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과학부 안경애 차장
이래저래 어수선한 가을이다. 펑펑 써도 화수분처럼 샘솟는 줄 알았던 전기가 어느 날 갑자기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전 국민이 화들짝 놀랐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2008년 리먼 사태를 방불케 한다는 각종 징후에 시장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튼튼하다며 마음놓고 발 딛고 서 있던 바닥이 사실은 위태위태하게 지탱되고 있었던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새로운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범의 직접적 계기가 됐던 정부출연연구기관 거버넌스 개편 문제는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기초과학 체력을 기르기 위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아직도 성격이 아직 모호하다. 올해 과학기술계가 풀어야 할 두 가지 숙제다.
`정권 말기에 가능하겠느냐'는 현실론적 접근에 과학기술계와 정책기관도 출연연 개편작업을 잠시 멈칫한 게 사실이다. 그 와중에 강소형연구소 체계 도입, 묶음예산 확대, 연구원 정년 연장 등 기존 틀을 그대로 둔 채 소프트웨어적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SW 개편 어느 하나도 속시원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과기계는 거버넌스 개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오늘 오후 청와대와 국과위 위원장,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 3개 부처 장관이 모여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문제를 논의한다. 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가기 위한 형식적 모임은 아닌 듯하다. 장관들이 변화 방향에 대해 인식을 함께 하고 구체적인 안에 동의하는 과정이 험난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국과위는 일관되게 기관 설립 취지에 맞게 출연연을 국과위 산하로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교과부도 이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는 중립이다. 문제는 지경부다. 산하 출연연들을 옮길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경부의 부처이기주의가 출연연 개편을 막는 걸림돌이 돼온 것이다.
출연연 연구자들은 대부분 국과위 아래에 모이길 원하고 있다. 출연연 스스로가 지금 같은 부처 칸막이 하에서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회의에서 변화의 물꼬를 터 주길 바란다.
과학벨트는 입지가 정해진 지 넉 달이 넘도록 연구분야와 범위가 모호하다. 그렇다 보니 기존 R&D 사업이 피해를 입고 있다.
정해진 예산 하에서 과학벨트에 큰돈을 써야 하다 보니 비슷한 사업은 조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유사하고 다른지 구분이 안 되는 게 문제다. 담당부처인 교과부가 과학벨트를 아우른 전체 R&D사업 포트폴리오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게 문제다.
당장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대형 R&D 사업인 `글로벌프론티어' 내년 신규 연구단 선정예산이 모두 삭감됐다. 내년 이후에도 사업재개가 불투명하다. 대학교수들이 연 100억~15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집단연구를 한다는 점에서 예산당국은 두 사업이 별 다를 바 없다고 보는 것이다. 대학 집단연구 사업인 이ㆍ공학분야 선도연구센터(SRCㆍERC)도 내년 신규 센터 선정예산이 전무하다.
순수한 과학적 진보를 위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산업의 새로운 `씨앗'이 될 원천연구의 중요성은 더 크다.
별다른 `돈줄'이 없는 상황에서 7년간 과학벨트에 5조2000억원을 쏟아 부으면 기존 R&D사업은 초토화를 피하기 어렵다. 과학벨트와 전체 R&D사업, 가용한 예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2011년 대한민국' 상황에 맞는 R&D 포트폴리오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두 가지 숙제를 어떻게 해내느냐가 국가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과학기술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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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새로운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범의 직접적 계기가 됐던 정부출연연구기관 거버넌스 개편 문제는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기초과학 체력을 기르기 위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아직도 성격이 아직 모호하다. 올해 과학기술계가 풀어야 할 두 가지 숙제다.
`정권 말기에 가능하겠느냐'는 현실론적 접근에 과학기술계와 정책기관도 출연연 개편작업을 잠시 멈칫한 게 사실이다. 그 와중에 강소형연구소 체계 도입, 묶음예산 확대, 연구원 정년 연장 등 기존 틀을 그대로 둔 채 소프트웨어적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SW 개편 어느 하나도 속시원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과기계는 거버넌스 개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오늘 오후 청와대와 국과위 위원장,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 3개 부처 장관이 모여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문제를 논의한다. 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가기 위한 형식적 모임은 아닌 듯하다. 장관들이 변화 방향에 대해 인식을 함께 하고 구체적인 안에 동의하는 과정이 험난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국과위는 일관되게 기관 설립 취지에 맞게 출연연을 국과위 산하로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교과부도 이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는 중립이다. 문제는 지경부다. 산하 출연연들을 옮길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경부의 부처이기주의가 출연연 개편을 막는 걸림돌이 돼온 것이다.
출연연 연구자들은 대부분 국과위 아래에 모이길 원하고 있다. 출연연 스스로가 지금 같은 부처 칸막이 하에서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회의에서 변화의 물꼬를 터 주길 바란다.
과학벨트는 입지가 정해진 지 넉 달이 넘도록 연구분야와 범위가 모호하다. 그렇다 보니 기존 R&D 사업이 피해를 입고 있다.
정해진 예산 하에서 과학벨트에 큰돈을 써야 하다 보니 비슷한 사업은 조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유사하고 다른지 구분이 안 되는 게 문제다. 담당부처인 교과부가 과학벨트를 아우른 전체 R&D사업 포트폴리오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게 문제다.
당장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대형 R&D 사업인 `글로벌프론티어' 내년 신규 연구단 선정예산이 모두 삭감됐다. 내년 이후에도 사업재개가 불투명하다. 대학교수들이 연 100억~15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집단연구를 한다는 점에서 예산당국은 두 사업이 별 다를 바 없다고 보는 것이다. 대학 집단연구 사업인 이ㆍ공학분야 선도연구센터(SRCㆍERC)도 내년 신규 센터 선정예산이 전무하다.
순수한 과학적 진보를 위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산업의 새로운 `씨앗'이 될 원천연구의 중요성은 더 크다.
별다른 `돈줄'이 없는 상황에서 7년간 과학벨트에 5조2000억원을 쏟아 부으면 기존 R&D사업은 초토화를 피하기 어렵다. 과학벨트와 전체 R&D사업, 가용한 예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2011년 대한민국' 상황에 맞는 R&D 포트폴리오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두 가지 숙제를 어떻게 해내느냐가 국가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과학기술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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