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인력 부족해 사업차질 우려… “앞으로가 더 걱정”
`기술단절` 심화…발주자는 SI대신 SW업체와 상대하기도
`기술단절` 심화…발주자는 SI대신 SW업체와 상대하기도
■ 개정SW산업진흥법 6개월 `명과 암`
(상) 불거지는 문제점들
개정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시행 반년. 빅3 IT서비스기업을 포함해 63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대기업집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국내 공공정보화 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현재 한국SW산업협회에 등록된 국내 소프트웨어(SW)기업은 2만3000여개. 이들을 비롯해 중견SI기업들까지 초기단계인 탓인지 어디도 "득을 봤다"는 곳은 없다. 오히려 무 자르듯 시행된 개정법이 `기술단절'을 불러오고, 역량 안되는 중소업체는 `시한폭탄'이라는 부작용들을 떠안게 됐다. 이에 디지털타임스는 3회에 걸쳐 개정법 시행 초기의 문제점과 보완책을 짚어본다.
"호랑이가 빠지니 늑대가 설치는 모양새다. 중견기업들이 더 심하다. 대기업은 체면 때문에 목조르기를 해도 대충 70% 정도인데, 중견SI들은 입술이 파래지도록 한다. 중소 SW업체들이 할 수 있는 건 `거절' 밖에 없다. 이마저도 `너 아니면 다른 업체 쓴다'는 식으로 거부당해 굽실거리는 수밖에 없다. 큰 갑에서 작은 갑으로 바뀌었을 뿐, 갑은 여전히 갑일 뿐이다. 이 작은 갑들이 체면도 없고 경쟁력도 없다보니 막무가내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힘들뿐이다."
SW산업진흥법 개정으로 대기업이 빠져 수익 확대를 기대했던 SW기업들은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 중소SW사업자는 "상반기 당초 예상했던 공공정보화 물량의 20% 수준만 발주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법률시행을 앞두고 공공사업 확대를 위해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도 강화했는데 발주물량이 없어 보릿고개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히 정부조직개편으로 인한 사업 지연 때문이 아니다. 발주기관의 불안감과 주요 기업들의 경우 지켜보려는 심산도 함께 작용했다. 늘 나오던 전력IT 관련 공사발주가 올 들어 뚝 끊겼다. 1분기가 지났지만 한전이나 발전공기업이 발주한 전력IT 공사는 단 한건도 없다.
중견 SI업체들로 주사업자가 바뀌었지만 SW기업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한 SW업체 대표는 "대기업의 경우에는 가격을 깎거나 협상을 할 때 논리가 확실했다. 그런데 중견SI들은 이런 논리가 없다. 막무가내로 깎다보니 버티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상호출자제한기업의 주요 협력사들은 일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한국SW산업협회 관계자는 "1년이 지나면 SW기업들이 실적신고를 하게 된다"면서 "7∼8월 지나야 사업이 절반 정도 나와 지금은 춘추전국시대이고, 공공SI에서 철수한 삼성이나 한전 등 협력사들이 배를 곯는 사례도 나온다"고 말했다.
SW업체들은 오히려 사업자가 바뀌면서 부담이 늘어났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중견 SI 업체들이 기술력이 부족해 이전에 비해 SW업체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발주자들도 기술력이 없는 SI 업체 대신 SW업체에 직접 서비스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견 SI업체들의 경우 대금 지금도 미루는 경우가 많아 SW업체들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늘었다.
또다른 SW업체 대표는 "중견 SI업체들은 영업인력 중심으로 기술인력이 태부족해 기술 지원을 SW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이전에 비해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비용부담 요인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수혜자로 거론되는 중견SI마저 어려움이 있다. 영업 인력 중심으로 삼성SDS와 LG CNS 빅3 인재를 영입하다보니 이들은 실적을 내려고 무리한 수주를 추진한다. 결국 회사가 감당 못할 프로젝트도 일단 수주하게 되면 나중에 화약고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한 중견 SI 업체 임원은 "프로젝트 수주는 했는데, 이를 수행할 기술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자칫 프로젝트 수주가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적으로는 `기술단절' 현상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IT서비스는 구축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3개년, 5개년 계획으로 고도화하고 장기프로젝트로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단절되면서 기술축적이 되지 않고 있다. 결국 장기적인 국가 IT경쟁력 위축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무리한 발주기관의 요구룰 막을 방법도 없다. 아직 중기들은 발주기관의 무리한 예산 편성에 `싫다(NO)'라고 할 수 있는 배짱과 능력이 없다.
