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ㆍ수도ㆍ철도 제어망…악성코드 감염땐 전쟁 이상 피해
테러리스트 표적 대상 삼아
인터넷 연계늘며 위협 고조
국내, 보안 대책 마련 시급
우리가 즐겨보는 액션영화에서는 테러집단 소속 범죄자들이 국가기간시설을 장악한 뒤 정부와 협상하는 장면이 심심지 않게 나옵니다. 하지만 이제 테러리스트들은 더 이상 이런 무리수를 두며 물리적인 충돌을 시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해킹을 통해 국가기반시설 제어시스템을 손에 넣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식으로 범죄나 테러가 진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전력ㆍ수도ㆍ철도 등 국가기간시설의 제어시스템을 일컫는 스카다(SCADA, Supervisory Control And Data Acquisition)에 대한 위협과 대처방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국가기간시설의 숨통 노린다=스카다는 플랜트 상태를 감시하고 제어하기 위해 산업체에서 사용되는 원방감시제어와 자료취득시스템을 가진 대규모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뜻합니다. 거대하고 복잡한 기간 설비를 간소화ㆍ자동화하고 첨단설비를 활용해 구축한 시스템으로 다양한 정보수집과 효율적이고 지능화된 관리를 가능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국가 기간 시설의 제어 시스템이 악성코드에 감염돼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면 물리적인 전쟁 이상의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실제 국가기반시설을 대상으로 진행된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테러 사례인 `스턱스넷'이 2010년 6월에 발견돼 충격을 던졌습니다. 스턱스넷은 이란 브세르핵발전소 원격감시제어시스템을 타깃으로 제작됐습니다. 당시 외신들은 미국 또는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아 스턱스넷이 개발됐을 것으로 추측했는데요. 그 이유는 이 악성코드가 단순하게 짜여진 게 아니라 핵발전소 구조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고, 4개의 제로데이 취약점을 사용하는 등 정교하게 제작된 것으로, 국가적인 지원 없이는 제작이 힘든 것이라고 분석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글로벌 자동화시스템업체인 지멘스 스카다시스템에서 사용자 및 관리자 권한으로 취약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취약점 경고를 발표했습니다. 해커들은 지멘스 등 제어시스템 소프트웨어를 타깃으로 한 제어시스템 데이터베이스 정보 유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올 2월에는 보안업체 맥아피가 해커들이 15개월에 걸쳐 전세계 에너지 시스템을 공격해 정보유출을 시도한 사실을 밝혀냈고, 올해 초 중국에서는 철도신호기 오작동으로 열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중국 국가안전부가 로그를 확인해보니 미국과 일본측 접근이 확인됐다고 발표해 외교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흔히 스카다망을 노리는 위협원인으로는 범죄집단이나 테러리스트, 산업스파이 등 외부에서의 공격을 떠올리지만 시스템 노후화와 장비고장, 자연재해 등 자연적인 원인도 국가기반시설 제어시스템을 하는데 한 몫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큰 위협은 내부자의 소행입니다. 유지보수업체, 협력사직원 등 매일 스카다 시스템을 접하는 관계자들이 다른 마음을 먹었을 때 위협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스카다망 인터넷 연계 늘면서 위협 높아져=기반시설 제어시스템은 대부분 폐쇄 망으로 운영돼 있고, 네트워크의 가용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거의 모든 시스템 설비와 통신 선로는 이중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제어시스템 대다수는 시스템 구축 초기에 개발된 전용 프로토콜로 통신하고 있으며 이들은 요청ㆍ응답 형식에 따라 폴링, 브로드캐스팅, 예외보고 방식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등 타 망과의 연계활용이 늘어나면서 인터넷과 연결된 접점을 중심으로 산업바이러스 유출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스카다 통합 플랫폼' 구축 해야=전문가들은 기반 시설의 제어시스템에 대한 운영 및 관리의 최우선 목표는 시스템 중단을 방지하는 가용성 확보라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실제 환경에서 △통제구역 설정, 출입기록 관리 등 물리적인 접근통제 △사용자 인증장치 도입, 시스템 계정 정보의 직무별 구분 및 주기적 변경 등 시스템 접근 통제 △악의적 행위 탐지 및 방어 등을 통해 체계적인 보안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 글로벌 보안업체 시만텍은 `스턱스넷'이나 `듀큐'와 같이 산업시설 및 산업용 제어시스템을 노리는 공격에 대비해 △민감한 정보의 우선순위 파악 및 보호 △민감한 정보에 접근하는 직원, 파트너, 고객 등의 신원관리 △보안패치 등 시스템 자체의 관리 △보안 정책 운영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시스템 가용성 확보 △인프라 전체의 보호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편 정부에서는 이 같은 스카다 위협에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현재 정부의 기반시설보호체계는 국무총리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보통신기반보호위원회 산하 103개 기관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해 대처하고 있으며 데이터를 조작, 파괴하거나 컴퓨터 바이러스, 논리폭탄 등의 프로그램을 투입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제재하고 있습니다.
