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속 운전ㆍ보행자 안전 유도… 차량들 특별한 신호없어도 보행자 살피며 움직여
■ ICT로 여는 첨단 미래교통
(7) 교통안전 선진국 영국ㆍ스웨덴을 가다
지난 한해 전국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5080명이 숨졌다. 전년(5392명)에 비해 6% 감소한 수치이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10년 기준 OECD 회원국의 경우 10만명당 교통사고 평균 사망자수는 6.8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0.5명으로 폴란드(11명)에 이어 회원국 중 두 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국가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이에 비해 교통안전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은 3.1명, 스웨덴은 3.4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으며 이는 우리나라 사망자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교통안전 선진국인 영국과 스웨덴의 수도를 방문해 생활과 사회시스템 속에 배어있는 안전문화를 살펴봤다.
◇사람과 차량이 넘치는 런던...보행자 안전 먼저
영국 런던은 과거의 문화유산과 현대 첨단 IT가 공존하는 세계적인 도시다. 시내 중심가에는 지난날 대영제국의 영광이 고스란히 담긴 유적이 가득해 전세계에서 방문한 수많은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런던을 상징하는 택시 `블랙캡'과 빨간색 이층버스 `루트마스터', 그리고 일반 차량들이 도심의 주요 도로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교통법규를 준수할 뿐 먼저 가려고 편법 운전을 하는 차량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자전거로 이동하는 시민도 많지만 그 어떤 운전자도 자전거가 차선을 다 차지했다거나 천천히 간다고 경적을 울리는 모습을 볼 수 없다.
특히 런던은 대중교통 천국이다. 시내 곳곳이 지하철과 버스로 연결돼 있어 굳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다. 자가용이 없어도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면 원하는 곳까지 편리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이 런던이다.
런던의 도로에서 적용되는 최우선 원칙은 바로 `보행자 안전 우선'이다. 횡단보도 옆에 서 있으면 주행신호인데도 차량들이 속도를 늦춰 횡단보도를 지나간다. 횡단보도 진입 바닥에는 보행자를 위한 안전문구인 `좌ㆍ우측 주시(Look LeftㆍRight)'가 쓰여 있다. 이 표시를 보고 보행자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부터 신호등만이 아닌 차량의 주행 방향도 저절로 살피게 된다.
교통선진국인 런던이라고 준법 정신이 투철한 이들만 사는 것은 아니다. 차량이 없을 경우 적색 신호등이 켜졌는데도 횡단보도나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이들이 많다. 더욱이 대부분의 차선들이 왕복 4차선 이내이다 보니 달리는 차량이 없으면 무단횡단이 더 빈번한 구조다. 그렇다고 주행하는 차량들이 사람들을 향해 경적을 울리거나 창문을 내리고 욕설을 하는 경우는 볼 수 없다.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차량들이 스스로 차량의 속도를 줄인다. 또 횡단보도에는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해 차량의 양 통행차선에 주행방향을 표시한 표지판과 교통섬을 함께 설치해놨다. 모든 횡단보도 신호기 아래에는 보행자가 누를 경우 녹색 신호등이 켜지는 장치도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런던은 옛 도시를 크게 재개발하지 않고 과거 그대로 발전시켰기 때문에 원형 교차로인 광장(서커스ㆍCircus)이 많다. 피카딜리, 옥스퍼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서커스에서 각각의 도로에서 나온 차량들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특별한 신호 없이 보행자를 살피며 진행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국내에선 회전교차로(Roundabout)로 불리는 교통시설인 서커스가 런던 시내에는 도심과 주택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영화 `노팅힐'의 촬영 장소인 포토벨로마켓(Portobello Market) 주변의 주택가에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이같은 원형교차로다.
런던 교통국(Transport for London) 관계자는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처분도 엄격하지만 운전자들도 차를 벗어나면 보행자이기 때문에 모두 보행자의 안전을 중시한다"며 "횡단보도에서는 속도를 늦추고 양보하는 운전습관이 오래 전부터 몸에 베어 있다"고 말했다.
