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9조 피해자에 손해사유 입증요구
외국과 달리 `이용자 책임 하한`도 없어
소비자 보호보다 기관 면책근거 소지 커
외국과 달리 `이용자 책임 하한`도 없어
소비자 보호보다 기관 면책근거 소지 커
오는 9월26일부터 금융당국의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가 전면 시행된다. 11월에는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이 적용되고, 전화사기(보이스피싱)를 예방하기 위한 특별법도 마련됐다.
전자금융거래의 편리함을 악용한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당국의 대처도 어느 때보다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다양한 대처방안이 자칫 금융기관의 `면피용'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와 금융당국의 보다 세심한 이용자 보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4일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하는 금융보안 대책과 관련 법률이 정작 금융사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금융기관의 `면책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먼저 11월23일 시행 예정인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의 경우, 소비자 보호를 위해 확대 적용키로 한 `제9조'의 내용에 아직 문제점이 자리한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제9조를 개정해 파밍 등 악성프로그램에 의한 전자금융사기에 대해 원칙적으로 금융기관이 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피해자가 금융기관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근거 조항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제9조의 사유를 `전자금융사기'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발생하면 사후에 그 사례를 법률적으로 판단하는 형태로 규정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경환 법률사무소 민후 대표변호사는 "사후 사례로 판단하게 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다양한 손해 사유를 입증하기 위해 너무나 큰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사실 피해자와 금융기관간 손배소 싸움이 붙었을 때 금융기관은 다른 피해자에게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형 로펌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치게 되는데 이를 일개 피해자가 감당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개정안의 의도와 달리 정작 손해배상 사유를 사후적ㆍ세부적으로 폭좁게 규정한다면 제9조가 자칫 소비자 보호가 아닌 금융기관의 `면책'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나라와 달리 금융사기로 인한 `이용자 책임의 하한'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해외 금융기관의 경우 이용자의 책임하한을 규정해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를 해 주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피해 규모에 상관없이 일정 비율 `과실책임'을 떠 안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9월26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서비스에 가입함으로써 금융사기 자체를 당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예방서비스를 은행에서 제공했으니, 그럼에도 사기를 당한 것은 피해자가 보안 관리를 허술히 한 일부 책임이 있다'는 은행측 주장에 근거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예방서비스를 시행하게 되면 이용자는 아마 PC에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가지 보안 서비스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유사한 프로그램이 중복 설치되면서 PC 성능저하나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보안을 강화하면 편의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나, 소비자 편의도 최대한 확보하면서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 연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측은 "오는 11월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에서 보다 자세한 금융기관 책임소재와 범위 등이 명확히 규정될 예정"이라면서 "법률 시행과 각종 예방 서비스 등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니만큼 당국의 노력에 대한 이용자 신뢰 또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강은성ㆍ유정현기자 esther@
전자금융거래의 편리함을 악용한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당국의 대처도 어느 때보다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다양한 대처방안이 자칫 금융기관의 `면피용'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와 금융당국의 보다 세심한 이용자 보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4일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하는 금융보안 대책과 관련 법률이 정작 금융사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금융기관의 `면책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먼저 11월23일 시행 예정인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의 경우, 소비자 보호를 위해 확대 적용키로 한 `제9조'의 내용에 아직 문제점이 자리한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제9조를 개정해 파밍 등 악성프로그램에 의한 전자금융사기에 대해 원칙적으로 금융기관이 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피해자가 금융기관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근거 조항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제9조의 사유를 `전자금융사기'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발생하면 사후에 그 사례를 법률적으로 판단하는 형태로 규정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경환 법률사무소 민후 대표변호사는 "사후 사례로 판단하게 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다양한 손해 사유를 입증하기 위해 너무나 큰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사실 피해자와 금융기관간 손배소 싸움이 붙었을 때 금융기관은 다른 피해자에게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형 로펌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치게 되는데 이를 일개 피해자가 감당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개정안의 의도와 달리 정작 손해배상 사유를 사후적ㆍ세부적으로 폭좁게 규정한다면 제9조가 자칫 소비자 보호가 아닌 금융기관의 `면책'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나라와 달리 금융사기로 인한 `이용자 책임의 하한'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해외 금융기관의 경우 이용자의 책임하한을 규정해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를 해 주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피해 규모에 상관없이 일정 비율 `과실책임'을 떠 안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9월26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서비스에 가입함으로써 금융사기 자체를 당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예방서비스를 은행에서 제공했으니, 그럼에도 사기를 당한 것은 피해자가 보안 관리를 허술히 한 일부 책임이 있다'는 은행측 주장에 근거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예방서비스를 시행하게 되면 이용자는 아마 PC에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가지 보안 서비스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유사한 프로그램이 중복 설치되면서 PC 성능저하나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보안을 강화하면 편의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나, 소비자 편의도 최대한 확보하면서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 연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측은 "오는 11월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에서 보다 자세한 금융기관 책임소재와 범위 등이 명확히 규정될 예정"이라면서 "법률 시행과 각종 예방 서비스 등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니만큼 당국의 노력에 대한 이용자 신뢰 또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강은성ㆍ유정현기자 esthe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