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몇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현행 전자서명법을 전면 개정해 정부 주도의 공인인증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내용인즉 정부의 권위에 의존하는 현행 `국가공인' 인증제도는 국경을 넘어 국제적으로 작동하는 인터넷의 기본 전제에 어긋날 뿐 아니라, 한국의 IT산업을 세계로부터 고립시키고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므로 폐지시켜야 한다는 것. 과연 그런가?
과거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가 존재하던 시절, 정통부의 고민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내는 것이었다. 이러한 고민은 정통부 해체론이 제기될수록 더욱 깊어지게 되는데, 그때 정통부가 눈을 돌린 분야가 바로 `보안' 분야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보안분야, 그 중에서도 특히 비밀통신을 위한 암호분야는 국가정보원이 있었기에 정통부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때 정통부가 내세운 논리가 전자서명을 위한 인증체계(일명 PKI, Public Key Infrastructure) 구축이다. 우리가 일상적인 거래를 할 때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가 필요하듯 인터넷상에서 전자상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전자적인 형태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가 필요한데, 이러한 전자 인감도장과 전자 인감증명서 발급체계를 정통부가 주도하여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전자 인감증명서 발급체계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로써 채택한 것이 PKI이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다.
전자서명인증체계 즉, PKI의 주도권을 쥔 정통부는 몇 가지 이유로 무리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데, 바로 `공인인증서 1000만명 보급 운동'이 그것이다. 도장에도 `막도장'과 `인감도장'이 있듯 PKI에도 개인(또는 일반회사)이 구축한 사설 PKI와 국가가 구축한 공인 PKI가 있다. 이때 사설 PKI를 통해 발급된 증명서를 `사설인증서'라 하고, 공인 PKI를 통해 발급된 인감증명서를 `공인인증서'라고 한다. 당시만 해도 일부 업체와 은행에서는 사설인증서를 이미 인터넷 계좌이체 등의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통부가 무리하게 공인인증서 1000만개 보급운동을 전개하면서 은연중에 사설인증서는 공인인증서에 비해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퍼졌고, 금융권에서는 공인인증서 사용을 의무화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사설인증서는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사설인증서나 공인인증서나 발급의 주체가 개인(또는 회사)이냐 국가냐의 차이이지 사실 사용하는 기술은 거의 같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막도장과 인감도장이 공존하듯 인터넷상의 상거래에서도 사설인증서와 공인인증서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 물론 외국도 그렇게 하고 있다. 오히려 공인인증서만을 사용할 경우 국가의 엄격한 규제로 인해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되는 것을 저해하게 되는데, 실제로 외국에서는 `ID기반의 각종 보안 서비스', `전자서명키 로밍 서비스' 등 여러 사설인증서 관련 상품이 오래 전부터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는데 반해 공인인증서 일변도의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몇몇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은 전자서명법 개정을 통해 공인인증기관 및 공인인증제도를 정부가 지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공인인증제도 폐지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공인인증기관을 국가가 지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공인'이란 명칭을 붙일 수 있겠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공인인증서 일변도의 시장도 문제지만, 사설인증서 일변도의 시장도 국민의 다양한 선택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공인인증서와 사설인증서가 공존해야 하며, 그것이 진정한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닐까?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과거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가 존재하던 시절, 정통부의 고민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내는 것이었다. 이러한 고민은 정통부 해체론이 제기될수록 더욱 깊어지게 되는데, 그때 정통부가 눈을 돌린 분야가 바로 `보안' 분야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보안분야, 그 중에서도 특히 비밀통신을 위한 암호분야는 국가정보원이 있었기에 정통부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때 정통부가 내세운 논리가 전자서명을 위한 인증체계(일명 PKI, Public Key Infrastructure) 구축이다. 우리가 일상적인 거래를 할 때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가 필요하듯 인터넷상에서 전자상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전자적인 형태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가 필요한데, 이러한 전자 인감도장과 전자 인감증명서 발급체계를 정통부가 주도하여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전자 인감증명서 발급체계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로써 채택한 것이 PKI이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다.
전자서명인증체계 즉, PKI의 주도권을 쥔 정통부는 몇 가지 이유로 무리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데, 바로 `공인인증서 1000만명 보급 운동'이 그것이다. 도장에도 `막도장'과 `인감도장'이 있듯 PKI에도 개인(또는 일반회사)이 구축한 사설 PKI와 국가가 구축한 공인 PKI가 있다. 이때 사설 PKI를 통해 발급된 증명서를 `사설인증서'라 하고, 공인 PKI를 통해 발급된 인감증명서를 `공인인증서'라고 한다. 당시만 해도 일부 업체와 은행에서는 사설인증서를 이미 인터넷 계좌이체 등의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통부가 무리하게 공인인증서 1000만개 보급운동을 전개하면서 은연중에 사설인증서는 공인인증서에 비해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퍼졌고, 금융권에서는 공인인증서 사용을 의무화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사설인증서는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사설인증서나 공인인증서나 발급의 주체가 개인(또는 회사)이냐 국가냐의 차이이지 사실 사용하는 기술은 거의 같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막도장과 인감도장이 공존하듯 인터넷상의 상거래에서도 사설인증서와 공인인증서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 물론 외국도 그렇게 하고 있다. 오히려 공인인증서만을 사용할 경우 국가의 엄격한 규제로 인해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되는 것을 저해하게 되는데, 실제로 외국에서는 `ID기반의 각종 보안 서비스', `전자서명키 로밍 서비스' 등 여러 사설인증서 관련 상품이 오래 전부터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는데 반해 공인인증서 일변도의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몇몇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은 전자서명법 개정을 통해 공인인증기관 및 공인인증제도를 정부가 지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공인인증제도 폐지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공인인증기관을 국가가 지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공인'이란 명칭을 붙일 수 있겠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공인인증서 일변도의 시장도 문제지만, 사설인증서 일변도의 시장도 국민의 다양한 선택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공인인증서와 사설인증서가 공존해야 하며, 그것이 진정한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닐까?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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