은 발주자를 위하여 프로젝트의 기획단계에서 유지관리까지의 전 과정을 전문적으로 관리하여, 주어진 예산 및 사업기간 내에 양질의 프로젝트를 인도하는 서비스다.
건설사업관리의 발상지는 미국 행정기관이다. 1960년대부터 몇몇 공공기관들이 만성적인 공지지연과 예산초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CM 방식을 시험적으로 도입한 것이 효시가 되어 이후 민간부분으로 확대된 것이다. 최초의 사례는 1963년 뉴욕시의 메디슨스퀘어가든 체육관이고 이후 시카고의 존행콕센터, 뉴욕의 무역센터 등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건설프로젝트의 대형화, 복잡화 경향에 따라 이런 CM 요구는 이젠 거의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
이 CM은 기존의 감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감리는 시공 중 공사가 도면과 시방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를 감독하는 행위지만 CM은 시공 전 활동을 더 중요하게 다룬다. 또한 CM은 시공 중이라도 사전관리활동(proactive)의 성격이 강한 데 비해 감리는 사후관리활동(reactive)의 성격이 강하다. 굳이 범위를 따진다면 감리는 CM의 일부분이라 말할 수 있다.
이 CM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배경에는 10년 전 우리의 아픈 과거가 있었다. 마치 오늘날의 IT프로젝트 실상을 보는 바와 같이, 1994년의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로 건설업계 전체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 위기 타개를 위해 구성된 `건설제도 개혁 기획단'의 제안으로 CM 개념이 공론화되었다.
최초에 적용된 사업은 1998년 상암동 월드컵주경기장이며, 이후 타워팰리스, 부산신항만 등 공공, 민간 분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전체 시장이 3000억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CM업체에게 맡기면 공기와 건설비용을 각 10%씩 줄여준다는 메시지가 발주자에게 먹힌 것이다. 국내 선두 CM업체는 이런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설업의 CM과 유사한 제도가 바로 PMO 이다. 정보화 사업 전 또는 동시에 발주자와 별도 계약을 맺어 해당 정보화 사업을 발주자의 입장에서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PMO는 외국 IT업계에서 매우 보편화되고 있고 최근엔 국내 사례도 등장했다. 일부 금융기관은 PMO 전문업체와 별도의 계약을 맺어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PMO 서비스나 계약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PMO가 갑과 을 사이에 어떤 역할과 책임을 안고 수행하느냐에 따라 순수한 컨설팅도, 턴키방식의 시스템 인도 서비스도 될 수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련 법제도에 PMO 사업의 정의해두고 이의 적용 가능성을 명기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정보화 또는 전자정부 사업에 우선 적용해보는 것도 현명한 시도라 하겠다.
알고도 못 고치는 병이 많다. `국내 IT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저하'라는 병도 그 중의 하나이다.
실제로 우리는 모두 IT서비스 산업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국내에서 잘 나가는 조선, 반도체, 철강, 자동차 산업과는 달리 국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만 이전투구하며 수익성 없고 희망과 비전도 없는 싸움을 하루하루 해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까지 악화하게 한 원인도 여러 전문가에 의해 다 분석되어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해법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참 난감한 상황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도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 보자. 문제의 본질은 정보화 사업의 발주처와 수주업체간의 역할과 책임 분담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정보화 사업을 연상해보면 금방 그려진다. 구축하고자 하는 실체에 대한 명확한 요구사항 정의 없이 사업은 발주되고 이에 따른 위험은 지지 않으려 하는 갑이나, 기한 내에 품질까지 갖춘 시스템의 구축에 소요될 자원 투입량과 비용에 대한 정확한 예측도 없이 무조건 따고 보자는 을이나 똑같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갑과 을의 역할과 책임 분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우리 IT 산업보다 훨씬 역사가 긴 건설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은 이런 문제를 훨씬 이전에 직면했었고, 이에 대한 근원적 대안으로 내놓은 게 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CM)다. CM은 발주자를 위하여 프로젝트의 기획단계에서 유지관리까지의 전 과정을 전문적으로 관리하여, 주어진 예산 및 사업기간 내에 양질의 프로젝트를 인도하는 서비스다.
건설사업관리의 발상지는 미국 행정기관이다. 1960년대부터 몇몇 공공기관들이 만성적인 공지지연과 예산초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CM 방식을 시험적으로 도입한 것이 효시가 되어 이후 민간부분으로 확대된 것이다. 최초의 사례는 1963년 뉴욕시의 메디슨스퀘어가든 체육관이고 이후 시카고의 존행콕센터, 뉴욕의 무역센터 등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건설프로젝트의 대형화, 복잡화 경향에 따라 이런 CM 요구는 이젠 거의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
이 CM은 기존의 감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감리는 시공 중 공사가 도면과 시방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를 감독하는 행위지만 CM은 시공 전 활동을 더 중요하게 다룬다. 또한 CM은 시공 중이라도 사전관리활동(proactive)의 성격이 강한 데 비해 감리는 사후관리활동(reactive)의 성격이 강하다. 굳이 범위를 따진다면 감리는 CM의 일부분이라 말할 수 있다.
이 CM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배경에는 10년 전 우리의 아픈 과거가 있었다. 마치 오늘날의 IT프로젝트 실상을 보는 바와 같이, 1994년의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로 건설업계 전체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 위기 타개를 위해 구성된 `건설제도 개혁 기획단'의 제안으로 CM 개념이 공론화되었다.
최초에 적용된 사업은 1998년 상암동 월드컵주경기장이며, 이후 타워팰리스, 부산신항만 등 공공, 민간 분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전체 시장이 3000억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CM업체에게 맡기면 공기와 건설비용을 각 10%씩 줄여준다는 메시지가 발주자에게 먹힌 것이다. 국내 선두 CM업체는 이런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설업의 CM과 유사한 제도가 바로 PMO 이다. 정보화 사업 전 또는 동시에 발주자와 별도 계약을 맺어 해당 정보화 사업을 발주자의 입장에서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PMO는 외국 IT업계에서 매우 보편화되고 있고 최근엔 국내 사례도 등장했다. 일부 금융기관은 PMO 전문업체와 별도의 계약을 맺어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PMO 서비스나 계약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PMO가 갑과 을 사이에 어떤 역할과 책임을 안고 수행하느냐에 따라 순수한 컨설팅도, 턴키방식의 시스템 인도 서비스도 될 수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련 법제도에 PMO 사업의 정의해두고 이의 적용 가능성을 명기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정보화 또는 전자정부 사업에 우선 적용해보는 것도 현명한 시도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