또 올해 5월 16일부터 2주간 국내 교통, 석유, 화학 등 분야별 제어설비 구성방식 및 보안관리 현황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제어시스템 담당자 보안인식을 제고하고 산업 세부분야별 보안가이드 개발을 위한 기본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이와 함께 제어시스템 보안 전문가포럼 운영 및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제어시설 보안 관련 기반기술 연구를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 에너지기술평가원이 스카다 위협에 대한 과제를 연구중이지만 전문가들은 나날이 고조되고 있는 스카다망을 노린 위협에 대비해 정부 차원의 대책수립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이경호 교수는 "국내 스카다망은 인터넷에서 분리(망분리)돼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외부위협에서 안전하다고 평가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각 설비에서 사이버 공격이나 취약점이 발견됐을 경우에 이를 즉각 공유할 수 있도록 중앙 정부 컨트롤 타워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신동규기자 d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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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연계늘며 위협 고조
국내, 보안 대책 마련 시급
우리가 즐겨보는 액션영화에서는 테러집단 소속 범죄자들이 국가기간시설을 장악한 뒤 정부와 협상하는 장면이 심심지 않게 나옵니다. 하지만 이제 테러리스트들은 더 이상 이런 무리수를 두며 물리적인 충돌을 시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해킹을 통해 국가기반시설 제어시스템을 손에 넣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식으로 범죄나 테러가 진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전력ㆍ수도ㆍ철도 등 국가기간시설의 제어시스템을 일컫는 스카다(SCADA, Supervisory Control And Data Acquisition)에 대한 위협과 대처방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국가기간시설의 숨통 노린다=스카다는 플랜트 상태를 감시하고 제어하기 위해 산업체에서 사용되는 원방감시제어와 자료취득시스템을 가진 대규모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뜻합니다. 거대하고 복잡한 기간 설비를 간소화ㆍ자동화하고 첨단설비를 활용해 구축한 시스템으로 다양한 정보수집과 효율적이고 지능화된 관리를 가능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국가 기간 시설의 제어 시스템이 악성코드에 감염돼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면 물리적인 전쟁 이상의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실제 국가기반시설을 대상으로 진행된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테러 사례인 `스턱스넷'이 2010년 6월에 발견돼 충격을 던졌습니다. 스턱스넷은 이란 브세르핵발전소 원격감시제어시스템을 타깃으로 제작됐습니다. 당시 외신들은 미국 또는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아 스턱스넷이 개발됐을 것으로 추측했는데요. 그 이유는 이 악성코드가 단순하게 짜여진 게 아니라 핵발전소 구조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고, 4개의 제로데이 취약점을 사용하는 등 정교하게 제작된 것으로, 국가적인 지원 없이는 제작이 힘든 것이라고 분석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글로벌 자동화시스템업체인 지멘스 스카다시스템에서 사용자 및 관리자 권한으로 취약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취약점 경고를 발표했습니다. 