한 관계자는 "과거 대기업이 할 때는 발주고객이 갑이긴 하나 `이런 건 못하겠다'고 버티기도 하고 협상이 가능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오는 중소업체들은 그런 협상력이 없다"면서 "결국 이같은 현상 때문에 중견중소업체가 수행한 프로젝트 중 3년 내 사고가 터지고, 그 뒤치닥꺼리하느라 업체 자체가 휘청거릴 일이 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심화영ㆍ강은성기자 dorothy@
(상) 불거지는 문제점들
개정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시행 반년. 빅3 IT서비스기업을 포함해 63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대기업집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국내 공공정보화 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현재 한국SW산업협회에 등록된 국내 소프트웨어(SW)기업은 2만3000여개. 이들을 비롯해 중견SI기업들까지 초기단계인 탓인지 어디도 "득을 봤다"는 곳은 없다. 오히려 무 자르듯 시행된 개정법이 `기술단절'을 불러오고, 역량 안되는 중소업체는 `시한폭탄'이라는 부작용들을 떠안게 됐다. 이에 디지털타임스는 3회에 걸쳐 개정법 시행 초기의 문제점과 보완책을 짚어본다.
"호랑이가 빠지니 늑대가 설치는 모양새다. 중견기업들이 더 심하다. 대기업은 체면 때문에 목조르기를 해도 대충 70% 정도인데, 중견SI들은 입술이 파래지도록 한다. 중소 SW업체들이 할 수 있는 건 `거절' 밖에 없다. 이마저도 `너 아니면 다른 업체 쓴다'는 식으로 거부당해 굽실거리는 수밖에 없다. 큰 갑에서 작은 갑으로 바뀌었을 뿐, 갑은 여전히 갑일 뿐이다. 이 작은 갑들이 체면도 없고 경쟁력도 없다보니 막무가내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힘들뿐이다."
SW산업진흥법 개정으로 대기업이 빠져 수익 확대를 기대했던 SW기업들은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 중소SW사업자는 "상반기 당초 예상했던 공공정보화 물량의 20% 수준만 발주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법률시행을 앞두고 공공사업 확대를 위해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도 강화했는데 발주물량이 없어 보릿고개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히 정부조직개편으로 인한 사업 지연 때문이 아니다. 발주기관의 불안감과 주요 기업들의 경우 지켜보려는 심산도 함께 작용했다. 늘 나오던 전력IT 관련 공사발주가 올 들어 뚝 끊겼다. 1분기가 지났지만 한전이나 발전공기업이 발주한 전력IT 공사는 단 한건도 없다.
중견 SI업체들로 주사업자가 바뀌었지만 SW기업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한 SW업체 대표는 "대기업의 경우에는 가격을 깎거나 협상을 할 때 논리가 확실했다. 그런데 중견SI들은 이런 논리가 없다. 막무가내로 깎다보니 버티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상호출자제한기업의 주요 협력사들은 일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한국SW산업협회 관계자는 "1년이 지나면 SW기업들이 실적신고를 하게 된다"면서 "7∼8월 지나야 사업이 절반 정도 나와 지금은 춘추전국시대이고, 공공SI에서 철수한 삼성이나 한전 등 협력사들이 배를 곯는 사례도 나온다"고 말했다.
SW업체들은 오히려 사업자가 바뀌면서 부담이 늘어났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중견 SI 업체들이 기술력이 부족해 이전에 비해 SW업체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발주자들도 기술력이 없는 SI 업체 대신 SW업체에 직접 서비스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견 SI업체들의 경우 대금 지금도 미루는 경우가 많아 SW업체들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늘었다.
또다른 SW업체 대표는 "중견 SI업체들은 영업인력 중심으로 기술인력이 태부족해 기술 지원을 SW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이전에 비해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비용부담 요인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수혜자로 거론되는 중견SI마저 어려움이 있다. 영업 인력 중심으로 삼성SDS와 LG CNS 빅3 인재를 영입하다보니 이들은 실적을 내려고 무리한 수주를 추진한다. 결국 회사가 감당 못할 프로젝트도 일단 수주하게 되면 나중에 화약고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한 중견 SI 업체 임원은 "프로젝트 수주는 했는데, 이를 수행할 기술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자칫 프로젝트 수주가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적으로는 `기술단절' 현상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IT서비스는 구축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3개년, 5개년 계획으로 고도화하고 장기프로젝트로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단절되면서 기술축적이 되지 않고 있다. 결국 장기적인 국가 IT경쟁력 위축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무리한 발주기관의 요구룰 막을 방법도 없다. 아직 중기들은 발주기관의 무리한 예산 편성에 `싫다(NO)'라고 할 수 있는 배짱과 능력이 없다.
한 관계자는 "과거 대기업이 할 때는 발주고객이 갑이긴 하나 `이런 건 못하겠다'고 버티기도 하고 협상이 가능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오는 중소업체들은 그런 협상력이 없다"면서 "결국 이같은 현상 때문에 중견중소업체가 수행한 프로젝트 중 3년 내 사고가 터지고, 그 뒤치닥꺼리하느라 업체 자체가 휘청거릴 일이 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심화영ㆍ강은성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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