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조용히/스콧 더글러스 지음/부키 펴냄/424쪽/1만3500원
도서관에는 공부하는 사람들만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은 동네 도서관을 제대로 다녀보지 않았다. `어쩌다가' 사서가 된 저자는 도서관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별난 사람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다. 도서관의 또 다른 이름은 `마땅히 갈 곳 없는 사람들의 집합소'였다.
책보다는 말동무를 찾아 도서관에 오는 노인들, 이벤트용 팝콘을 먹기 위해 도서관에 삼삼오오 모여든 결식아동들, 가전제품을 충전하기 위해 도서관에 오는 아줌마, 도서관을 신앙 전도의 거점으로 생각하는 청년 등 도서관에는 다양한 목적을 지닌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서는 책 정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저자에게 이들은 달갑지 않은 고객이었다. 너그럽지 않은 새내기 사서와 도서관 이용객들과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이 책의 재미 포인트지만 본인에게는 고역 그 자체다. "몸 편히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도서관이 이리 소란스러울 줄이야…."
하지만 삶은 의외의 부분에서 제 가치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사서는 도서관을 관리하는 단순한 기능직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회복지사와 같았다. 생각보다 할 일은 많았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직업이었던 것이다. 조금 다른 목적으로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삶의 일부가 궁핍한 사람들이었다.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저자의 문체는 TV 시트콤을 연상시킬 정도로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뽐낸다.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도입부가 불쾌하지 않은 이유도 이야기 전체에 흐르는 유쾌함 덕분이다. 일상에 대한 비꼬기, 문제삼기, 풍자하기 등을 통해 점차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성장 과정도 또 다른 독서 포인트다.
사서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핵심이지만 도서관과 책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중간에 삽입된 `소곤소곤'이라는 코너를 통해 미국의 문맹률, 아동 문학, 음모 이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저자의 잡학지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지성기자 ezscape@
도서관에는 공부하는 사람들만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은 동네 도서관을 제대로 다녀보지 않았다. `어쩌다가' 사서가 된 저자는 도서관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별난 사람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다. 도서관의 또 다른 이름은 `마땅히 갈 곳 없는 사람들의 집합소'였다.
책보다는 말동무를 찾아 도서관에 오는 노인들, 이벤트용 팝콘을 먹기 위해 도서관에 삼삼오오 모여든 결식아동들, 가전제품을 충전하기 위해 도서관에 오는 아줌마, 도서관을 신앙 전도의 거점으로 생각하는 청년 등 도서관에는 다양한 목적을 지닌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서는 책 정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저자에게 이들은 달갑지 않은 고객이었다. 너그럽지 않은 새내기 사서와 도서관 이용객들과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이 책의 재미 포인트지만 본인에게는 고역 그 자체다. "몸 편히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도서관이 이리 소란스러울 줄이야…."
하지만 삶은 의외의 부분에서 제 가치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사서는 도서관을 관리하는 단순한 기능직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회복지사와 같았다. 생각보다 할 일은 많았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직업이었던 것이다. 조금 다른 목적으로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삶의 일부가 궁핍한 사람들이었다.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저자의 문체는 TV 시트콤을 연상시킬 정도로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뽐낸다.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도입부가 불쾌하지 않은 이유도 이야기 전체에 흐르는 유쾌함 덕분이다. 일상에 대한 비꼬기, 문제삼기, 풍자하기 등을 통해 점차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성장 과정도 또 다른 독서 포인트다.
사서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핵심이지만 도서관과 책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중간에 삽입된 `소곤소곤'이라는 코너를 통해 미국의 문맹률, 아동 문학, 음모 이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저자의 잡학지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지성기자 ezscap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