◇한적한 도시 스톡홀름, 교통안전은 철저=북유럽을 대표하는 교통선진국 스웨덴은 수도 스톡홀름의 중앙역(Central station)을 중심으로 지하철과 버스가 도심을 촘촘히 연결하고 있다. 시내버스는 2칸을 연결한 굴절버스가 대부분이다. 교외에서 도심으로 진입할 경우 통행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주요 도로가 한산한 편이다.
스톡홀름의 도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교차로에 교통표지판이 매우 많이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8개 차량 방향에 모두 표지판이 붙어있다 보니 언뜻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각 방향의 차량 운전자들이 자신의 표지판을 모두 인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또 주요 도로가 만나는 곳에는 회전교차로가 설치돼 있고 이곳에도 각 방향에서 지켜야할 사항이 기록된 교통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대중교통이 중앙역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굳이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원하는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승용차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운전자들의 경우에도 보행자가 자신이 운행하는 도로 중간에 서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지도를 보더라도 경적 한번 울리지 않고 끝까지 기다려주는 배려심이 몸에 배어 있다. 차선 끝에는 점선으로 표시해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놓아 자동차와 자전거가 도로를 함께 이용한다.
스톡홀름의 횡단보도에도 보행자를 위한 신호변경 버튼과 교통섬이 대부분 설치돼 있다. 차량들은 횡단보도 앞에서 서행하는 운전습관을 갖고 있고 정지선을 넘어서는 차량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눈에 띄지 않아 `이래서 교통선진국이구나'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다. 물론 스톡홀름 시내도 옛 도시를 그대로 보존하며 개발했기 때문에 주요 도로가 왕복 4차선 이내라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차량 스스로 속도를 낮춰서 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스톡홀름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교민 김모씨는 "인구도 많지 않고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벌어지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드물 정도"라며 "운전대를 잡으면 안전운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 습관화돼 있어 법규를 준수하고 서로 양보하는 것이 철저하다"고 털어놨다.
런던과 스톡홀름의 교통안전 시스템을 직접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교통안전 시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운전자의 수준 높은 안전의식과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운전자들이 보행자 안전을 중시하고 양보하는 의식을 몸에 익혀야 교통안전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교통안전 국가 수준을 좌우하는 것은 첨단기술보다 한 차원 높은 문화와 시민의식에 있었다.
런던(영국)ㆍ스톡홀름(스웨덴)=허우영기자 yenny@
(7) 교통안전 선진국 영국ㆍ스웨덴을 가다
지난 한해 전국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5080명이 숨졌다. 전년(5392명)에 비해 6% 감소한 수치이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10년 기준 OECD 회원국의 경우 10만명당 교통사고 평균 사망자수는 6.8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0.5명으로 폴란드(11명)에 이어 회원국 중 두 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국가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이에 비해 교통안전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은 3.1명, 스웨덴은 3.4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으며 이는 우리나라 사망자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교통안전 선진국인 영국과 스웨덴의 수도를 방문해 생활과 사회시스템 속에 배어있는 안전문화를 살펴봤다.
◇사람과 차량이 넘치는 런던...보행자 안전 먼저
영국 런던은 과거의 문화유산과 현대 첨단 IT가 공존하는 세계적인 도시다. 시내 중심가에는 지난날 대영제국의 영광이 고스란히 담긴 유적이 가득해 전세계에서 방문한 수많은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런던을 상징하는 택시 `블랙캡'과 빨간색 이층버스 `루트마스터', 그리고 일반 차량들이 도심의 주요 도로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교통법규를 준수할 뿐 먼저 가려고 편법 운전을 하는 차량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자전거로 이동하는 시민도 많지만 그 어떤 운전자도 자전거가 차선을 다 차지했다거나 천천히 간다고 경적을 울리는 모습을 볼 수 없다.
특히 런던은 대중교통 천국이다. 시내 곳곳이 지하철과 버스로 연결돼 있어 굳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다. 자가용이 없어도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면 원하는 곳까지 편리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이 런던이다.
런던의 도로에서 적용되는 최우선 원칙은 바로 `보행자 안전 우선'이다. 횡단보도 옆에 서 있으면 주행신호인데도 차량들이 속도를 늦춰 횡단보도를 지나간다. 횡단보도 진입 바닥에는 보행자를 위한 안전문구인 `좌ㆍ우측 주시(Look LeftㆍRight)'가 쓰여 있다. 이 표시를 보고 보행자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부터 신호등만이 아닌 차량의 주행 방향도 저절로 살피게 된다.