해커들은 지멘스 등 제어시스템 소프트웨어를 타깃으로 한 제어시스템 데이터베이스 정보 유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올 2월에는 보안업체 맥아피가 해커들이 15개월에 걸쳐 전세계 에너지 시스템을 공격해 정보유출을 시도한 사실을 밝혀냈고, 올해 초 중국에서는 철도신호기 오작동으로 열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중국 국가안전부가 로그를 확인해보니 미국과 일본측 접근이 확인됐다고 발표해 외교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흔히 스카다망을 노리는 위협원인으로는 범죄집단이나 테러리스트, 산업스파이 등 외부에서의 공격을 떠올리지만 시스템 노후화와 장비고장, 자연재해 등 자연적인 원인도 국가기반시설 제어시스템을 하는데 한 몫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큰 위협은 내부자의 소행입니다. 유지보수업체, 협력사직원 등 매일 스카다 시스템을 접하는 관계자들이 다른 마음을 먹었을 때 위협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스카다망 인터넷 연계 늘면서 위협 높아져=기반시설 제어시스템은 대부분 폐쇄 망으로 운영돼 있고, 네트워크의 가용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거의 모든 시스템 설비와 통신 선로는 이중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제어시스템 대다수는 시스템 구축 초기에 개발된 전용 프로토콜로 통신하고 있으며 이들은 요청ㆍ응답 형식에 따라 폴링, 브로드캐스팅, 예외보고 방식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등 타 망과의 연계활용이 늘어나면서 인터넷과 연결된 접점을 중심으로 산업바이러스 유출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스카다 통합 플랫폼' 구축 해야=전문가들은 기반 시설의 제어시스템에 대한 운영 및 관리의 최우선 목표는 시스템 중단을 방지하는 가용성 확보라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실제 환경에서 △통제구역 설정, 출입기록 관리 등 물리적인 접근통제 △사용자 인증장치 도입, 시스템 계정 정보의 직무별 구분 및 주기적 변경 등 시스템 접근 통제 △악의적 행위 탐지 및 방어 등을 통해 체계적인 보안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 글로벌 보안업체 시만텍은 `스턱스넷'이나 `듀큐'와 같이 산업시설 및 산업용 제어시스템을 노리는 공격에 대비해 △민감한 정보의 우선순위 파악 및 보호 △민감한 정보에 접근하는 직원, 파트너, 고객 등의 신원관리 △보안패치 등 시스템 자체의 관리 △보안 정책 운영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시스템 가용성 확보 △인프라 전체의 보호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편 정부에서는 이 같은 스카다 위협에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현재 정부의 기반시설보호체계는 국무총리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보통신기반보호위원회 산하 103개 기관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해 대처하고 있으며 데이터를 조작, 파괴하거나 컴퓨터 바이러스, 논리폭탄 등의 프로그램을 투입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제재하고 있습니다.
또 올해 5월 16일부터 2주간 국내 교통, 석유, 화학 등 분야별 제어설비 구성방식 및 보안관리 현황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제어시스템 담당자 보안인식을 제고하고 산업 세부분야별 보안가이드 개발을 위한 기본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이와 함께 제어시스템 보안 전문가포럼 운영 및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제어시설 보안 관련 기반기술 연구를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 에너지기술평가원이 스카다 위협에 대한 과제를 연구중이지만 전문가들은 나날이 고조되고 있는 스카다망을 노린 위협에 대비해 정부 차원의 대책수립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이경호 교수는 "국내 스카다망은 인터넷에서 분리(망분리)돼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외부위협에서 안전하다고 평가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각 설비에서 사이버 공격이나 취약점이 발견됐을 경우에 이를 즉각 공유할 수 있도록 중앙 정부 컨트롤 타워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신동규기자 d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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