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텍·카나브 등 신약 판매증가로 가격 3~8% 인하
약가결정 후 발생 R&D비용은 고려안해 투자 위축
수입협상하던 해외 제약사 "이윤 안남는다" 포기도
약가결정 후 발생 R&D비용은 고려안해 투자 위축
수입협상하던 해외 제약사 "이윤 안남는다" 포기도
최근 개발된 국산 신약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약가인하 제도가 기업 R&D 투자와 사업 확대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약이 많이 팔리면 값을 내리는 아이러니한 약값 정책은 효과보다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모처럼 '빛' 본 국산신약, 약가인하로 찬물=일양약품이 개발한 항궤양제 신약 '놀텍'의 보험약가가 최근 '사용량 약가 연동협상'을 통해 1300원에서 1192원으로 8.3% 인하됐다. 지난 2011년 1403원이었던 놀텍의 약가는 2012년 사용량 약가 연동협상으로 1354원으로 3.5% 낮아진 데 이어, 지난해 미란성 식도염 적응증 추가로 다시 1300원으로 조정된 바 있어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약가인하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도는 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위해 보험 등재 당시 약가 협상 과정에서 예상한 사용량보다 실제 사용량이 많거나, 전년 대비 청구량이 일정비중 이상 증가하면 보험 약가를 낮추는 제도다. 한 마디로 많이 팔리면 가격을 깎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전년 대비 청구액이 60% 이상 증가할 경우 협상 대상이 됐지만, 올해부터는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하고, 절대금액이 50억원 이상 늘어나면 협상 대상이 되도록 제도가 강화됐다. 주로 매출 규모가 큰 다국적 제약사의 대형 신약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국산 신약 중에서도 매출 100억원이 넘는 소위 '블록버스터'급 제품이 나오면서 제도 적용을 받아 가격이 깎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놀텍은 2009년 출시 이후 2012년까지 연매출 30억원대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미란성 역류성 식도염' 적응증을 추가한 이후 처방량이 급증하면서 연매출 100억원을 넘어섰다. 브라질, UAE, 터키 등의 제약사와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시장 진출도 시작했다. 특히 최근 국제 의학저널 'AP&T'에 우수한 효능·효과를 가진 PPI 제제로 소개됐으며, 중국 최대 의료기관인 북경종합병원 소속 의사들이 놀텍의 약효를 경쟁 약물과 비교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일양약품은 올해 국내에서 '비미란성 역류성 식도염'과 '헬리코박터 제균' 적응증을 추가해 놀텍을 향후 500억원대 규모 제품으로 성장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가 사용량 약가 연동제에 의해 도리어 가격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오자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해외 시장 경쟁력 약화가 더 문제=업계 입장에서 국내 매출 영향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해외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보통 약은 해외 수출계약 시 가격을 책정할 때 국내 보험약가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최근 국산 신약 중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신약 '카나브'정은 2011년 출시 당시 매출 100억원에서 지난해 약 350억원으로 성장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남미, 러시아, 중국 등으로 무대를 넓혀 현재 해외에서 맺은 계약 금액만 2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카나브도 약가 인하 제도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3월 카나브 약가는 사용량 약가 연동협상으로 인해 807원에서 3.2% 인하된 781원으로 조정됐다. 보령제약은 지난 2011년 카나브를 터키로 수출하기 위해 현지 제약사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가격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수출이 무산되기도 했다. 현지 제약사가 한국 약가를 기준으로 유통하면 도저히 이윤을 남길 수가 없다며 계약 체결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판을 위한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 국가들도 올초 인하된 약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사용량 연동 가격 인하제도는 경쟁력 있는 제품이 보다 많이 팔릴수록 가격이 깎이는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해 대형 국산 신약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며 "수출 중심 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을 두는 등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R&D 단계부터 국산 신약 가치 인정해줘야=제약업계는 신약 가격이 처음 결정되는 과정부터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신약 최초 약가 결정은 '연구개발비'와 '감가상각비' 등의 항목을 통해 이미 지급된 비용만 감안해 이뤄지고 있다. 신약은 발매 후에도 꾸준한 임상시험을 진행해 근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약가 결정 이후 발생하는 R&D 비용에 대해서도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특히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선 국내 임상시험보다 더 많은 투자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수출 주도 신약의 경우 약가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출이 결정된 신약에 대해서는 수출 투자 비용을 사후 약가 인상으로 보전해 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약값에 신약의 혁신 가치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R&D 투자를 계속할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모처럼 '빛' 본 국산신약, 약가인하로 찬물=일양약품이 개발한 항궤양제 신약 '놀텍'의 보험약가가 최근 '사용량 약가 연동협상'을 통해 1300원에서 1192원으로 8.3% 인하됐다. 