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호황을 맞고 있단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인문학 진흥에 관한 논의가 있다고 한다. 인문학자의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 가장 본질적 논의가 실종되고 있어 인문학 붐이 인문학의 본질을 기형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인문학은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는 학문인가. 인문학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서양의 역사에서 인문학의 원류는 그리스의 파이데아(paideia)이며 이 파이데아는 폴리스의 시민으로서 훌륭하게 잘 살기 위해 배워야할 지혜이다. 그리스의 파이데아는 역사의 주도권이 로마제국으로 넘어가자, 로마로 수용되는데 이때 그리스의 파이데아는 키케로에 의해 휴마니타스(humanitas)로 번역된다. 그리고 동시에 이 후마니타스는 인간됨을 탐구하고 인간됨을 고양시키는 학문으로서 자리를 잡게 된다. 이후 후마니타스는 중세기독교의 영향으로 역사의 주변부로 추방당한다. 그러나 다시 르네상스에 이르러 인간과 인간 활동에 관련된 모든 것을 탐구하고 또 나아가 인간들이 사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들 함양하는 학문으로서 부활한다. 이 르네상스의 인문학은 이후 인본주의와 계몽주의를 탄생시키며 문화의 이념적 주역으로 역사를 이끌어 간다. 근대라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런데 인문학은 근대라는 시대를 열며 매우 중요한 변화를 겪는다. 인문학은 이제 그리스 로마라는 지역을 떠나 유럽 각국에 수용되면서 활발히 연구된다. 애초 그리스어로 인문학이 이루어 질 시절 라틴어는 학문을 할 수 없는 저급한 언어에 불과했다. 하지만 로마제국이 그리스 인문학을 라틴어로 수용한 후 라틴어가 발전하여 중세를 거처 르네상스에 이르기 까지 오직 라틴어만이 학문을 할 수 있는 언어가 되었다. 그러나 근대 이후 상황이 변한다. 과거 라틴어로 이루어지던 인문학이 유럽 각국의 모국어로 수용되고 또 라틴어가 아니라 모국어를 기반으로 인문학 학술활동이 이루어지자 동시에 모국어가 함께 발전한다는 점이다. 그 전까지 유럽 각국의 모국어는 학문을 할 수 없는 저급한 언어로 경시되었지만, 인문학이 각국의 모국어를 이루어지면서,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가 고급 학술 문화어로 발전하였다. 그러면서 라틴어에 지배되던 유럽의 문화에서 각국의 모국어가 이제 라틴어를 대치하며 근대 인문학의 언어로 가치를 발하기 시작한다.
간략하게 되돌아본 역사에서 다음과 같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 눈에 띤다.
첫째, 인문학은 적어도 Humanitas으로 자신의 이름을 찾는 그 이후부터 항상 인간을 탐구하고,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탁월성에 이를 수 있는 방법으로 모색하며, 또 인간애(philanthropia)를 실천함으로써 공동체의 지속과 보존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학문이다.
