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4 순회 연방항소법원 재심 명령
화학업계, 고부가 소재 역량 강화 기대
화학업계, 고부가 소재 역량 강화 기대
코오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미국 화학기업 듀폰과 5년째 진행 중인 1조원대 `아라미드' 소송에서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코오롱 뿐 아니라 최근 선진국의 특허공세와 중국의 급성장으로 위기에 처한 국내 화학업계가 기술집약적 고부가 소재사업에서 자신감을 얻게 될 지 주목된다.
◇"이미 공개된 영업비밀도 비밀?"…코오롱 승소 가능성↑=현지시간으로 3일 미국 버지니아주 소재 제4 순회 연방항소법원은 듀폰이 아라미드와 관련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듀폰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깨고 재심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코오롱의 주장과 증거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재심의 이유를 설명했다. 코오롱은 당시 듀폰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이 사실상 이미 외부에 공개됐다면서 증거를 제출했으나 1심을 맡은 로버트 페인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상급법원의 결정에 따라 페인 판사가 아닌 다른 판사가 사건을 맡게 됐으며, 코오롱이 제출한 자료도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코오롱측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판결의 핵심은 영업비밀을 침해했는지 여부인데, 과거 거의 유사한 소송에서 듀폰이 주장하는 영업비밀 내용이 모두 공개된 만큼 새로운 주장이 없는 한 듀폰의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
듀폰은 1973년 경 업계 최초로 파라 아라미드 생산 공법 특허를 내고 상업생산에 들어갔으나, 비슷한 시기 네덜란드 악조사 역시 새 파라-아라미드 생산공법 특허를 앞세워 시장에 진출하자 듀폰은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특허 침해로 고소했다.
법정 공방은 결국 미국과 유럽간 무역마찰로까지 번졌고, 결국 악조사는 일본 테이진에게 아라미드 관련 사업을 매각하며 물러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관련 기술 및 특허를 노출시키면서 사실상 영업비밀에 해당되는 내용이 모두 공개됐다.
이후 듀폰은 코오롱이 2005년 아라미드 상업화에 성공하자, 퇴사한 자사 엔지니어를 코오롱이 고용해 자사의 아라미드 섬유에 관한 영업비밀을 빼냈다며 2009년 2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코오롱은 듀폰이 주장하는 내용 중 상당수가 듀폰이 악조사를 상대로 한 특허 소송에서 이미 밝혀진 법적 공개문서 및 자료들인 만큼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법적 보호를 받는 영업비밀의 주요 조건은 엄격한 내부통제로 비밀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1심 재판을 맡은 페인 판사는 영업비밀 판단 여부의 결정적 증거로 코오롱이 제출한 듀폰과 악조사와의 민사재판 기록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법원에선 코오롱의 증거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아 다시 1심 파기환송 시킨 것이다.
◇국내 화학업계 `자신감'…고부가 소재시장 진출 빨라질 듯=비록 항소심에서는 코오롱이 이겼지만 아직 승패의 향방은 미지수다. 그러나 미국에서 코오롱이 거액의 소송에서 반전에 성공했다는 점은 국내 화학업체들의 소재시장 역량 강화에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LG화학은 2009년 고부가 탄성중합체인 `엘라스토머' 기술에 대한 글로벌 화학업체인 미국 다우케미칼과 벌인 특허 소송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2010년 미국 플렉시스아메리카가가 제소한 고무산화방지제 제조 특허권 분쟁에서 최종 승소하는 등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특허 소송에서의 선전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화학업계 역시 기술집약적 기업으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코오롱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경영실적 발표회에서 "제조업체는 지금까지 모든 설비를 자기가 가지고 생산해 수익을 남기는 인티그레이션(Integration: 통합) 전략으로 갔지만 반도체나 전자산업의 경우 디스인티그레이션 방식으로 성장했다"며 듀폰과의 소송을 통해 기술집약적 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공감대가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고부가 소재를 신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국내 업체들의 본격적인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신소재 `폴리케톤'을 독자 기술로 개발했으며, SK케미칼은 일본 화학업체 데이진과 손잡고 4대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중 하나로 꼽히는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Poly Phenylene Sulfide) 생산을 위해 2300억원을 투자했다. PPS의 경우 오는 2020년쯤에는 세계 PPS 시장의 30%가 국내서 생산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바스프와 도레이 등 글로벌 화학업체들도 한국 기업들과 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화학업체들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
