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도입땐 내년 초부터 제4 사업자 진입 효과
경쟁활성화ㆍ요금인하 `해법`
경쟁활성화ㆍ요금인하 `해법`
■ 방송통신 이슈 점검
(3) 늦출 수 없는 MVNO 도입
OECD 회원국간 통신요금 발표를 앞두고 2년마다 반복되는 이동통신 요금인하 공방이 올해도 또다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2008년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이 세계 주요국의 요금수준을 뛰어넘어 1위를 기록했다는 자료를 내면서 이동통신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이동통신사업자 뿐만 아니라 정부까지 나서서 우리나라와 해외 주요국의 요금체계가 상이하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OECD 통신요금 비교자료 뿐만 아니라 해마다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한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SK텔레콤, KT, LG텔레콤 3사가 황금분할하고 있는 이동통신시장에 기존과는 전혀 다른 요금체계, 기존과는 전혀 새로운 서비스를 내세운 경쟁사업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정책당국이 결국 이동통신 요금인하 해법으로 꺼내든 카드가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제도이다. MVNO 제도는 기존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주파수나 무선통신망, 영업망을 빌려 가입자를 유치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이동통신 사업권이 없어도 유통, 금융, 자동차 업종 등 전국단위의 이동통신영업이 가능하거나 주파수를 임대받아 독자적인 망구축, 영업이 가능한 사업자들을 이동통신시장에 신규 진입시키자는 게 MVNO 제도도입 취지이다.
MVNO 도입의 근거가 되는 재판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내에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다뤄졌지만 회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된 바 있고, 지난 2월 다시 국회에 제출돼 소관 상임위인 문방위에 계류중에 있다.
정부 입법으로 법안을 발의한 방통위는 더 이상 MVNO 제도도입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동통신시장에는 단말기 보조금 같은 경쟁은 치열하지만, 정작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면서 "그나마 이통시장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MVNO 제도"라고 평가했다. 방통위는 MVNO 제도가 조기 도입될 경우, 빠르면 내년 초부터도 제4 사업자가 이동통신시장에 진입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국회 MVNO 법안 처리는 아직 안개속이다. 경쟁활성화, 통신요금 인하라는 대명제에는 정부나 국회 모두 공감하면서도, 미디어법 처리 문제에 가로막혀 그동안 이렇다할 법안심의도 거치지 못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동전화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MVNO 제도가 실요성이 없다는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방통위는 그나마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5대 민생법안에 MVNO 법안을 포함시켜 놓은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MVNO 제도도입에 따른 기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도매대가 사전규제, 합의가 안될 경우 방통위가 반강제적인 중재에 나서는 부문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무선인터넷 등 데이터시장에서는 MVNO 업체들에 보다 개방적으로 시장을 열어줄 수 있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한 음성통화 시장은 MVNO 업체들이 수익을 담보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이통사들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MVNO 진출을 추진중인 케이블TV 업계나 별정사업자, 유통업체, 금융권에서는 정부 차원의 보다 강도 높은 규제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MVNO 희망 업체들은 "정부가 사업자간 협의 방침만을 앞세워 방치할 경우,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MVNO 사업을 중도 포기할 것"이라면서 "초기 시장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정부를 다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이동통신사업자, 정부, MVNO 사업자별로 이처럼 상반된 시각을 내비치고 있지만, 이미 MVNO 사업진출을 희망하는 업체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케이블TV 주요 SO로 구성된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고, 특히 전국적인 조직과 영업망을 가동하고 있는 은행, 보험업종을 중심으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방통위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은 "금융권은 향후 모바일 금융서비스로 활용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MVNO 사업진출에 적극적인 분위기"라면서 "금융업종을 비롯해 다양한 업종의 대표기업들이 MVNO 시장에 진출할 경우, 요금인하는 물론 신규 서비스 확대라는 측면에서 제도도입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경섭기자 kschoi@
(3) 늦출 수 없는 MVNO 도입
OECD 회원국간 통신요금 발표를 앞두고 2년마다 반복되는 이동통신 요금인하 공방이 올해도 또다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2008년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이 세계 주요국의 요금수준을 뛰어넘어 1위를 기록했다는 자료를 내면서 이동통신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이동통신사업자 뿐만 아니라 정부까지 나서서 우리나라와 해외 주요국의 요금체계가 상이하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OECD 통신요금 비교자료 뿐만 아니라 해마다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한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SK텔레콤, KT, LG텔레콤 3사가 황금분할하고 있는 이동통신시장에 기존과는 전혀 다른 요금체계, 기존과는 전혀 새로운 서비스를 내세운 경쟁사업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정책당국이 결국 이동통신 요금인하 해법으로 꺼내든 카드가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제도이다. MVNO 제도는 기존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주파수나 무선통신망, 영업망을 빌려 가입자를 유치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이동통신 사업권이 없어도 유통, 금융, 자동차 업종 등 전국단위의 이동통신영업이 가능하거나 주파수를 임대받아 독자적인 망구축, 영업이 가능한 사업자들을 이동통신시장에 신규 진입시키자는 게 MVNO 제도도입 취지이다.
MVNO 도입의 근거가 되는 재판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내에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다뤄졌지만 회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된 바 있고, 지난 2월 다시 국회에 제출돼 소관 상임위인 문방위에 계류중에 있다.
정부 입법으로 법안을 발의한 방통위는 더 이상 MVNO 제도도입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동통신시장에는 단말기 보조금 같은 경쟁은 치열하지만, 정작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면서 "그나마 이통시장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MVNO 제도"라고 평가했다. 방통위는 MVNO 제도가 조기 도입될 경우, 빠르면 내년 초부터도 제4 사업자가 이동통신시장에 진입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국회 MVNO 법안 처리는 아직 안개속이다. 경쟁활성화, 통신요금 인하라는 대명제에는 정부나 국회 모두 공감하면서도, 미디어법 처리 문제에 가로막혀 그동안 이렇다할 법안심의도 거치지 못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동전화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MVNO 제도가 실요성이 없다는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방통위는 그나마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5대 민생법안에 MVNO 법안을 포함시켜 놓은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MVNO 제도도입에 따른 기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도매대가 사전규제, 합의가 안될 경우 방통위가 반강제적인 중재에 나서는 부문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무선인터넷 등 데이터시장에서는 MVNO 업체들에 보다 개방적으로 시장을 열어줄 수 있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한 음성통화 시장은 MVNO 업체들이 수익을 담보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이통사들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MVNO 진출을 추진중인 케이블TV 업계나 별정사업자, 유통업체, 금융권에서는 정부 차원의 보다 강도 높은 규제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MVNO 희망 업체들은 "정부가 사업자간 협의 방침만을 앞세워 방치할 경우,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MVNO 사업을 중도 포기할 것"이라면서 "초기 시장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정부를 다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이동통신사업자, 정부, MVNO 사업자별로 이처럼 상반된 시각을 내비치고 있지만, 이미 MVNO 사업진출을 희망하는 업체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케이블TV 주요 SO로 구성된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고, 특히 전국적인 조직과 영업망을 가동하고 있는 은행, 보험업종을 중심으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방통위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은 "금융권은 향후 모바일 금융서비스로 활용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MVNO 사업진출에 적극적인 분위기"라면서 "금융업종을 비롯해 다양한 업종의 대표기업들이 MVNO 시장에 진출할 경우, 요금인하는 물론 신규 서비스 확대라는 측면에서 제도도입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경섭기자 kscho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