둘째, 인문학은 문화가 발전된 국가에 탄생하고 그것이 다른 국가로 수용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이 수용의 과정에서 타국의 인문학을 모국어화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이 타국 인문학을 모국어화하는 과정이 인문학의 발전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인문학이 모국어로 수행되는 것은 국가내지 민족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더욱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문학의 모국어화 과정을 통해 문화는 강대국에 의해 지배되는 문화제국주의의 상태를 벗어나 문화의 다양성을 성취한다. 그리고 그 다양한 문화들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또 다른 다양한 문화로 탄생하는 상호문화성을 구현될 때 이질적 문화권의 인간들이 서로 인간애를 발휘하며 소통하는 진정한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문학 붐이 일고 있는 지금 그 인문학이 단지 일시적 유행이나 무늬만 인문학인 사이비 인문학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문학자들의 자기성찰이 절실하다. 과연 우리의 인문학은 우리말을 모국어로 하는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인문학인가. 혹시 우리는 과거에는 한문으로 하는 인문학을 현재에는 영어로 하는 인문학을 숭배하며 사실상 그들의 인문학을 위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서양의 역사에서 인문학의 원류는 그리스의 파이데아(paideia)이며 이 파이데아는 폴리스의 시민으로서 훌륭하게 잘 살기 위해 배워야할 지혜이다. 그리스의 파이데아는 역사의 주도권이 로마제국으로 넘어가자, 로마로 수용되는데 이때 그리스의 파이데아는 키케로에 의해 휴마니타스(humanitas)로 번역된다. 그리고 동시에 이 후마니타스는 인간됨을 탐구하고 인간됨을 고양시키는 학문으로서 자리를 잡게 된다. 이후 후마니타스는 중세기독교의 영향으로 역사의 주변부로 추방당한다. 그러나 다시 르네상스에 이르러 인간과 인간 활동에 관련된 모든 것을 탐구하고 또 나아가 인간들이 사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들 함양하는 학문으로서 부활한다. 이 르네상스의 인문학은 이후 인본주의와 계몽주의를 탄생시키며 문화의 이념적 주역으로 역사를 이끌어 간다. 근대라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런데 인문학은 근대라는 시대를 열며 매우 중요한 변화를 겪는다. 인문학은 이제 그리스 로마라는 지역을 떠나 유럽 각국에 수용되면서 활발히 연구된다. 애초 그리스어로 인문학이 이루어 질 시절 라틴어는 학문을 할 수 없는 저급한 언어에 불과했다. 하지만 로마제국이 그리스 인문학을 라틴어로 수용한 후 라틴어가 발전하여 중세를 거처 르네상스에 이르기 까지 오직 라틴어만이 학문을 할 수 있는 언어가 되었다. 그러나 근대 이후 상황이 변한다. 과거 라틴어로 이루어지던 인문학이 유럽 각국의 모국어로 수용되고 또 라틴어가 아니라 모국어를 기반으로 인문학 학술활동이 이루어지자 동시에 모국어가 함께 발전한다는 점이다. 그 전까지 유럽 각국의 모국어는 학문을 할 수 없는 저급한 언어로 경시되었지만, 인문학이 각국의 모국어를 이루어지면서,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가 고급 학술 문화어로 발전하였다. 그러면서 라틴어에 지배되던 유럽의 문화에서 각국의 모국어가 이제 라틴어를 대치하며 근대 인문학의 언어로 가치를 발하기 시작한다.
간략하게 되돌아본 역사에서 다음과 같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 눈에 띤다.
첫째, 인문학은 적어도 Humanitas으로 자신의 이름을 찾는 그 이후부터 항상 인간을 탐구하고,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탁월성에 이를 수 있는 방법으로 모색하며, 또 인간애(philanthropia)를 실천함으로써 공동체의 지속과 보존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학문이다.
둘째, 인문학은 문화가 발전된 국가에 탄생하고 그것이 다른 국가로 수용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이 수용의 과정에서 타국의 인문학을 모국어화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이 타국 인문학을 모국어화하는 과정이 인문학의 발전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인문학이 모국어로 수행되는 것은 국가내지 민족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더욱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문학의 모국어화 과정을 통해 문화는 강대국에 의해 지배되는 문화제국주의의 상태를 벗어나 문화의 다양성을 성취한다. 그리고 그 다양한 문화들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또 다른 다양한 문화로 탄생하는 상호문화성을 구현될 때 이질적 문화권의 인간들이 서로 인간애를 발휘하며 소통하는 진정한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문학 붐이 일고 있는 지금 그 인문학이 단지 일시적 유행이나 무늬만 인문학인 사이비 인문학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문학자들의 자기성찰이 절실하다. 과연 우리의 인문학은 우리말을 모국어로 하는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인문학인가. 혹시 우리는 과거에는 한문으로 하는 인문학을 현재에는 영어로 하는 인문학을 숭배하며 사실상 그들의 인문학을 위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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