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탓에 열 용량 커…살균력도 제한적
놋쇠는 우리가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전통 소재다. 특히 유교 전통을 강조하던 조선시대에는 놋쇠로 만든 유기(鍮器)를 의례용 제기와 양반들의 식기로 썼다. 징과 꽹과리를 비롯한 풍물류와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공예품에도 놋쇠를 많이 사용했다. 구리와 주석으로 만든 합금인 놋쇠를 우리만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청동(靑銅)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놋쇠는 인류가 개발한 최초의 금속 소재로 기원전 3000여 년 전에 등장해서 세계 여러 곳으로 확산됐다.
구리는 자연에서 순수한 상태로 존재하는 독특한 금속이다. 그러나 순수한 구리는 도구로 쓰기에 너무 무르다. 더욱이 숯불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섭씨 1000도 이상으로 가열해야만 녹일 수 있는 구리에 큰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 2% 정도의 비소나 주석이 불순물로 혼합된 천연 청동은 순수한 구리보다 훨씬 더 단단했고, 숯불을 이용해서 녹일 수도 있었다. 천연 청동이 인류의 기술 개발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셈이다.
합금에서는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금속이 원자 상태에서 균일하게 혼합된 고체 용액 상태로 존재한다. 두 가지 물질이 혼합된 합금은 녹는점이 구성 금속보다 낮아진다. 두 가지 이상의 성분이 혼합되면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용액의 독특한 열역학적 특징이다. 소금물이 순수한 민물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어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합금이 만들어지면 본래의 금속과 전혀 다른 특성이 나타난다. 청동은 구리나 주석보다 훨씬 더 단단하지만 낮은 온도에서 녹기 때문에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을 하기 쉽다. 모래나 진흙으로 만든 주형(鑄型)에 청동을 녹인 쇳물을 부어넣어 만드는 주물(鑄物) 기술도 있고, 청동 덩어리를 뜨겁게 달군 후에 반복적인 쇠망치질로 얇게 펴서 만드는 방짜(方字) 기술도 있다. 우리나리에서는 안성의 주물 유기와 김천의 방짜 유기가 잘 알려져 있다.
청동은 쉽게 녹슬지 않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표면에 노출된 구리가 산화되어 산화구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산화구리는 시간이 지나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결합해서 푸른색의 탄산구리로 변한다. 그러나 청동 표면에 생긴 녹청(綠靑)은 내부의 금속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준다. 청동 유물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도 그렇게 만들어진 녹청 때문이다.
구리와 주석은 쉽게 구하기 어려운 금속이다. 산소와 결합한 주석 산화물이 화강암에 검은 띠로 발견되기도 한다. 청동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구리와 주석을 구해야만 했다. 역사적으로 주석을 혼합한 청동이 처음 등장한 것은 메소포타미아와 중국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동기 문명의 시작은 지역적으로 편차가 심했다. 우리나라가 북방으로부터 전해진 청동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은 기원전 1000년 무렵이었다.
청동의 물리적 특성은 주석의 함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합금의 재료를 구하기 어렵고 물리적 특성이 중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청동을 재활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유기에는 대략 25% 정도의 주석이 포함되지만 정확한 배합 비율은 유기장에 따라 다르다. 서양에서도 소리의 공명이 중요한 종(鐘)을 만들 때는 22%의 주석이 혼합된 종 청동을 사용했다.
우리의 아름답고 훌륭한 전통 유기의 제조 기술을 보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것이라는 핑계로 놋쇠를 신비화시켜서는 안 된다. 놋쇠 그릇이 쉽게 식거나 뜨거워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놋쇠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무거운 탓에 열 용량이 클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강조하는 놋쇠의 살균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놋쇠와 직접 접촉하는 부분에서 살균력이 나타날 수는 있다. 그러나 놋쇠가 음식물의 부패나 식중독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것이다. 놋쇠가 모든 농약을 검출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구리는 자연에서 순수한 상태로 존재하는 독특한 금속이다. 그러나 순수한 구리는 도구로 쓰기에 너무 무르다. 더욱이 숯불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섭씨 1000도 이상으로 가열해야만 녹일 수 있는 구리에 큰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 2% 정도의 비소나 주석이 불순물로 혼합된 천연 청동은 순수한 구리보다 훨씬 더 단단했고, 숯불을 이용해서 녹일 수도 있었다. 천연 청동이 인류의 기술 개발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셈이다.
합금에서는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금속이 원자 상태에서 균일하게 혼합된 고체 용액 상태로 존재한다. 두 가지 물질이 혼합된 합금은 녹는점이 구성 금속보다 낮아진다. 두 가지 이상의 성분이 혼합되면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용액의 독특한 열역학적 특징이다. 소금물이 순수한 민물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어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합금이 만들어지면 본래의 금속과 전혀 다른 특성이 나타난다. 청동은 구리나 주석보다 훨씬 더 단단하지만 낮은 온도에서 녹기 때문에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을 하기 쉽다. 모래나 진흙으로 만든 주형(鑄型)에 청동을 녹인 쇳물을 부어넣어 만드는 주물(鑄物) 기술도 있고, 청동 덩어리를 뜨겁게 달군 후에 반복적인 쇠망치질로 얇게 펴서 만드는 방짜(方字) 기술도 있다. 우리나리에서는 안성의 주물 유기와 김천의 방짜 유기가 잘 알려져 있다.
청동은 쉽게 녹슬지 않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표면에 노출된 구리가 산화되어 산화구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산화구리는 시간이 지나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결합해서 푸른색의 탄산구리로 변한다. 그러나 청동 표면에 생긴 녹청(綠靑)은 내부의 금속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준다. 청동 유물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도 그렇게 만들어진 녹청 때문이다.
구리와 주석은 쉽게 구하기 어려운 금속이다. 산소와 결합한 주석 산화물이 화강암에 검은 띠로 발견되기도 한다. 청동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구리와 주석을 구해야만 했다. 역사적으로 주석을 혼합한 청동이 처음 등장한 것은 메소포타미아와 중국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동기 문명의 시작은 지역적으로 편차가 심했다. 우리나라가 북방으로부터 전해진 청동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은 기원전 1000년 무렵이었다.
청동의 물리적 특성은 주석의 함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합금의 재료를 구하기 어렵고 물리적 특성이 중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청동을 재활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유기에는 대략 25% 정도의 주석이 포함되지만 정확한 배합 비율은 유기장에 따라 다르다. 서양에서도 소리의 공명이 중요한 종(鐘)을 만들 때는 22%의 주석이 혼합된 종 청동을 사용했다.
우리의 아름답고 훌륭한 전통 유기의 제조 기술을 보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것이라는 핑계로 놋쇠를 신비화시켜서는 안 된다. 놋쇠 그릇이 쉽게 식거나 뜨거워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놋쇠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무거운 탓에 열 용량이 클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강조하는 놋쇠의 살균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놋쇠와 직접 접촉하는 부분에서 살균력이 나타날 수는 있다. 그러나 놋쇠가 음식물의 부패나 식중독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것이다. 놋쇠가 모든 농약을 검출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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