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감칠맛'은 막연하게 입에 당기는 좋은 맛을 뜻한다. 영어에도 비슷한 뜻을 가진 `savory'가 있고, 중국에도 `메이웨이'(美味)가 있다. 모두 애매한 뜻을 가진 감성적인 단어다. 감칠맛에 대한 객관적이고 분명한 정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본의 `우마미'(うま味)는 사정이 다르다. 오늘날 우마미는 국제적으로 당당하게 통용되는 전문 과학 용어로 자리를 잡았다. 지진해일을 뜻하는 `쓰나미'(つなみ, 津波)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혀에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을 인식하는 G-단백질결합수용체(GPCR)를 가진 미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우리는 그런 수용체의 화학작용을 통해서 맛을 인식한다. 단맛은 생리적 에너지를 공급하는 포도당의 맛이고, 짠맛은 체액의 전해질 균형에 중요한 소금(염화나트륨)의 맛이다. 신맛은 상한 음식에 들어있는 산(酸)의 독특한 맛이고, 쓴맛은 독성 물질의 대표적인 맛이다. 맛은 생존을 위해 진화적으로 발달된 감각인 셈이다.
그런데 2002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찰스 주커 교수가 L-아미노산의 맛을 인식하는 `T1R1+3'이라는 새로운 GPCR의 구조와 기능을 확인했다. L-아미노산은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이 단백질을 합성하고, 대사과정의 연료로 사용하는 생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지구상의 생물이 활용하는 20종의 L-아미노산 중 하나인 L-글루탐산만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mGluR1과 mGluR4라는 수용체의 존재도 밝혀졌다. (`글루타민산'은 화학적으로 구별되는 아미노산인 `글루타민'(Glu)과 혼동하여 붙여진 잘못된 이름이다.)
맛의 생리학적 의미를 고려하면 생리작용에 반드시 필요한 아미노산의 존재를 감지하는 전용 미뢰가 존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글루탐산을 위한 별도의 수용체가 있는 것도 이유가 있다. 사람의 경우에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15%가 글루탐산이다. 더욱이 글루탐산은 음식물에 들어있는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과정에도 필요하고,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된 질소 화합물을 요소(尿素)로 분해하는 과정에도 필요하다.
오늘날 `우마미'는 아미노산 감지 수용체가 인식하는 맛을 뜻하는 국제 전문용어다. 1908년 다시마로부터 글루탐산의 소듐염인 MSG(글루탐산 소듐)를 처음으로 분리했던 동경대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가 MSG의 맛을 `우마미'라고 불렀다. 그의 학생이었던 고다마 신타로는 1913년에 가다랑어포에 들어있는 이노신산이라는 핵산의 맛을 알아냈고, 1957년에는 구니나카 아키라가 표고버섯에 들어있는 구아닐산이라는 핵산의 정체를 밝혀냈다. 오늘날 우마미가 국제 전문용어가 된 것은 일본 과학자들의 그런 노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나미라는 국제 전문용어 대신 `지진해일'이라는 우리말을 사용하듯이, 우마미에 해당하는 우리말도 만들어야 한다. `감칠맛'이 훌륭한 대안이다. 감칠맛을 어머니의 손맛이라는 감성적 단어에서 구체적으로 글루탐산을 비롯한 20종의 L-아미노산의 맛을 나타내는 본격적인 과학용어로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말도 과학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MSG에 대한 부끄러운 논란도 끝내야 한다. 사탕수수 발효액에서 분리한 MSG를 `합성조미료'나 `인공조미료'라고 부르는 것은 과학적으로 명백한 오류다. 간단한 과학 상식조차 수용하지 못하면서 일본의 노벨 과학상을 부러워하는 것도 잘못이다. 분명한 과학적 사실조차 수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최고의 과학적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아미노산과 핵산의 염(鹽)을 `화학적 합성품'으로 분류한 식약청의 식품첨가물 공전부터 개정해야 한다. 핵산의 염은 마구 넣으면서 `MSG 무첨가'라는 광고로 소비자를 속여서 작은 이익을 챙기려는 식품회사와 맹목적으로 `천연'만 강조하는 언론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대한화학회 회장)
우리의 혀에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을 인식하는 G-단백질결합수용체(GPCR)를 가진 미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우리는 그런 수용체의 화학작용을 통해서 맛을 인식한다. 단맛은 생리적 에너지를 공급하는 포도당의 맛이고, 짠맛은 체액의 전해질 균형에 중요한 소금(염화나트륨)의 맛이다. 신맛은 상한 음식에 들어있는 산(酸)의 독특한 맛이고, 쓴맛은 독성 물질의 대표적인 맛이다. 맛은 생존을 위해 진화적으로 발달된 감각인 셈이다.
그런데 2002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찰스 주커 교수가 L-아미노산의 맛을 인식하는 `T1R1+3'이라는 새로운 GPCR의 구조와 기능을 확인했다. L-아미노산은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이 단백질을 합성하고, 대사과정의 연료로 사용하는 생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지구상의 생물이 활용하는 20종의 L-아미노산 중 하나인 L-글루탐산만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mGluR1과 mGluR4라는 수용체의 존재도 밝혀졌다. (`글루타민산'은 화학적으로 구별되는 아미노산인 `글루타민'(Glu)과 혼동하여 붙여진 잘못된 이름이다.)
맛의 생리학적 의미를 고려하면 생리작용에 반드시 필요한 아미노산의 존재를 감지하는 전용 미뢰가 존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글루탐산을 위한 별도의 수용체가 있는 것도 이유가 있다. 사람의 경우에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15%가 글루탐산이다. 더욱이 글루탐산은 음식물에 들어있는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과정에도 필요하고,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된 질소 화합물을 요소(尿素)로 분해하는 과정에도 필요하다.
오늘날 `우마미'는 아미노산 감지 수용체가 인식하는 맛을 뜻하는 국제 전문용어다. 1908년 다시마로부터 글루탐산의 소듐염인 MSG(글루탐산 소듐)를 처음으로 분리했던 동경대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가 MSG의 맛을 `우마미'라고 불렀다. 그의 학생이었던 고다마 신타로는 1913년에 가다랑어포에 들어있는 이노신산이라는 핵산의 맛을 알아냈고, 1957년에는 구니나카 아키라가 표고버섯에 들어있는 구아닐산이라는 핵산의 정체를 밝혀냈다. 오늘날 우마미가 국제 전문용어가 된 것은 일본 과학자들의 그런 노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나미라는 국제 전문용어 대신 `지진해일'이라는 우리말을 사용하듯이, 우마미에 해당하는 우리말도 만들어야 한다. `감칠맛'이 훌륭한 대안이다. 감칠맛을 어머니의 손맛이라는 감성적 단어에서 구체적으로 글루탐산을 비롯한 20종의 L-아미노산의 맛을 나타내는 본격적인 과학용어로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말도 과학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MSG에 대한 부끄러운 논란도 끝내야 한다. 사탕수수 발효액에서 분리한 MSG를 `합성조미료'나 `인공조미료'라고 부르는 것은 과학적으로 명백한 오류다. 간단한 과학 상식조차 수용하지 못하면서 일본의 노벨 과학상을 부러워하는 것도 잘못이다. 분명한 과학적 사실조차 수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최고의 과학적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아미노산과 핵산의 염(鹽)을 `화학적 합성품'으로 분류한 식약청의 식품첨가물 공전부터 개정해야 한다. 핵산의 염은 마구 넣으면서 `MSG 무첨가'라는 광고로 소비자를 속여서 작은 이익을 챙기려는 식품회사와 맹목적으로 `천연'만 강조하는 언론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대한화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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