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실험ㆍ자의적 해석은 과학 아냐
양파 실험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물 컵에 양파를 키우면서 수시로 사랑이나 감사의 뜻이 담긴 좋은 말을 해주면 양파가 잘 자라지만, 미움이나 짜증이 담긴 나쁜 말을 해주면 양파가 썩어버린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그런 종류의 묘한 실험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밥이나 물도 좋은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밭에서 자라는 농작물이 우리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상당한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엉터리 실험이다. 우선 양파가 우리의 언어를 인식할 것이라는 주장부터 근거를 찾기 어렵다. 그런 지적에 대한 반론도 있다. 양파가 우리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말을 하는 우리의 마음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좋은 말을 할 때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좋은 파동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런 파동의 정체는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양파가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해 우리와 같은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선한 것과 악한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에 대한 보편적인 판단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의 경우에도 그런 판단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문화적인 것이다. 시대와 지역과 문화에 따라 판단의 기준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양파가 우리와 똑같은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극단적인 인간중심주의적 발상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뛰어난 존재라는 생각이 아니라면 그런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양파를 키우면 잘 자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생긴다. 잘 자라는 양파에게 좋은 말을 해주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좋은 말을 해주기만 하면 언제나 양파가 잘 자란다는 결론은 성급한 것이다. 모든 양파가 완벽하게 똑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도 아니고, 양파를 키우는 조건이 완벽하게 똑같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그런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엄격하게 통제된 조건에서 철저하게 통제된 방법으로 실험을 반복해야만 한다. 몇 차례의 어설픈 실험의 결과를 임의적이고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과학적인 자세가 아니다.
그런 실험을 교육학이나 사회학에서 등장하는 피그말리온 효과나 골렘 효과의 근거로 제시되기도 한다. 버나드 쇼의 희곡에서 유래된 피그말리온 효과는 공개적으로 능력을 인정해주고 격려를 해주면 학업 성취도나 업무 성과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골렘 효과는 개인의 능력을 무시하고 비하하면 성취도나 성과가 눈에 띄게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적 반응이 양파나 쌀밥이나 물에서도 관찰될 것이라는 기대는 합리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과학을 흉내낸 어설픈 엉터리 실험에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 년 전에는 물에게 좋은 말을 해주면 규칙적이고 아름다운 얼음이 만들어지고, 나쁜 말을 해주면 불규칙적이고 못생긴 얼음이 생긴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담긴 정체불명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런 주장의 정당성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얼음 표면의 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초보적인 과학 상식은 완전히 외면당했다.
엉터리 과학 실험이 설득력을 발휘하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물론 우리 삶에서 신비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적 해석이 가능한 영역을 파고드는 신비는 결코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가 없다. 심지어 멀쩡한 사람들이 자신의 황당한 주장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는 고약한 사람들도 있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코스모스의 저자인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신비를 앞세운 엉터리 사이비 과학을 악령(惡靈)에 비유했다. 우리가 인류 역사상 가장 찬란하게 민주화된 과학기술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이성적 판단을 높이 평가해야만 한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물론 엉터리 실험이다. 우선 양파가 우리의 언어를 인식할 것이라는 주장부터 근거를 찾기 어렵다. 그런 지적에 대한 반론도 있다. 양파가 우리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말을 하는 우리의 마음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좋은 말을 할 때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좋은 파동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런 파동의 정체는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양파가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해 우리와 같은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선한 것과 악한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에 대한 보편적인 판단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의 경우에도 그런 판단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문화적인 것이다. 시대와 지역과 문화에 따라 판단의 기준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양파가 우리와 똑같은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극단적인 인간중심주의적 발상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뛰어난 존재라는 생각이 아니라면 그런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양파를 키우면 잘 자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생긴다. 잘 자라는 양파에게 좋은 말을 해주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좋은 말을 해주기만 하면 언제나 양파가 잘 자란다는 결론은 성급한 것이다. 모든 양파가 완벽하게 똑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도 아니고, 양파를 키우는 조건이 완벽하게 똑같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그런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엄격하게 통제된 조건에서 철저하게 통제된 방법으로 실험을 반복해야만 한다. 몇 차례의 어설픈 실험의 결과를 임의적이고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과학적인 자세가 아니다.
그런 실험을 교육학이나 사회학에서 등장하는 피그말리온 효과나 골렘 효과의 근거로 제시되기도 한다. 버나드 쇼의 희곡에서 유래된 피그말리온 효과는 공개적으로 능력을 인정해주고 격려를 해주면 학업 성취도나 업무 성과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골렘 효과는 개인의 능력을 무시하고 비하하면 성취도나 성과가 눈에 띄게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적 반응이 양파나 쌀밥이나 물에서도 관찰될 것이라는 기대는 합리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과학을 흉내낸 어설픈 엉터리 실험에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 년 전에는 물에게 좋은 말을 해주면 규칙적이고 아름다운 얼음이 만들어지고, 나쁜 말을 해주면 불규칙적이고 못생긴 얼음이 생긴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담긴 정체불명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런 주장의 정당성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얼음 표면의 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초보적인 과학 상식은 완전히 외면당했다.
엉터리 과학 실험이 설득력을 발휘하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물론 우리 삶에서 신비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적 해석이 가능한 영역을 파고드는 신비는 결코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가 없다. 심지어 멀쩡한 사람들이 자신의 황당한 주장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는 고약한 사람들도 있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코스모스의 저자인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신비를 앞세운 엉터리 사이비 과학을 악령(惡靈)에 비유했다. 우리가 인류 역사상 가장 찬란하게 민주화된 과학기술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이성적 판단을 높이 평가해야만 한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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