교통선진국인 런던이라고 준법 정신이 투철한 이들만 사는 것은 아니다. 차량이 없을 경우 적색 신호등이 켜졌는데도 횡단보도나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이들이 많다. 더욱이 대부분의 차선들이 왕복 4차선 이내이다 보니 달리는 차량이 없으면 무단횡단이 더 빈번한 구조다. 그렇다고 주행하는 차량들이 사람들을 향해 경적을 울리거나 창문을 내리고 욕설을 하는 경우는 볼 수 없다.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차량들이 스스로 차량의 속도를 줄인다. 또 횡단보도에는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해 차량의 양 통행차선에 주행방향을 표시한 표지판과 교통섬을 함께 설치해놨다. 모든 횡단보도 신호기 아래에는 보행자가 누를 경우 녹색 신호등이 켜지는 장치도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런던은 옛 도시를 크게 재개발하지 않고 과거 그대로 발전시켰기 때문에 원형 교차로인 광장(서커스ㆍCircus)이 많다. 피카딜리, 옥스퍼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서커스에서 각각의 도로에서 나온 차량들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특별한 신호 없이 보행자를 살피며 진행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국내에선 회전교차로(Roundabout)로 불리는 교통시설인 서커스가 런던 시내에는 도심과 주택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영화 `노팅힐'의 촬영 장소인 포토벨로마켓(Portobello Market) 주변의 주택가에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이같은 원형교차로다.
런던 교통국(Transport for London) 관계자는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처분도 엄격하지만 운전자들도 차를 벗어나면 보행자이기 때문에 모두 보행자의 안전을 중시한다"며 "횡단보도에서는 속도를 늦추고 양보하는 운전습관이 오래 전부터 몸에 베어 있다"고 말했다.
◇한적한 도시 스톡홀름, 교통안전은 철저=북유럽을 대표하는 교통선진국 스웨덴은 수도 스톡홀름의 중앙역(Central station)을 중심으로 지하철과 버스가 도심을 촘촘히 연결하고 있다. 시내버스는 2칸을 연결한 굴절버스가 대부분이다. 교외에서 도심으로 진입할 경우 통행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주요 도로가 한산한 편이다.
스톡홀름의 도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교차로에 교통표지판이 매우 많이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8개 차량 방향에 모두 표지판이 붙어있다 보니 언뜻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각 방향의 차량 운전자들이 자신의 표지판을 모두 인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또 주요 도로가 만나는 곳에는 회전교차로가 설치돼 있고 이곳에도 각 방향에서 지켜야할 사항이 기록된 교통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대중교통이 중앙역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굳이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원하는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승용차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운전자들의 경우에도 보행자가 자신이 운행하는 도로 중간에 서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지도를 보더라도 경적 한번 울리지 않고 끝까지 기다려주는 배려심이 몸에 배어 있다. 차선 끝에는 점선으로 표시해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놓아 자동차와 자전거가 도로를 함께 이용한다.
스톡홀름의 횡단보도에도 보행자를 위한 신호변경 버튼과 교통섬이 대부분 설치돼 있다. 차량들은 횡단보도 앞에서 서행하는 운전습관을 갖고 있고 정지선을 넘어서는 차량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눈에 띄지 않아 `이래서 교통선진국이구나'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다. 물론 스톡홀름 시내도 옛 도시를 그대로 보존하며 개발했기 때문에 주요 도로가 왕복 4차선 이내라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차량 스스로 속도를 낮춰서 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스톡홀름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교민 김모씨는 "인구도 많지 않고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벌어지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드물 정도"라며 "운전대를 잡으면 안전운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 습관화돼 있어 법규를 준수하고 서로 양보하는 것이 철저하다"고 털어놨다.
런던과 스톡홀름의 교통안전 시스템을 직접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교통안전 시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운전자의 수준 높은 안전의식과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운전자들이 보행자 안전을 중시하고 양보하는 의식을 몸에 익혀야 교통안전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교통안전 국가 수준을 좌우하는 것은 첨단기술보다 한 차원 높은 문화와 시민의식에 있었다.
런던(영국)ㆍ스톡홀름(스웨덴)=허우영기자 y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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