지난 2011년 1403원이었던 놀텍의 약가는 2012년 사용량 약가 연동협상으로 1354원으로 3.5% 낮아진 데 이어, 지난해 미란성 식도염 적응증 추가로 다시 1300원으로 조정된 바 있어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약가인하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도는 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위해 보험 등재 당시 약가 협상 과정에서 예상한 사용량보다 실제 사용량이 많거나, 전년 대비 청구량이 일정비중 이상 증가하면 보험 약가를 낮추는 제도다. 한 마디로 많이 팔리면 가격을 깎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전년 대비 청구액이 60% 이상 증가할 경우 협상 대상이 됐지만, 올해부터는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하고, 절대금액이 50억원 이상 늘어나면 협상 대상이 되도록 제도가 강화됐다. 주로 매출 규모가 큰 다국적 제약사의 대형 신약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국산 신약 중에서도 매출 100억원이 넘는 소위 '블록버스터'급 제품이 나오면서 제도 적용을 받아 가격이 깎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놀텍은 2009년 출시 이후 2012년까지 연매출 30억원대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미란성 역류성 식도염' 적응증을 추가한 이후 처방량이 급증하면서 연매출 100억원을 넘어섰다. 브라질, UAE, 터키 등의 제약사와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시장 진출도 시작했다. 특히 최근 국제 의학저널 'AP&T'에 우수한 효능·효과를 가진 PPI 제제로 소개됐으며, 중국 최대 의료기관인 북경종합병원 소속 의사들이 놀텍의 약효를 경쟁 약물과 비교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일양약품은 올해 국내에서 '비미란성 역류성 식도염'과 '헬리코박터 제균' 적응증을 추가해 놀텍을 향후 500억원대 규모 제품으로 성장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가 사용량 약가 연동제에 의해 도리어 가격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오자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해외 시장 경쟁력 약화가 더 문제=업계 입장에서 국내 매출 영향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해외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보통 약은 해외 수출계약 시 가격을 책정할 때 국내 보험약가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최근 국산 신약 중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신약 '카나브'정은 2011년 출시 당시 매출 100억원에서 지난해 약 350억원으로 성장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남미, 러시아, 중국 등으로 무대를 넓혀 현재 해외에서 맺은 계약 금액만 2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카나브도 약가 인하 제도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3월 카나브 약가는 사용량 약가 연동협상으로 인해 807원에서 3.2% 인하된 781원으로 조정됐다. 보령제약은 지난 2011년 카나브를 터키로 수출하기 위해 현지 제약사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가격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수출이 무산되기도 했다. 현지 제약사가 한국 약가를 기준으로 유통하면 도저히 이윤을 남길 수가 없다며 계약 체결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판을 위한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 국가들도 올초 인하된 약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사용량 연동 가격 인하제도는 경쟁력 있는 제품이 보다 많이 팔릴수록 가격이 깎이는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해 대형 국산 신약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며 "수출 중심 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을 두는 등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R&D 단계부터 국산 신약 가치 인정해줘야=제약업계는 신약 가격이 처음 결정되는 과정부터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신약 최초 약가 결정은 '연구개발비'와 '감가상각비' 등의 항목을 통해 이미 지급된 비용만 감안해 이뤄지고 있다. 신약은 발매 후에도 꾸준한 임상시험을 진행해 근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약가 결정 이후 발생하는 R&D 비용에 대해서도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특히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선 국내 임상시험보다 더 많은 투자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수출 주도 신약의 경우 약가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출이 결정된 신약에 대해서는 수출 투자 비용을 사후 약가 인상으로 보전해 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약값에 신약의 혁신 가치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R&D 투자를 계속할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