◇"이미 공개된 영업비밀도 비밀?"…코오롱 승소 가능성↑=현지시간으로 3일 미국 버지니아주 소재 제4 순회 연방항소법원은 듀폰이 아라미드와 관련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듀폰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깨고 재심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코오롱의 주장과 증거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재심의 이유를 설명했다. 코오롱은 당시 듀폰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이 사실상 이미 외부에 공개됐다면서 증거를 제출했으나 1심을 맡은 로버트 페인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상급법원의 결정에 따라 페인 판사가 아닌 다른 판사가 사건을 맡게 됐으며, 코오롱이 제출한 자료도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코오롱측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판결의 핵심은 영업비밀을 침해했는지 여부인데, 과거 거의 유사한 소송에서 듀폰이 주장하는 영업비밀 내용이 모두 공개된 만큼 새로운 주장이 없는 한 듀폰의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
듀폰은 1973년 경 업계 최초로 파라 아라미드 생산 공법 특허를 내고 상업생산에 들어갔으나, 비슷한 시기 네덜란드 악조사 역시 새 파라-아라미드 생산공법 특허를 앞세워 시장에 진출하자 듀폰은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특허 침해로 고소했다.
법정 공방은 결국 미국과 유럽간 무역마찰로까지 번졌고, 결국 악조사는 일본 테이진에게 아라미드 관련 사업을 매각하며 물러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관련 기술 및 특허를 노출시키면서 사실상 영업비밀에 해당되는 내용이 모두 공개됐다.
이후 듀폰은 코오롱이 2005년 아라미드 상업화에 성공하자, 퇴사한 자사 엔지니어를 코오롱이 고용해 자사의 아라미드 섬유에 관한 영업비밀을 빼냈다며 2009년 2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코오롱은 듀폰이 주장하는 내용 중 상당수가 듀폰이 악조사를 상대로 한 특허 소송에서 이미 밝혀진 법적 공개문서 및 자료들인 만큼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법적 보호를 받는 영업비밀의 주요 조건은 엄격한 내부통제로 비밀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1심 재판을 맡은 페인 판사는 영업비밀 판단 여부의 결정적 증거로 코오롱이 제출한 듀폰과 악조사와의 민사재판 기록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법원에선 코오롱의 증거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아 다시 1심 파기환송 시킨 것이다.
◇국내 화학업계 `자신감'…고부가 소재시장 진출 빨라질 듯=비록 항소심에서는 코오롱이 이겼지만 아직 승패의 향방은 미지수다. 그러나 미국에서 코오롱이 거액의 소송에서 반전에 성공했다는 점은 국내 화학업체들의 소재시장 역량 강화에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LG화학은 2009년 고부가 탄성중합체인 `엘라스토머' 기술에 대한 글로벌 화학업체인 미국 다우케미칼과 벌인 특허 소송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2010년 미국 플렉시스아메리카가가 제소한 고무산화방지제 제조 특허권 분쟁에서 최종 승소하는 등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특허 소송에서의 선전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화학업계 역시 기술집약적 기업으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코오롱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경영실적 발표회에서 "제조업체는 지금까지 모든 설비를 자기가 가지고 생산해 수익을 남기는 인티그레이션(Integration: 통합) 전략으로 갔지만 반도체나 전자산업의 경우 디스인티그레이션 방식으로 성장했다"며 듀폰과의 소송을 통해 기술집약적 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공감대가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고부가 소재를 신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국내 업체들의 본격적인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신소재 `폴리케톤'을 독자 기술로 개발했으며, SK케미칼은 일본 화학업체 데이진과 손잡고 4대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중 하나로 꼽히는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Poly Phenylene Sulfide) 생산을 위해 2300억원을 투자했다. PPS의 경우 오는 2020년쯤에는 세계 PPS 시장의 30%가 국내서 생산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바스프와 도레이 등 글로벌 화학업체들도 한국 기업들과 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화학업체들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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