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 정보미디어부장
마음먹고 있다가도 누군가 강요하면 하기 싫어지는 게 인간사다. 어딘가에 속박돼 있는 느낌,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는 구속감은 사람을 파괴한다. 감옥만이 인신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사 서로 얽히고 설켜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고, 그 자체가 어찌보면 모두 구속인 탓이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큰 감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아래 우린 돈 앞에 인신을 구속하는 것을 너무 쉽게 용납한다. 보조금을 지원 받는 대신, 가까운 미래 어느 순간에 자신의 선택을 바꿀 기회를 구속받는 것 또한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세상에 완전한 공짜는 없기에 내가 지원 받은 약간의 돈은 그에 합당한 만큼의 속박으로 다가온다.
받은 만큼 되돌려 줘야하는 시장의 논리, 그게 바로 거래다.
"보조금 40만원을 지급할 터이니, 당신은 24개월 동안 다른 서비스로 옮겨갈 수 없습니다. 옮겨가시려거든 합당한 위약금을 내시요." 돈을 보조받는 만큼 내 선택의 자유를 어느 만큼 포기하는, 이동전화 시장에서 `의무약정제'는 바로 이같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논리를 철저하게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제가 많다. 얼핏, 소비자 혜택을 주는 정책 같지만 파고 들어가 보면 소비자보단 사업자를 위한 방어장치 성격이 짙다. 보조금 규제가 폐지된 마당에 시장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야 서비스사업자 마케팅전략에 따른 것인데, 의무약정제는 지극히 시장경쟁 속에 나오는 보조금에 사업자가 안정장치까지 갖겠다는 탐욕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의무약정제로 소비자를 묶어 놓고, 안전하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논리는 뭔가.
의무약정제가 사업자 입장에서 안정장치로 작용하다보니, 보조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불과 6개월전 의무약정제가 시행되지 않고, 보조금 규제까지 적용되던 시절에도 50만원 넘게 보조금을 지급하며 공짜폰을 양산했던 사업자들이 소비자를 일정기간 묶어둘 수 있는 의무약정제가 시행되니 날개를 달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보조금 규제철폐와 함께 의무약정제가 도입된 이후 시장상황을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이동통신업체들의 2분기 실적을 보면, 시장이 얼마나 과열경쟁을 지속했는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천문학적 마케팅비용, 그 뒤로 영업이익은 업체에 따라 적자전환(KTF)되거나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나 감소(SK텔레콤)했다. 오히려 몸 사리며 소극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한 업체(LG텔레콤)는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25%나 늘었다.
보조금은 의무약정제가 있거나 없거나 경쟁이 존재하는 한 지급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의무약정제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자에게 안전판을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조금경쟁이 더욱 출혈로 치닫는다면 정부의 정책목표는 실패다. 특히 의무약정제를 통해 안정적인 경쟁을 유도하고, 마케팅비용의 여력을 요금인하로 끌어내려던 정부의 시나리오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쯤에서 "누구를 위한 의무약정제인가"라는 질문이 나올법하다.
의무약정제가 사라지면 보조금이 줄어들까. 천만의 말씀이다.
마음먹고 있다가도 누군가 강요하면 하기 싫어지는 게 인간사다. 어딘가에 속박돼 있는 느낌,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는 구속감은 사람을 파괴한다. 감옥만이 인신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사 서로 얽히고 설켜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고, 그 자체가 어찌보면 모두 구속인 탓이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큰 감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아래 우린 돈 앞에 인신을 구속하는 것을 너무 쉽게 용납한다. 보조금을 지원 받는 대신, 가까운 미래 어느 순간에 자신의 선택을 바꿀 기회를 구속받는 것 또한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세상에 완전한 공짜는 없기에 내가 지원 받은 약간의 돈은 그에 합당한 만큼의 속박으로 다가온다.
받은 만큼 되돌려 줘야하는 시장의 논리, 그게 바로 거래다.
"보조금 40만원을 지급할 터이니, 당신은 24개월 동안 다른 서비스로 옮겨갈 수 없습니다. 옮겨가시려거든 합당한 위약금을 내시요." 돈을 보조받는 만큼 내 선택의 자유를 어느 만큼 포기하는, 이동전화 시장에서 `의무약정제'는 바로 이같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논리를 철저하게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제가 많다. 얼핏, 소비자 혜택을 주는 정책 같지만 파고 들어가 보면 소비자보단 사업자를 위한 방어장치 성격이 짙다. 보조금 규제가 폐지된 마당에 시장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야 서비스사업자 마케팅전략에 따른 것인데, 의무약정제는 지극히 시장경쟁 속에 나오는 보조금에 사업자가 안정장치까지 갖겠다는 탐욕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의무약정제로 소비자를 묶어 놓고, 안전하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논리는 뭔가.
의무약정제가 사업자 입장에서 안정장치로 작용하다보니, 보조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불과 6개월전 의무약정제가 시행되지 않고, 보조금 규제까지 적용되던 시절에도 50만원 넘게 보조금을 지급하며 공짜폰을 양산했던 사업자들이 소비자를 일정기간 묶어둘 수 있는 의무약정제가 시행되니 날개를 달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보조금 규제철폐와 함께 의무약정제가 도입된 이후 시장상황을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이동통신업체들의 2분기 실적을 보면, 시장이 얼마나 과열경쟁을 지속했는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천문학적 마케팅비용, 그 뒤로 영업이익은 업체에 따라 적자전환(KTF)되거나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나 감소(SK텔레콤)했다. 오히려 몸 사리며 소극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한 업체(LG텔레콤)는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25%나 늘었다.
보조금은 의무약정제가 있거나 없거나 경쟁이 존재하는 한 지급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의무약정제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자에게 안전판을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조금경쟁이 더욱 출혈로 치닫는다면 정부의 정책목표는 실패다. 특히 의무약정제를 통해 안정적인 경쟁을 유도하고, 마케팅비용의 여력을 요금인하로 끌어내려던 정부의 시나리오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쯤에서 "누구를 위한 의무약정제인가"라는 질문이 나올법하다.
의무약정제가 사라지면 보조금이 줄어들까. 천만의 말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